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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졸입니다, 하지만...

그는 고졸이다. 하지만 나이 서른이 되기 전에 사장이 되었다. 최근에는 1호점에 이어 2호점을 오픈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이었다. 결코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의 결과였다. 중학생때부터 막노동을 했다. 고등학생 때 이미 월 수입이 250만 원을 넘었다(방학 동안만 일했다). 군대를 다녀와서는 남부럽지 않은 힘을 바탕으로 월 천 만원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었다. 단칸 방에 네 식구가 모여 살 만큼 지독스럽게 가난한 삶, 그런 열등감이 그를 '미친 놈'이라는 별명의 난폭한 중2의 삶을 한동안 살게 만들었다. 군대에 다녀오니 집 주소가 바뀌어 있기도 했다. 부모님은 끊임없이 그에게서 돈 만을 요구했다. 그런 현실이 그를 더더욱 일에 매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마음 속 한 곳이 언제나 공허한 삶이기도 했다.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아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이 마흔 중반의 한때 공무원이었던 동료 한 사람이 던진 다음의 한 마디가 그의 삶을 또 한 번 바꾸어 놓았다.


"젊은 놈이 여기서 뭐하는 짓이냐? 하고 싶은 것 다해보고 실패한 후에 여기 와도 늦지 않단 말이다."


마치 뒷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주변의 칭찬을 한 몸에 받고 있었지만, 정작 나의 미래를 걱정해주는 건 그 사람 밖에 없었다. 막노동을 그만 두고 인테리어 회사를 찾아갔다. 타고난 성실함 때문일까? 막노동 만큼의 벌이를 만드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또 다른 삶을 준비하기엔 도무지 시간이 나지 않았다. 6시에 공사를 마쳐도 상담 때문에 밤 12시를 넘기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그는 고민을 거듭했다. 나이 서른을 넘기고도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일이 있지 않을까? 그 결과 택한 직업은 트레이너였다. 월급 50만 원을 받고 하루 두 시간 쪽잠을 자는 생활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몸은 힘들었지만 쌓이는 것이 있었다.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주고받을 수 있는 가장 큰 것, 다름아닌 신뢰였다.



그는 헬스 클럽 회원권을 팔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몸을 관리할 수 있는지,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는지, 건강을 통해 사람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한 믿음을 팔았다.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헬스클럽은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정작 그에게 돌아오는 수입은 미미했다. 하지만 그는 그곳을 그만 둘 수 없었다. 자신만을 믿고 찾아온 손님들을 모른체 할 수 없었다. 그런데 1년을 버텼다. 그렇게 남들이 5년에 걸려 도달할 수 있는 실력을 1년 만에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유튜브와 블로그를 섭렵하며 전문적인 지식을 쌓았다. 전문직을 가진 회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새벽 6시부터 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의사가 적지 않았다. 늘 고졸을 부끄러워하던 그에게 의사인 회원이 이렇게 말했다.


"운동에 자부심을 가져요.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어디 있습니까?"


그 말이 열심에 기름을 부었다. 일을 시작한 지 5년이 되지 않아 사장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마음이 허탈했다. 그렇게 바라던 사장의 삶은 그가 꿈꾸던 것이 아니었다. 여전히 쉴새 없이 일해야 하는 삶에는 변함이 없었다. 월 수입이 천만원인 달도 있지만 마이너스인 달도 있었다. 예측할 수 없는 사람들로 인한 스트레스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믿고 신뢰할 수록 수없이 많은 사기를 당했다. 뭔가 또 한 번의 삶의 도약이 필요하다는 간절함이 절실해질 무렵, 고졸이었다가 항공사 부기장의 자리에까지 오른 오현호 작가를 만났다. 인생의 멘토를 찾았다. 그가 운영하는 미라클 모닝을 6개월 이상 쫓아다녔다. 지금의 그는 호주행을 준비 중이다. 2호점이 안정을 찾는 수개월 내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날 생각이다. 3년 이상 외국에서 영어와 스페인어를 마스터할 결심을 세웠다. 그가 꿈꾸는 다음의 넥스트 스텝을 걷기 위해서다.



이 사람의 이름은 신동우다. 누가 봐도 건장한 몸에 준수한 외모를 보면서 그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는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그것을 실제로 실천해왔다는 점이다. 그가 들고 다니는 두꺼운 다이어리엔 10개의 버킷 리스트와 200개의 확언문이 적힌 용지가 닳을대로 닳아진채 꽂혀 있었다. 10개의 스몰 스텝을 매일 실천한다. 그에게 책은 독서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 리스트에 가까웠다. 그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도전'이다. 사장이 되고 싶었던 것도 도전이었고, 인생의 2막을 준비하는 지금도 다름아닌 도전 때문이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내 몸은 달아오르고 있었다. 나는 그처럼 뜨거운 삶을 살고 있는가.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그런 질문을 던지는 내내 나도 함께 행복할 수 있었다.


막노동을 통해 돈은 벌 수 있었다. 인테리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그런 삶에 만족하지 않았다. 헬스 트레이너의 삶이 한 줄기 빛이 되어 주었다. 타고난 장점에 성실함이 더해졌다. 자연스럽게 사람에게서 신뢰를 얻는 법을 배웠다. 자신이 맡은 사람에 대한 신뢰가 돈보다 중요하다는 믿음이 1년 간의 착취?를 견뎌낼 힘을 주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일에서 '자기다운' 삶을 살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는 삶, 꿈과 희망 그리고 가능성이 담보된 삶을 위해 그가 지금껏 이뤄낸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호주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버킷 리스트를 슬쩍 훔쳐본다. '세계 50여 개 국어로 번역 출판', '미라클 학교 설립, 사회 공헌에 기여', '지구온난화 방지 대책 위원회 설립', '봉사 커뮤니티 운영',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 건설', '치매 센터 운영', '대체 에너지 개발 사업 투자'...



만일 이 꿈을 허황되다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게으른 사람이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 텍스트를 문자 그대로만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가 지금껏 이룬 사장의 위치와 2호점을 모두 뒤로 하고 그는 이러한 도전의 삶을 선택했다. 200개의 확언문을 매일 아침 외운다. 그리고 실천한다. 그는 상위 1%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하지만 오직 골프만이 유일한 낙인, 회식만을 통해서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그런 삶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 오히려 안타까웠다. 대신 그는 도전하는 삶을 택했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오늘의 수고와 열심을 불평 없이 감당하고 있다. 그가 써내려갈 삶의 궤적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1년 후의 그는, 3년 후의 그는, 그리고 10년 후의 그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그의 삶에 단순한 관람자가 아닌, 함께 뒤는 플레이어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의 삶에 진정한 지지와 응원으로 보내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반대편에서 부리부리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확신과 확언으로 가득한 에너지 넘치는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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