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나왔다. 3년이 지났다. 다행히도 내게 회사 밖은 지옥이 아니었다. 때로는 우연처럼, 때로는 기적처럼, 4식구를 감당할 만한 일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수입은 2,3배 이상 늘었다. 비용도 함께 늘었지만 그럭저럭 견딜만 하다. 이미 썼거나 출간을 기다리는 책들이 4권에 이른다. 일 뿐 아니라 다양한 모임으로 수없이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책은, 그들은 또 다른 기회로 연결이 되었다. 회사 안에서 나는 하나의 '점'에 불과했다. 외부와의 연결은 좀처럼 없던 일이었다. 창업이나 사업 따위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곳곳에서 창업을 제안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들이 줄을 지어 나타난다. 강의, 집필, 동영상 심지어 오디오북 제안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무엇이 나같은 평범한 직장인의 회사 밖 생활을 '지옥'에서 끌어낸 것일까? 대기업을 나와 수년 동안 방황하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나보았다. 나와 그들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마냥 우연이랄 수만은 없는, 기적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몇 가지 차이점들을 기록해보기로 했다.
1. 나는 그들과 달리 '글'을 썼다.
퇴사를 앞둔 휴가의 마지막 날의 새벽, 나는 한 편의 짧은 글을 썼다. 회사 내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내었던 페이스북 운영에 관한 글이었다. 이 글이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금의 브런치와 비슷한 '미디엄'에 올린 이 글을 하룻밤에 수천 명이 읽고 갔다. 대단한 글은 아니었다. 내가 실제로 성과를 낸 기록들을 아주 짧게 요약한 글이었다.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작업이었다. 강의 요청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직업으로 오랫동안 일을 해왔다. 그러나 내 이름이 드러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회사 정책이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의 나는 하나의 개인으로 글을 쓰고 강의를 할 수 있었다. 이름을 걸고 하는 만큼 각오는 남달랐다. 입금으로 이어지는 명확한 피드백은 놀라운 집중을 가능케 했다. 한 번의 작업이 다른 일로 이어졌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된 이상 하나하나의 작업에 엄청난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 가진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이 나를 '브랜딩'하는 길임을 일찌감치 깨닫고 있었다.
2. 나는 그들과 달리 '작은 걸음'을 걸었다.
퇴사 전 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었다. 개인의 브랜딩에 관한 솔루션을 다룬 프로그램이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스몰 스텝'이었다. 나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과연 세 줄 일기와 같은 작은 실천이 내 삶을 바꾸는지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브런치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브런치에 쓴 짧은 글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출간 의뢰가 들어왔다. 한 권의 책이 나왔다. 다시 다양한 강연으로 이어졌다. 나는 거기서 머무르지 않고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모임은 6개월 이상 성장하지 않았다. 그래도 인연의 끈을 놓치 않고 꾸준히 모임을 이어갔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모임은 500여 명의 모임으로 성장했다. 스무 개에 가까운 개별 단톡방을 가진 작지 않은 모임이 되었다. 나라는 점이 수없이 많은 다른 점들과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이 모임을 통해서 나는 '지지자'들을 얻었다. 평범한 회사원에 불과했던 내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사랑받는 놀라운 변화의 순간이 찾아왔다.
3. 나는 그들과 달리 '점'을 이었다.
나는 이 모임을 함부로 '이용'하지 않았다. 다양한 사업 제안이 있었으나 순수함을 지키기로 했다. 9명의 운영진을 응원하고 케어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았다. 나와 비슷한 컬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난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나는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모습을 진심으로 보고 싶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강연자로 세우고,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다. 이 글들이 또 한 번 브런치를 통해 폭발하기 시작했다. 수십 만명의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읽고 반응하기 시작했다(브런치 조회 수만 70만을 넘었다). 200여 명의 모임이 500여 명의 모임으로 다시 한 번 성장했다. 운영진 중 몇몇은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나는 이 모두가 점을 잇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통하는 법이다. 각자가 '나답게' 사는 모습을 글로 쓰고 강연으로 전하는 과정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점과 점이 만나 충돌하는 에너지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자발적인 모임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하루 두 쪽의 책을 읽고, 하루 다섯 개의 영어 문장을 함께 외웠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일어난 시간을 인증하고, 걷기도 힘들어하던 사람이 10킬로미터를 달리는 변화가 일어났다. 부싯돌의 작은 스파크 하나가 거대한 불길로 치솟는 광경 같았다. 그리고 이 점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비즈니스들로 점점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4. 그 점들은 연결되어 '선'을 만들고 '면'을 만들었다.
