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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는 '공간'은 어떤 곳인가요?

다시 쓰기 프로젝트 #01. - 액터정

* 이 글은 '평온한 액터정'님이 쓴 글을 고쳐 써 본 글입니다. 원래의 글이 너무도 좋아 제 스타일대로 바꾸어 다시 써보았습니다. 문제가 있어 글을 고쳐 쓴 것은 아닙니다. 이런 다양한 글쓰기의 방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다시 썼는지는 아래에 상세한 설명을 달았습니다. 이런 다시 쓰기가 여러분의 글쓰기에 용기와 영감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액터정님의 넓은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





"준비 없이 떠난 여행이라 아무 배경지식도 없었어요. 그냥 성당에 들어가 혼자 앉아 있었는데, 이유 없이 눈물이 줄줄 흘러서 깜짝 놀랐어요. 저는 천주교 신자도 아닌데 말이죠."


신기율씨가 쓴 '운을 만드는 집'이란 책을 읽었다. 소름이 돋았다. 내가 경험한 모습이 너무 생생히 글 속에 담겨 있었다. 2년 전이었던가. 스페인의 가우디 성당이라 불리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나도 똑같은 경험을 했었다. 이 글에 나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나였다.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뭉클함이 있었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들어갔던 그 곳에서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경이로움이란... 그때의 감동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 순간의 감동과 에너지가 나의 표정에서도, 다른 이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었으리라.



내 친구 써니가 이 책을 준 날은 공교롭게도 그녀가 30여 년 만에 처음 홀로서기를 하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종일 짐을 정리한 후 내게 건네 준 책이다. 나는 다음 주 모임 때까지 읽고 주겠다 말하고는 집으로 돌아와 차분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꾸만 밑줄을 치고 싶어진다. 그런 문장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쉽게 읽혀 빨리 돌려줘야지 했던 마음이 자꾸만 조급해진다. 결국 늦은 밤 써니에게 다음과 같은 카톡을 보냈다.


"나... 이 책 주문하려고... 주말이라 빨라도 월요일에 도착할 텐데... 이 책 그냥 내가 읽고 새 책 줘도 돼?"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마자 밑줄을 긋기 시작했다. 이틀을 기다릴 수 없을 만큼 너무나 공감 가는 내용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보니 얼마 전 놀러갔던 지인의 집이 떠올랐다. 주인을 닮아 정갈하고 평화로움이 묻어나는 집이었다. 그런데 이 집은 원래 온통 쓰레기로 가득한 신용 불량자의 집이었다고 했다. 지금의 모습을 보아서는 상상이 가지 않는 모습이었다. 모임이든 회사든 한두 사람의 변화가 그 팀의 분위기를 바꿔놓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 날 내 눈으로 보았던 평온하고 고요했던 그 집의 모습은 아마도 평소 그 분의 성품을 고스란히 닮았으리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100년 넘게 그 공간에 켜켜이 쌓인 사람들의 절실한 기도와 신앙심, 축복과 위로의 DNA가 마음을 정화시키고 감동을 주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머리가 아닌 마음이 먼저 움직이고 몸이 반응하게 하는 공간의 힘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수많은 사람이 남긴 흔적들이 그 공간을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닐까? 내가 새로운 곳에서 어떤 마음을 먹어야 하는지 무릎을 치게 했던 통찰력 넘치는 글이었다. 아직 절반도 채 읽지 못했는데 아껴 읽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소중한 책을 내게 추천해준 써니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조금 있으면 나 역시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간다. 나는 어떤 에너지로 그 집을 채울 수 있을까? 그곳에서 살아갈 나는 또 어떤 사람일까? 저자가 쓴 다음의 구절을 떠올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따라 퇴근 길의 저녁 풍경이 유난히 아름다웠다.


"'집이라는 공간을 좌우하는 가장 큰 에너지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나는 그곳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삶의 에너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공간에 큰 영향을 미친다."









1) 제목을 설명이 아닌 '질문'의 형태로 바꾸었습니다. 사람들은 질문을 받으면 그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본능이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2) 첫 문장을 인용구로 시작했습니다. 이런 구성은 글의 주목도를 높입니다.


3) 책의 첫 단락을 액터정님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방문했던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이 가장 매력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4) 너무 많은 사진은 글의 몰입을 해칩니다. 꼭 필요한 장면만, 그것도 몰입을 방해할 텍스트는 제외하고 실었습니다.


5) 성당 이야기, 이사 이야기를 앞에 배치하고 마지막으로 글쓴이의 정리된 생각을 마지막에 배치했습니다.


6) 글의 여운이 남도록 글쓴이가 읽은 책의 한 문장을 맨 마지막에 다시 배치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은 글은 좋은 구성을 가진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글을 쓰기 전에 앞으로 써내려갈 글의 구성을 고민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어떤 내용을 맨 앞에 배치해야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까? 마지막 글은 어떤 내용을 써야 긴 여운을 남길까. 사진은 어디쯤 배치하는게 가장 적당해 보일까? 교훈적인 내용은 가능한 한 중반이나 후반부에 배치합니다. 생생한 경험을 담은 대화체도 선호합니다. 가급적 1인칭 시점으로 써서 생동감을 주려고 애를 씁니다. 각각의 문장은 짧은 단문으로 고쳐 써 글의 텐센을 높입니다. 글쓰기는 '써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레고 블록처럼 쌓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생각나는대로 쭉 써보세요. 그리고 그 글들을 다시 배치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들여보세요. 제가 오늘 액터정님의 글을 고쳐 써본 것처럼. 읽기 좋은 글은 언제나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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