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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차 초보 요가 강사, 주연씨에게

그녀는 요가 강사다. 1년 정도 되었다고 했다. 마케팅 일을 그만 두고 시작한 이 일을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몸값을 올리고 싶다고 했다. 한 마디로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경험을 모두 이야기해주었다. 다음은 어제 내가 그녀에게 전해준 대화의 거의 모든 내용이다.



당신이 갖고 있는 것의 교집합을 찾으세요.


당신이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것은요? 일단 요가를 좋아한다니 첫 번째 원을 그려보죠. 하지만 모르긴 해도 이름난 요가 강사가 엄청 많을 것 같아요. 이 하나의 원으로는 차별화하긴 힘들거에요. 그리고 또 잘 하는게 뭐죠? 주변에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많다구요? 그것도 일종의 자산인 셈이에요. 또 하나의 원을 그리세요. 두 원이 겹치도록 그리는 겁니다. 일종의 교집합을 그려보는 겁니다. 겨우 1년 차이지만 매력적인 요가 사진을 많이 가지고 있겠네요. 아, 벌써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다구요? 좋습니다.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요? 여행을 좋아하는군요. 아쿠아리움에 가서, 경복궁에 가서 요가하는 사진을 찍어서 올렸네요. 그러면 또 하나의 원을 그리세요. 세 원이 겹쳐진 교집합에 마음에 드는 색을 칠하세요. 전국을 돌아다니며 요가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1년차 요가 강사, 어쩌면 이게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차별화'가 아닐까요?


어느 한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어요. 천재적인 재능과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김연아나 손흥민 같은 사람은 쉽게 나올 수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축구를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가 손흥민에게 배우고 싶어하진 않을 거에요. 요가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초보 강사님이지만 여행도 좋아하고, 사진 찍기도 좋아하고, 그래서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 같아요. 게다가 사람을 좋아한다면서요. 요가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당신을 찾아올까요? 몸매나 건강도 이유가 되겠지만, 가르치는 사람, 함께 하는 사람이 좋아서 요가를 배우는 사람도 없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당신이 그런 요가 강사가 되어 보세요. 왜 사람들이 클래스 101이나 프립 같은 서비스를 찾는다고 생각하나요.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사람보다는 나보다 조금 나은 사람에게서 마음 편하게 배우길 원해서는 아닐까요? 그림을 배운다고 해서 모두가 화가가 되고 싶어서 시작한 것은 아닐거에요.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쉽고 빠른 그림을 가르쳐주는, 그런 마음 좋은 강사를 더 좋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이미 그런 사람을 한 사람 알고 있거든요. '행복화실'을 운영하는 정진호 선생님 같은.


글을 쓰세요. 당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세요.


그 다음엔 글을 쓰세요. 글을 쓰기 어렵다면 사진이라도 올리세요. 단 최소 2년은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야만 합니다. 한 사람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도 경제적인 방법이 '글쓰기'가 아닐까 싶어요.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저는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 방법으로 고민했어요. 그리고 그 방법으로 스몰 스텝을 찾아냈죠. 지난 5년 간 꾸준히 실천하고 기록하는 일을 해왔어요. 그 경험을 브런치에 연재하니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그렇게 세 권의 책을 내고 네 번째 책을 계약했어요. 작은 회사를 돕는 브랜드 컨설팅 일을 지난 3년 간 해왔어요. 같은 방법으로 글을 연재하고 책을 낼 수 있었어요. 사실 책을 내는 건 돈을 벌기 위함은 아니에요. 하지만 내가 누구이고 무슨 일을 하는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죠. 전문지 기자로 일하던 시절, 특집이 잡히면 맨 먼저 하는 일이 관련된 책을 찾아보는 일이었어요. 책의 저자만큼 검증된 전문가를 찾는 쉽고 빠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기록으로 남기세요. 블로그나 브런치를 꾸준히 쓰고 SNS도 열심히 하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해당 분야의 책을 내보세요.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나 사람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단 여기서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겁니다. 어느 해인가, 자기계발에 관한 책을 매 주마다 읽고 서평을 썼어요. 그렇게 1년을 지속하니 파워 블로거가 되더군요. 어떤 일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깨달았어요. 브랜딩이란 시간이 걸리는 일이에요. 한 사람의 마음을 얻어 결혼에 이르는 과정과 매우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만나자마자 마음을 열고 결혼까지 결심하는 사람은 극소수일 거에요(그마저도 실은 매우 위험한 일이죠). 그런데 꾸준히 할 수 있으려면 그 일을 좋아해야만 할거에요. 다행히 요가를 좋아한다니 매일 요가에 관련된 사진을 블로그나 인스타에 올려보세요. 그렇게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브런치에 연재해 보세요. 만약 2년을 그렇게 했는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저를 찾아오세요. 하지만 혼자서 꾸준히 한다는 건 매우 외롭고 어려운 일일 거에요. 그러니 스몰 스텝에 '요가방'을 만들어 보세요. 매일 요가 자세 하나를 정해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려보세요. 1년차 초보 강사란 정직한 컨셉으로 함께 할 사람들을 모아 보세요. 그렇게 모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강좌를 열어 보세요. 단 두세 사람이라도 정성을 다해 가르쳐 보세요. 지금은 500명인 스몰 스텝 모임도 처음엔 6명이 전부였답니다. 꾸준히 하려면 함께 하세요. 그게 당신을 브랜드로 만들어 줄거에요.


