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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스몰 스테퍼'를 썼는가?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샤워는 고사하고 입던 옷 그대로, 양치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잠 든 것이다. 그리고 오래도록 늦잠을 잤다. 근 몇 달 동안은 없던 일이다. 오늘 아침 일어나 어제 있었던 일을 복기해본다. 스몰 스테퍼 한 분을 만났고 강연을 했다. 오래도록 해온 '스몰 스텝' 강연이었다. 그런데 어느 때보다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이유가 뭐였을까? 같은 강연을 반복하다보면 '감'이라는게 생겨난다. 예를 들어 이 지점에서는 간간히 웃음이 터저야 하고, 이 차트에선 감탄이 흘러나와야 한다는 식이다. 그 예상이 어긋나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어제가 그랬다. 초반 30분 정도는 나도 모르게 바짝 긴장을 했다. 무표정한 얼굴들이 도무지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행인 건 그동안 넉살도 함께 늘었다는 것이다. 중반 이후가 되자 비로소 사람들의 몰입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30분은 나도 모르게 말이 빨라졌다. 흥분하면 일어나는 변화다. 나는 어제의 강연에 내 모든 것을 쏟아놓았다.


스몰 스테퍼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낸 '스몰 스테퍼'


지난 1년 간 '스몰 스텝'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스몰 스테퍼'는 사실 운영진들을 위한 헌정의 의미로 쓴 책이다. 처음엔 공저로 쓰려고 했다. 그런데 9명이나 되는 운영진 수가 발목을 잡았다. 대신 인세는 스몰 스텝 모임을 위해 쓰기로 했다. 스몰 스텝이 나 개인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책이었다. 감사하게도 '천그루숲' 출판사에서 그 취지를 공감하고 책을 내주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몇몇 사람의 비판을 감내해야 했다. 왜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는가, 운영진들을 자랑하고 칭찬하려고 낸 책이 아닌가.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나는 적잖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낸 사실에 후회는 없다. '스몰 스테퍼'는 지난 2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다양한 모임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고 있다. 한 사람의 변화가 아닌 모두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함께 한 성장의 감동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의 비판은 글을 쓴 나의 몫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다양한 스몰 스테퍼의 이야기를 다룬 데에는 조금의 후회도 없다. 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싣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스몰 스테퍼 중 한 분인 '나코리'님은 올해의 브런치 특별상을 받았다.


모두가 주인공인 삶을 살아갈 수 없을까?


사람들은 스몰 스텝의 또 다른 열매를 기대하는 것 같다. 새로운 이론, 새로운 변화, 새로운 결과들을 바라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스몰 스텝의 기본 취지는 너무나도 단순하다. 아주 쉽고 작고 사소한 변화들로 삶을 바꿔가는 것이다. 그 작은 성공들의 합이 자존감을 높이고 가장 나다운 삶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이 이야기를 평생에 걸쳐 반복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그 열매는 무엇이어야 할까? 나는 그것이 '함께 하는' 힘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스몰 스텝'이란 책을 쓸 때만 해도 나는 몰랐다. '나답게' 산다는 것이 결국 타인과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는 삶임을. 이번 주에 있을 2020년의 첫 번째 스몰 스텝 모임의 장소가 급하게 바뀌었다. 예상 인원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장소의 섭외와 공지 수정이 단 하룻밤 새에 이루어졌다. 리더 격인 나도 모르게 모든 일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 내가 강연을 다녀와 늦잠을 잔 하루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이것이 얼마도 자랑스럽고 뿌듯한지 모른다. 이미 그들이 이 모임의 진정한 리더가 되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말'이 아닙니다


평생 오직 한 가지 설교만을 한 목사님이 계신다. 그 분은 교회를 짓지 않았다. 수천 수만명이 몰려들자 다른 교역자들을 통해 교회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높은 뜻 숭의교회'라는 이 교회는 그런 식으로 기존 교회와는 다른 성장을 선택했다. 자신의 연봉도 모두 공개했다. 자진해서 세금도 낸다. 이 사회의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내기도 한다. 그런 그의 설교가 언제나 같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말이 아니다. 그 말을 지켜가는 실천과 변화이다. 나는 앞으로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변화의 기록들을 촘촘히 담아갈 것이다. 올해의 나의 키워드는 다름 아닌 '전파'이다. 스몰 스텝이 가진 가치를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할 것이다. 그 일에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을 것이다. 그리고 이 변화의 여정에 함께 하는 이들을 진정한 리더이자 주인공으로 만들 것이다. 그것이 다름아닌 가장 '나다운' 삶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 이토록 멋진 스몰 스테퍼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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