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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브랜드'가 된다

그녀의 이름은 이세진,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그런 그녀가 스몰 스텝 단톡방에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다. 송년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그렸다 한다. 몇 개의 선과 단순한 컬러는 일견 쉽게 그린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이 그림을 누구나 알아본다는 것이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단박에 그 사람을 떠올릴 만큼 얼굴의 표정을 세세하게 잡아냈다. 신기한 일이다. 사람들의 프로필 사진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러다 스몰 스테퍼 모두의 그림을 그릴 기세다.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단톡방은 난리가 난다. 만족감과 부러움이 요란스럽게 교차한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사람들의 기억에 '이세진'이란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다. 당장 나부터 프로필 이미지를 따로 요청하고 싶어졌다. 새로 쓰는 책의 일러스트를 부탁할까 욕심이 나기도 했다. 아마 다른 누군가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매일 반복하는 스몰 스텝이 브랜드를 만드는 순간이다.



그녀는 어떻게 매일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나 역시 그녀처럼 매일 그림 대신 글을 쓰는 중이다. 벌써 149일 째, 무려 다섯 달 가까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새벽 글을 썼다. 사람들은 놀란다. 어떻게 그렇게 긴 글을 매일 쓸 수 있는 것이냐고. 좋아하기 때문이다. 즐겁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데 들이는 노력보다 그로 인한 보람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새로운 힘을 얻기 때문이다. 아마 세진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게 되고, 칭찬을 듣는 선순환의 과정에 오르면 지속할 수 있다. 그것이 비록 생계와 크게 상관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하지만 이런 그녀만의 '드라이빙 포스(Driving Force, 사람을 움직이는 힘)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그녀는 서핑에 빠져 있었다고 했다. 너무 자주 취미가 바뀌어 고민이라고 했다. 끈기 없는 스스로를 탓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번 도전은 짧게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사람들이 그녀를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평범한 사람이 브랜드가 되어가는가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된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 되는 것일까? 나는 세진님에게서 그 작은 답을 하나 찾았다. 자신에게 힘을 주는 작은 습관을 하나 찾게 되고, 반복하고 되고, 칭찬을 받게 되고, 보람을 얻게 되고, 알려지게 되고, 지속하게 되고, 어느 날 우연히 사람들의 간절한 필요를 만나 수요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이 그녀가 만들어내는 '가치'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표현'에 대한 욕구가 있다. 프로필 사진 한 장에도 의미를 담는다. 뭔가 남다른 표현을 하고 싶어한다. 내가 세진님이라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겠다. 아주 작은 금액이라도 받고 사람들의 프로필을 그려주는 것이다. 그렇게 브랜드가 된 사람을 나는 알고 있다. '시현하다'라는 이름을 가진 김시현씨의 사진관이다. 이제는 잊혀진 증명사진 하나로 그녀는 돈도 벌고 유명해졌다. 무려 수십 만원을 받는데도 못 찍어서 안달난 사람들이 줄을 선다.



누군가에게 어떤 '이름'으로 불리워진다는 것은...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처럼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름'으로 불리기 원한다. 이 때의 이름은 단순히 남과 구별하기 위한 기호나 신호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존재감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누군가에게 꽃이 될 수 있을까?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때이다. 내가 잘하는 것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때로는 나라는 존재 자체만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이름이 불려질 때이다. 그러지 못할 때 우리는 우울해진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내가 나를 알아야 한다. 나의 진짜 모습을 찾아야 한다. 수백 일을 계속해도 질리지 않는, 수년을 지속해도 싫어지지 않는, 오히려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세진님에게는 그게 그림이었고, 내게는 그게 글이었다. 누군가에겐 그게 춤일 것이고, 다른 어떤 사람에겐 그게 장사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브랜드'라고 부른다. 매일 매일 한 장의 그림을 그리는 세진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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