꾸준히 하세요. 가능하다면 함께 하세요.


브랜딩이란 결국 '차별화된 관계 맺기'에요. 꼭 최초나 최고가 아니어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처음 만난 사람과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최고의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것도 아닐 거에요.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선택하기 마련이죠. 당신이 요가 강사로 성공하고 싶다면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해요. 세상엔 최고의 요가 강사들이 엄청나게 많을 거에요. 그 많은 강사들 중에 굳이 당신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일단 나라면 최고의 강사에게 요가를 배우려 하진 않을 것 같아요. 일단 비쌀 것이고, 내가 요가를 통해 입신양명을 바라는 것도 아닐 테니까요.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고, 마음 편하게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꾸준히 그 요가 학원을 찾아갈 것 같군요. 남자이니 요가가 아니라 피트니스 클럽이라고 가정해봅시다. 나는 그런 트레이너를 한 분 알고 있거든요.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런데 그 요가 강사가 여행을 다니며 요가하는 사진을 매일 올린다고 가정해보죠. 호기심 때문에라도 그 사람을 찾아갈 것 같아요. 같이 사진을 찍고 여행을 다닐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바로 거기서부터 당신은 엣지 있는, 차별화된 요가 강사로 조금씩 알려질 수 있을거에요.


저라면 그 내용을 글로 옮겨보겠어요. 사진을 찍고 여행을 다니겠어요. 유명한 여행지의 랜드마크에서 요가하는 사진을 올리는 것도 꽤나 재미있지 않을까요?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신호등 사진만 찍어서 유명해진 사람도 있어요. 제가 아는 한 대표님은 낙서 사진만 찍으러 다니더군요.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표한하게 되어 있어요. 세상에 같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으니까요. 그러니 당신도 자신만의 유니크한 경험을 만들어 글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옮겨 보세요. 단 지치지 않을 만큼만. 그래야 몇 년을 지속하며 나의 존재를 세상에 알릴 수 있을테니까요. 낭중지추라고 했어요. 호주머니 속 송곳은 뚫고 나올 수 밖에 없답니다. 문제는 당신이 얼마나 뾰족해질 수 있느냐에요. 그러니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교집합을 찾으세요. 가능하면 당신에게 힘을 주는 일과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선택하세요. 최소 몇 년은 지속할 수 있을만큼 가볍게 시작하세요. 그리고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그게 어려우면 스몰 스텝 모임을 찾아오세요. 당신의 작은 도전을 응원할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항시 대기중이니까요.


혹 내가 하는 말이 도움이 되었나요? 부디 당신도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일을 통해 빛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게다가 함께 빛난다면 더욱 좋겠지요? 부디 건투를 빌어요. 한 번 뿐인 인생, 나답게 멋지게 살아보자구요. :)








* 이렇게 브랜드가 된 분들을 만나고 싶으시다면... :)


* 프립에서 함께 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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