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액터정과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토요일 아침이었다. 이른 새벽, 내리 두 편의 글을 쓰고 잠깐 잠이 들었다. 그러다 불에 데인듯 놀라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신도림역으로 향했다. 오늘은 '디자인 2020 워크샵'이 열리는 날이다. 무려 7시간의 대장정이다. 스몰 스텝의 운영진이기도 한 액터정님과 함께 한 해를 디자인(설계)한다. 이미 작년에만 두 번의 워크샵을 했기 때문에 생소하진 않았다. 다만 7시간 동안의 워크샵을 견뎌낼지 생각해본다. 하지만 기우였다. 오히려 시간이 부족했다. 워크샵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같은 방향의 사람들과 서로의 설계안을 주고 받았다. 아예 워크샵 장소에 남아 함께 마무리하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독한 독감에 걸린 토욜님은 이 워크샵에 참여하기 위해 정량보다 더 많은 약을 털어넣고 왔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행복해 보였다. 문득 궁금해진다. 도대체 이 하루짜리 프로그램이 뭐길래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참여했을까. 그러다 불현듯 액터정님의 다음 한 마디를 하던 단호한 표정이 떠올랐다.


"자신 있습니다~!"



지난 해보다 더 나은 올 한 해를 꿈꾸고 있다면


스몰 스텝의 정모에서 강점에 관한 강의를 하기로 했을 때의 액터정의 반응이었다. 누군가 '살아있음'과 '충만'을 얘기한다면 그때의 액터정을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다. 자신이 경험한 것에 대한 확신과 누군가에게 그 유익을 나누고 싶다는 열정이 어우러진 단호함이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여왕벌을 쫓아가는 일벌과 비슷했다. '더 나은 한 해'를 열망하는 일벌들은 여왕벌이 뿜어내는 열정과 확신의 페로몬에 취해 7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한다. 쉴 새 없이 질문에 답해야 했다. 만만한 질문은 하나도 없었다. 삶의 '가치'와 '실행'에 관한 질문들이었다. 단 하나의 질문으로도 하루 종일 얘기할 만한 크고도 넓은 주제였다. 하지만 촘촘히 짜여진 매뉴얼을 따라 답하고 대화하고 나누다보니 주말 중 하루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이 모든 변화의 뒤에 숨은 액터정의 에너지가 흐뭇하고 자랑스러웠다. 우리가 스몰 스텝을 통해 만들어내고 싶은 변화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던가.



무엇이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 가는가?


2020은, 1월 12일은 그저 숫자일 뿐이다. 우리 일생에 빼곡한 수많은 날 중의 1년, 그리고 하루일 뿐이다. 하지만 그 하루에 의미를 담는 순간 그 날은 특별해진다. 그 해는 특별해진다. 누군가의 생일, 결혼기념일, 만난지 백일 혹은 천일, 시험에 합격한 날, 새해의 첫날, 마지막 날,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진 날... 그 순간 평범한 날이 특별해진다. 삶을  산다는 것은  특별한 날들을 늘려가는 것이리라. 누군가 지루하고도 고된 하루를 억지로 보내고 있을 , 다른 누군가는  평범한 날에 의미와 가치를 더해 놀라운 날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 날의 액터정이 그랬다. 그녀는 7시간의 마라톤 워크샵을 마치고 맥주 한 캔과 오징어 땅콩을 샀다고 했다. 나는 그 기분을 알것만 같았다. 힘들고 고된 일주일을 마친 후 맞이하는 불금의 축제. 그 때면 나 역시 맥주 한 캔을 들고 미드에 취하곤 했다. 열심히 살아낸? 한 주의 마지막은 더욱 특별했다. 마라톤을 뛰어본 사람만이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뛰는 순간의 절정감)를 경험할 수 있다. 삶에도 그런 러너스 하이가 있다면, 액터정에게는 바로 이 날이 그런 날이었을 것이다.



핑계를 대고 안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혹이라도 앵콜 워크샵이 열린다면 주저 말고 참여하시라. 삶은 계획한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 액터정은 지난 해 목표의 80%를 달성했다고 했다. 모두의 탄성이 이어졌다. 놀라운 것은 나의 경우다. 지난해 같은 워크샵에서 계획한 90%의 계획을 모두 달성했다. 가족과 여행을 가지 못한 단 하나의 목표 외에는 모두 이룰 수 있었다. 맨 마지막 목표는 책 한권 쓰기를 지우고 두 권으로 고쳐 쓴 흔적이 역력했다. 놀랍게도 나는 올해에 그 2권의 책을 모두 출간할 수 있었다. 소름이 돋았다. 한 해를 설계하고 살아낸다는 것, 그것의 힘은 이렇게도 놀랍다. 살아 있어도 죽은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인생 별 것 있나' 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별 것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세상을 바꾼다. 그들 자신도 행복하다. 인생의 절정감을 맛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는 명확한 가치와 이를 따르는 도전과 실행에서 온다. 그러니 삶이 무료하다면 한 해를 설계해보자. 함께 한다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 글을 읽고 마음이 움직였다면 액터정을 졸라보자. 혹시 아는가? 또 한 번의 앵콜 워크샵 기회가 만들어질지.








* '평온한 액터정' 블로그에 가서 워크샵 다시 열어달라고 조르고 싶다면~ :)


* 더 많은 액터들을 만나고 싶으시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