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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는 '스몰 스텝'의 시작

연화쌤의 초대를 받았다.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였다. 숲 속에 지은 집처럼 소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고즈넉한 아파트였다. 별다른 목적은 없었다. 그저 한적한 오후의 평화로운 수다가 목적이었다. 그렇게 세 시간을 떠들다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다음 날까지 마쳐야 하는 일이 있었지만 나는 이 시간을 택했다. 오히려 머리는 맑아지고 아이디어는 샘솟았다. 그러고보니 이 분을 처음 만난 것도 '쓰닮쓰담'이라는 글쓰기 모임에서다. 함께 만난 태연님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만난 글쓰기 모임의 인연이 벌써 반 년 이상을 이어가고 있다. 12주(6회 격주 모임) 간의 모임을 두 기수나 함께 하고도 시간이 몇 주 지났으니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런 관계가 주는 가장 큰 힘은 안심과 자유이다. 무슨 말을 해도 비난받을 것 같지 않고, 어떤 행동을 해도 자유로울 것 같다. 우리가 꾸역꾸역 모임을 이어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 아닐까? 1,2기 모임은 수업이 끝났음에도 자발적인 모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이전의 나라면 꿈도 못 꿀 일들이다.



도대체 누가 부자인가?


'부자'란 무엇일까? 일련의 독서를 통해 부자의 기준을 다시 세우고 있는 중이다. 월 200을 받는 사람이나 월 1000을 버는 사람이나 모두 노예라는 도전적인 메시지가 새롭지는 않다.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이른바 자본 소득이 중요하다는 말 역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통해 전해 들은지 십 수년은 지난 것 같다. 그 깨달음이 금융지식에 눈 뜨게 만든 것도 성과라면 성과일 것이다. 하지만 부자에 관한 정의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설명은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친밀한 관계, 건강, 그리고 돈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도 돈의 노예로 살아가는가. 연봉 1억을 버는 사람도 그 일에서 버림받고 나면 그의 삶 역시 나락으로 추락한다. 모아둔 돈이 있다 해도 까먹는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잃어버리는 것이 건강이고 관계이다. 성공하기 전까지는 가까운 친구를 만나지 않는다는 CEO를 만난 적도 있다. 그는 지금 자유롭게 친구들을 만나고 있을까? 그런 성공의 자리까지 다가갈 수 있었을까?



자유로운 삶을 위한 스몰 스텝의 시작


어제 오후의 그 시간이 그토록 그들이 바라던 삶은 아니었을까? 나는 주말에도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 하지만 평일에도 원하는 시간에는 누구든 마음대로 만나는 삶을 살고 있다. 혼자 일하면서 얻는 가장 큰 자유 중의 하나다. 이제 50을 바라보는 나이, 건강해지기 위해 새해 부터는 마을 버스를 타지 않기로 했다. 웬만한 거리는 앞으로도 걸을 예정이다. 그럼에도 금융에 관한 지식은 끝없이 공부할 생각이다.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돈 많은 부자'가되기를 바라기 때문은 아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얻기 위해서다. 삶은 유한하다. 내일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아는 사람도 없다. 부자에 관한 정의가 바로서 서야 진짜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새해에 세운 목표 중 하나도 '부자가 되기 위한 스몰 스텝'이다. 돈 많이 벌기 위한 목표 세우기가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할 것이다. 돈과 친해지는 법을 배울 것이다.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버는 법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보람된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갈 것이다.



부자와 함께 한 일요일 오후


연화쌤의 집은 녹색의 식물로 가득했다. 나무색과 베이지의 인테리어가 마치 한적한 숲 속으로 놀러온 것 같은 묘한 아늑함을 주었다. 그녀가 집을 고를 때 가장 신경을 쓴 부분도 바로 그 점이라고 했다. 차도로부터 멀리 떨어진 아파트의 위치 역시 그녀가 가장 크게 고려한 부분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남편이 세상을 떠난 몇 년간을 홀로 앓아야 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반려동물을 해마다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 그녀가 스몰 스텝을 만나 다시금 활력을 찾아가는 모습을 눈 앞에서 바라본다. '쓰닮쓰담'의 후속 모임의 리더가 된 것도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나는 매일 글을 쓰고 그녀는 매일 그 글을 읽는다. 회사를 사랑하는 태연님 역시 같은 인연으로 만났다. 그녀는 내년에 부장 진급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본부장을 찾아가 승진을 안하면 안되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고 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김 부장'으로 불리는 것이 싫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말에도 회사를 찾아 쓰닮쓰담 숙제를 해온 그녀다. 내가 보기에 그녀 역시 일의 노예로 사는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오지랖 넓은 그녀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단골 되기'라고 했다. 길거리를 지나다 동네 가게 주인으로부터 수시로 인사를 받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라, 이 사람들이 알고보니 진짜 알부자였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와 어울리라고 했다. 부자와 함께 한 일요일 오후의 시간이었다. 누군가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바로 그런 부자의 하루였다.




박요철, 브랜드 스토리 파인더


- 개인과 회사의 브랜드 스토리를 '발견'하고 '정리'하고 '전파'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스몰 스텝프랜차이즈를 이기는 스몰 브랜드의 힘스몰 스테퍼'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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