2018년의 어느 날, 85년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 라코스떼는 악어 로고를 교체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악어 대신 물망에 오른 동물들은 10여 종. 그 후보군은 다음과 같았다. 캘리포니아 돌고래, 미얀마 민물거북, 마다가스카르 여우원숭이, 인도네시아 코뿔소, 베트남 긴팔원숭이, 뉴질랜드 앵무새... 이름도 생소한 이 동물들 중 누가 악어의 뒤를 이어 로고 자리를 차지했을까? 정답은 '모두'이다. 심지어 터줏대감인 악어 역시 살아남았다. 대체 그 해에 라코스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같은 해, 라코스테는 자연과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활동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3년 간의 파트너십 계약을 통해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그리고 멸종 위기 동물을 알리기 위한 라코스테의 #SaveOurSpecies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문제는 그 방법이었다. 라코스테는 멸종 위기에 놓인 이 10개 종의 동물 로고를 악어 대신 사용키로 한다. 1,775장의 한정판 셔츠를 멸종 위기 동물의 수 만큼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캘리포니아 돌고래 티셔츠는 30장, 자바 코뿔소 티셔츠는 67장, 사올라는 250장만 생산하는 방식이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 셔츠들은 180달러(약 19만 원)라는 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디지털 플래그십 매장을 통해 모두 판매되었다.
'가치'를 판다는 것은 무엇일까? 좋은 품질의 셔츠를 가능한 낮은 가격으로 파는 것은 자본주의 시대의 상식이다. 이때는 가성비가 가장 큰 가치가 된다. 하지만 문제는 모두가 이 방식으로만 시장에 접근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경쟁은 심해지고 수익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몇몇 기업은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80여 년 전통의 라코스테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라코스테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이 올드한 브랜드를 홍보하는 스마트한 대안을 찾은 것이다. 이 때 소비자의 선택은 '가성비'라는 가치에서 '환경보호'라는 가치로 가볍게 이동한다. 20만원 짜리 셔츠 한 장으로 지구를 구할 수 있다니. 전혀 다른 가치의 계산법이 이 때 등장하는 것이다.
라코스떼는 1,775장의 피케 셔츠를 팔지 않았다. 대신 멸종 위기의 동물들을 구한다는 '명분'을 팔았다. 악어 로고의 위상은 더욱 더 선명해졌다. 셔츠 한 장의 품질을 가지고 차별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소재도 디자인도 상향 평준화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코스테는 올드한 브랜드의 위상을 세련된 캠페인 방식으로 새로운 세대의 감성에 맞게 부활시켰다. 디지털 시대의 브랜딩은 남달라야 한다. 제품이 아닌 가치를 팔아야 한다. 라코스테는 그 수많은 방법 중 하나를 눈으로 보여주었다. 가치는 허울 좋은 구호가 아니다. 단순히 화폐와 물건을 교환하는 것 이상의 새로운 제안이다. 이것이 바로 변화하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응하는 디지털 브랜딩의 스마트한 생존이자 성장의 방식이다.
p.s. 이 캠페인은 2019년에도 계속되었다. 올해 선택된 동물은 10개 종, 3,520마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