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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유튜브 생활

요즘 저는 공중파 방송을 거의 보지 않습니다. 그 대신 잠들기 전이나 잠깐씩 짬이 날 때 유튜브를 봅니다. 아마 많이들 그러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변화가 생각보다 큽니다. 가장 큰 차이는 콘텐츠의 종류에 있습니다.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나와 웃고 떠드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나 혼자 산다'와 같은 그런 프로그램 말입니다. 그런데 주로 유튜브를 보다보니 콘텐츠의 종류가 훨씬 더 다양해졌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은 고양이와 같은 동물 채널이 많습니다.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에 들어가 사는 '메탈남'이 키우는 고양이들을 보신 적 있나요? 스마트폰으로 찍은 조악한 영상에 길고양이 일가족의 구조와 출산, 양육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뭐라고 계속 찾아보고 있네요. 최근엔 말벌과 호박벌을 키우다 못해 조련?하는 영상을 본 적도 있습니다. 꿀을 줘가며 매일 돌보니 키운 사람의 손을 찾아 안착하는 놀라운 장면을 보았습니다. 이런 장면을 공중파에서 볼 기회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저는 밀리터리 관련 콘텐츠도 좋아합니다. 전쟁의 역사와 무기 등에 관한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국방TV의 방송을 자주 봅니다. 이 방송엔 '샤를 세환'이라는 나름 이 세계에 유명한 기자분이 계십니다. 해박한 지식에 유머와 진행 능력까지 갖춘 이 분의 방송 보기를 즐겨 합니다. 지금은 한물 간 스타크래프트 방송도 즐겨 봅니다. '인피쉰'이라는 아이디를 가지고 무한맵에서 메일 3:3 게임을 하는 유튜브 방송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갸우뚱하시겠지만 뭔가 할게 마땅치 않을 때 즐겨보기로 딱인 콘텐츠입니다. 빠른 전개의 게임을 한 판 보고 나면 나름 스트레스가 풀리는 경험을 하곤 하거든요. IT 관련 유튜브 방송도 다양하게 자주 봅니다. 언더케이지, 잇섭 같은 유튜버들은 아직 시장에 채 풀리지 않은 스마트폰이나 패드류, 노트북 등의 기기들을 매일 매일 업데이트해줍니다. 차마 구매하지 못하는 기기들의 개봉기나 리뷰는 묘한 대리만족의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요즘은 비슷한 종류의 해외 방송들을 점점 자주 챙겨보고 있습니다. 알고보면 국내 방송들도 해외 유튜버들을 따라 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리뷰의 종류나 콸러티가 남다른 것도 분명합니다.



여러분은 요즘 어떤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고 계시나요? 유튜브가 단순히 보는 방식을 바꾸는데 그친 것일까요?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그저 방송 콘텐츠를 보는 시간과 기기만 달라진 것이 아닙니다. 신문에 난 방송 편성표를 보고 TV 프로그램을 보는 일은 이제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방송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접하는 콘테츠의 종류는 훨씬 다양해졌고 그 정보의 질은 더욱 고급스러워졌습니다. 물론 우리 자신이 방송의 생산자로 나서는 것도 쉬워졌지만 소비자로서 이러한 방송들을 접하는 과정도 진화의 과정에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옛날 같으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사람들이 이제는 각각 자신의 채널을 가지고 하나의 방송국처럼 활동하고 있는게 사실이니까요. 저는 이런 변화가 매우 유익하고 반갑게 느껴집니다. 그만큼 우리들의 다양성에 관한 욕구가 충족되고 있는 셈이니까요. 유튜브의 신통방통한 알고리즘은 제 관심의 영역을 날마다 확장시켜 줍니다. 저는 그 과정을 한 명의 소비자로서 유쾌하게, 그리고 유익하고 즐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젠 저만의 콘텐츠를 준비하고 싶은 욕망이 샘솟고 있습니다. 정말 좋은 세상이지 않나요? 우리도 모르게 이런 변화가 일상이 되는 현실이 즐겁고 신기하고 흥미진진할 따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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