스몰 스텝 모임을 통해 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브랜딩'의 한 과정임을 깨닫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변화의 과정은 길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 한 순간에 일어나는 법이다. 나라는 브랜드를 활용한 강연과 사업 제의가 연달아 이어지기 시작했다. 글쓰기와 강연과 책은 내가 '잘하는' 일이 필요한 곳으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개인과 회사를 브랜딩하는 데 필요한 지식들을 연결해 강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쓰닮쓰담'이라는 글쓰기 수업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미 3기생 모집이 끝난 이 모임은 회사의 브랜딩 솔루션을 개인의 글쓰기에 이식한 프로그램이다. 자신의 핵심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실천하고 활용하는 과정을 글로 담아내는 6주 짜리 프로그램이다. 무료에서 환급으로, 환급에서 유료 프로그램으로 연착륙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이 프로그램의 유익을 스스로 확신할 수 있었다. 이제는 그 다음 스텝으로 기업 브랜딩의 과정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개발하는 중이다. 그 동안 수십 개의 작은 기업들을 만나 실전에 필요한 경험들을 쌓았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담으니 교육 프로그램은 더욱 탄탄해졌다. 이렇게 이어진 점들이 선이 되고, 선이 이어져 다시 면이 되었다. 나의 경험은, 나라는 브랜드는 조금씩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5. 나는 스스로를 '브랜딩'하기 시작했다
회사 밖은 정말 지옥이기만 한 것일까? 왜 내게는 지옥이 아니라 더 큰 기회로 연결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가장 큰 차이가 '브랜딩'에 있다고 믿는다. 여기서 말하는 브랜딩이란 다른 아닌 '차별화'다. 내가 남들과 다른 어떤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지가 이 브랜딩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엄청난 보이는 말의 시작은 의외로 단순할 수도 있다. 나는 내가 잘하는 글쓰기와 강연으로 작은 점들을 찍었다. 그리고 사람과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점으로 잇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책이나 모임과 같은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 과정 자체로는 특별한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나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가며 나의 '차별점'을 탐구했다. 나를 움직이는 힘(Driving Force)을 찾아 작은 실천들을 반복했고, 그 점들을 이어 책을 쓰고 강연을 했다. 나란 존재는 '스몰 스텝'으로 브랜딩되었고, '스몰 브랜드'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글쓰기'는 이런 나라는 점을 단단히 연결하는 본드 역할을 해주었다.
회사 안이든 밖이든 그건 중요치 않다. 가장 먼저는 돈이 되는 안되는 자신을 움직이는 힘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 힘으로 실천 가능한 목록(Small Step)들을 만들어 매일 경험해보는 것이다. 그 경험들을 글과 말로 전파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러면 페로몬처럼 이 에너지에 끌린 지지자들을 조금씩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책과 강연은 그 작업을 좀 더 용이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실천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과 기회가 있는 곳으로 당신을 데려갈 것이다. 나는 회사 밖에서 수없이 많은 '가짜'들을 만났다. 돈 100만원만 내면 생존의 비법을 알려주겠다는 점잖은 사기꾼들을 수없이 만났다. 하지만 그 유혹들을 뿌리치고 나의 길을 걸었다. 3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하나의 '스몰 브랜드'로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다. 큰 돈을 번 것도 아니고 명성을 얻은 것도 아니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명확히 깨달았다는 것이다.
어제는 스몰 스텝 운영진과 함께 하는 호텔 조식 모임이 있었다. 지역이 멀어 참석하지 못한 분을 제외하고 모두 모인 시간은 아침 7시, 그 후로 3시간 동안 뜨거운 토론과 나눔들이 이어졌다. 자발적인 변화를 꾀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끝없이 쏟아졌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보수를 받고 이 모임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영역에서 이미 어느 정도는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모이는 이유는 '연결'의 힘을 보았기 때문이다. 비슷한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결과는 놀라움 그 자체다. 어떤 댓가도 바라지 않고 성장을 꿈꾸는 이들이 모이면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스몰 스텝의 두 번째 책 '스몰 스테퍼'로 정리해 연말 출간을 앞두고 있다. 여기서 벌어들인 인세 수익은 고스란히 모임으로 환원할 생각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변화를 돕기 위해서다. 더 많은 기회를 만들고 더 큰 결과를 눈으로 보기 원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일 글을 쓴지 벌써 88일 째, 나의 꿈은 이런 글을 천 일 동안 이어가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찾은 나만의 '브랜딩' 방법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매일 세 줄의 일기를 쓰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작은 걸음이 이어지는 '스몰 스텝'의 힘을 믿는다. 지난 수 년간 그 결과를 내 눈으로 보고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회사 밖이 지옥인 이유는 '혼자'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만들어준 인위적인 연결에서 완전히 분리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에서 직급으로 묶여있지 않아도 우리는 그 이상의 '연결'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당신을 움직이는 힘(Driving Force)을 먼저 발견해보라. 그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모임을 찾아 사람들을 만나라. 그렇게 만난 사람과 기회를 연결해 스스로를 '브랜딩'하라. 글도 좋고 강연도 좋다.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겨 스스로 '시그널'을 보내라. 사람들이 알아듣고 찾아올 수 있도록. 시간이 걸린다고 낙담하지 말라. 다시 말하지만 회사 밖은 준비된 자들의 '천국'이다. 그 천국이 당신의 것이 되지 말라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 이 뜨거운 모임을 함께 하고 싶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