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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달달한 시럽 한 방울, 그림책 시럽

스몰 스텝 운영진을 위한 송년회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일찌감치 만났기에 아직은 초저녁인 시간이었다. 그때 담이님이 먼저 일어나겠다며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긴다. 빨간 버스를 타는게 싫어서라고 했다. 무슨 말인가 알아보니 광역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게 싫어서라고 했다. 2차로 와인 한 잔을 마시러 가는 우리들 뒤로 담이님이 총총이 골목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마치 동화의 한 장 면 같다. 12시가 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신데렐라 공주 같았다. 은근히 바른생활녀라는 액터정님의 증언?이 이어진다. 짐작하기에 그녀의 집은 함께 사는 고양이가 있음에도 엄청나게 깨끗할 것만 같다.


때마다 바뀌는 그녀의 프로필 사진 역시 동화에서나 볼 법한 색감들로 가득하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덕에 그녀와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들 역시 조금은 비현실적이다. 그런 그녀가 스몰 스텝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이 어째 조금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모두가 송년회를 즐기는 그 시간, 쓰레기 정리로 부스럭거리던 그녀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동화 같기도 하지만 소리 없이 강하다. 그녀는 그렇게 동화와 현실 속을 오가는 멋진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매일 매일 글을 쓴다. '그림책 시럽'이라는 이름으로 매일 글을 올린다. 어린 시절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던 바로 그런 그림책들이다. 대부분의 그림책이 그렇듯 내용이 길지 않으니 글 하나만 읽어도 책 한 권을 뚝딱 읽는 것 같다. 그리고 하나같이 감동적이다. 그녀가 엄선했을 '안녕, 울적아'라는 책 소개글을 읽었다. 한때 늘 우울했던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다행히도? 그림책은 나처럼 해피엔딩이었다. 거대한 회색빛의 '울적이'는 싫어하면 싫어할수록 점점 커진다. 하지만 주인공이 손을 잡아주고 그 존재를 직면하는 순간 조금씩 작아지다가 결국엔 사라져버린다.


내가 겪은 우울감 역시 회피하고 외면할수록 더욱 커지곤 했다. 그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순간 점점 작아지는 경험을 나도 했었다. 그녀가 소개한 그림책은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몇 장의 그림으로도 이런 표현과 인사이트가 가능하다니. 놀랍고 반갑고 즐거운 책읽기였다. 담이님의 상세한 소개와 정리 덕분에 하루의 시작이 그렇게 유쾌할 수 없었다. 위로받고 공감받고 지지받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글은 한 사람의 실체를 투영하는 거울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글이 투명한 사람은 사람도 맑았다. 글이 흐린 사람은 그의 참모습을 알기도 함께 어려웠다. 생각이 명료한 사람은 글도 깔끔한 법이다. 개성과 취향이 선명한 사람은 그가 쓴 글 역시 그랬다. 왜 담이님은 매일 그림책을 읽고 있을까? 왜 자신이 읽은 그림책에 관한 글을 매일 올리고 있을까? 나 역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면 '달달한 작당'이라는 그림책 전문 카페를 찾곤 했었다. 세상의 모든 그림책을 모아놓은 그 카페에 앉아 마음의 디톡스를 했었다. 레모네이드 한 잔을 시켜놓고 그림책을 보노라면 세상을 모두 가진 듯 평화롭고 행복했었다.


수학에도 정석이 있듯이 마음에도 정석이 있다.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언제나 그 마음의 정석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몰라서 불행해지지 않는다. 알고도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들이 찾아오곤 한다. 어쩌면 담이님도 혼자만의 감정 디톡스를 위해 그림책을 읽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그것을 글로 나누는 순간 그 유익과 감동은 몇 배로 커진다. 오늘 그녀가 추천한 그림책은 '다들 왜 화가 난 걸까'였다. 아주 작은 오해 하나가 얼마나 사람들을 불행하기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었다. 모임 운영에 지칠 때마다 그녀가 전해준 위로와 조언들 역시 어쩌면 이들 그림책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었을까? 동화 속 공주의 비밀 하나를 알아챈 듯 우쭐해진다. 동화 같은 그녀의 그림책 이야기는 오늘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담이님의 더 많은 그림책을 통해 위로와 격려를 받고 싶다면... :)


* 이렇게 멋진 스몰 스테퍼들을 더 많이 만나보고 싶으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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