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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직접 만들었어요, 나우(N.O.W) 생리대

어느 날 오후였습니다. 와이프가 조용히 저를 부르더니 둘째가 초경을 시작했다고, 얼른 가서 꽃다발과 케잌을 사오라고 알려주더군요.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마냥 애인 줄만 알았던 딸이 이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걱정과 달리 딸도 당당했습니다. 마치 생일처럼 딸아이의 초경을 함께 축하해주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초경 때문에 불편과 고통을 겪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됩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엄마의 조언을 듣지 못한다거나, 생활고, 교육의 부족과 같은 다양한 문제로 축제가 되어야 할 초경이 상처와 좌절의 경험이 되는 경우를 적잖게 접하게 됩니다. 생리대를 구하지 못해 깔창을 대신 사용했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 거에요.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나우 생리대를 만들고 계신 정연미 대표님입니다. 두 번의 미팅을 통해 만난 대표님은 마치 쟌다르크와 같은 여성 전사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당당하고 분명한 어조의 멋진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제품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얘기하는 동안 가끔씩 눈물을 훔칠 정도로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신 것도 엄연한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물었습니다. 거래처도, 공장도, 심지어 가족까지도 말리는 이 일을 왜 고집하고 계신지를 말입니다. 이미 쟁쟁한 대기업 제품이 마트에 가득한 생리대 시장에 모든 것을 걸고 뛰어드신 이유가 정말로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 의문은 확신을 넘어 응원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래의 인터뷰는 그 생생한 대화의 기록입니다.



Q. 생리대 제품을 만드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 자신이 오랫 동안 생리통으로 고생했어요. 그 때마다 내 몸이 이상해서, 약해서 그렇겠거니 생각했어요. 하지만 생리대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죠. 아무도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2017년, 대기업 제품에서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었어요. 그 때부터 뭔가 문제가 있겠구나 생각하고 파헤치기 시작했죠. 그리고 직접 안전한 생리대를 만들어 쓰게 되면서 20년 간 진통제 없이 살 수 없던 제가 생리통을 느끼지 못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저 뿐 아니라 많은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라는 확신이 들면서 이렇게 제품화에까지 나서게 되었습니다.


Q.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신건가요?


여성의 자궁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진공청소기처럼 만들어졌어요. 똑같은 화학물질이라도 피부보다 42배 이상 더 많이 흡수하죠. 게다가 여성의 자궁은 유방과 갑상선, 임파선에까지 연결되어 있어요. 그런데도 생리대와 생식 기관 사이의 관련성을 연구한 논문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수많은 중년 여성들이 여성경부암과 같은 다양한 질환으로 자궁을 적출하는 등의 수술을 받지만 이와 관련된 통계 자료조차 찾아보기 힘들어요. 꼭 생리대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인간의 신체 중 직접적으로 외부와 맞닿는 곳인데도 우리가 지나치게 무관심하고 무지하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죠.



Q. 일반적인 생리대와 달리 탑시트 소재(퀵드라이 커버)로 만드셨다는게 생소한데요.


2017년도에 불거진 생리대 관련 이슈로 인해 많은 회사들이 '순면 오가닉'을 마케팅 용어로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거의 모든 생리대 제품들이 면 제품임을 강조하죠. 하지만 면 소재는 수분을 한 번 머금으면 배출을 하지 않아요. 우리가 운동할 때 순면으로 된 옷을 입지 않고 기능성 소재를 입는 이유와 같아요. 통풍이 잘 되지 않으니 자주 갈아주어야 해요. 죽은 혈과 공기가 접촉하면 위생의 문제가 발생하는 건 당연한 거죠. 게다가 여성들은 마치 축축하게 젖은 손수건을 입에 대고 있는 기분으로 일상 생활을 해야 해요. 그 불편함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가 없는 것이죠. 더구나 실제 100% 면을 소재로 쓰는 것도 아니에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순면 느낌을 준다는 의미죠. 마케팅 용어이자 상술인 셈인 거에요.


Q. 나우 생리대는 이런 문제를 어떤 방법을 해결하셨나요?


2년 이상 전 세계의 생리대 제품을 모두 뜯어보고 연구했어요.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생리대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저의 두 딸 만큼은 제가 겪은 고통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8층의 레이어드 구조를 가진 진짜 보송보송한 제품 개발에 성공했어요. 나우 생리대는 탑시트에 혈이 닿으면 가장 아래 층으로 바로 내려보내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게다가 편백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소취는 물론 항균력까지 탁월하죠. 안전하게 3면으로 밀봉처리되어 있어서 외부 이물질로 인한 오염도 차단할 수 있어요. 보통의 다른 제품은 화학 성분 때문에 열린 구조로 만들 수밖에 없거든요. 제품 모양이 투박한 이유도 최대한 화학 성분을 배제하기 위해 불필요한 인쇄를 최소화했기 때문이에요.



Q. 대기업이라고 해서 이런 문제를 모를리 없지 않을까요?


2017년만 해도 생리대를 전문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채 10개가 되지 않았어요.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95%에 달했죠. 거의 독점에 가까운 구조인 셈이죠. 보통의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파는 제품은 안전하다고 믿을 수 밖에 없구요. 더 좋은 소재나 제품을 굳이 어렵게 연구할 이유가 없었던 거죠. 반면에 중소 기업 제품은 아예 유통을 할 수가 없는 구조에요. 판로가 없는데 누가 만들겠어요. 결국 2019년에는 생산을 포기할까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어요. 몇몇 네트워크 회사에서 제품을 넘기라는 유혹을 받기도 했구요.


Q.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한 번은 겁도 없이 편의점 브랜드를 찾아간 적이 있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도대체 디자인은 뭐며 왜 이렇게 비싸냐고, 중소기업은 절대 생리대를 할 수 없다며 싫은 소리만 잔뜩 듣고 나왔죠. 그런데 3개월 후에 그 이사님이 전화를 하셨더군요. 얘기를 들어보니 있길래 그냥 써봤다. 그런데 다른 제품으로 바꿔보니 훅 오더라는 거에요. 기존 제품이 얼마나 텁텁하고 질퍽한지를 깨닫게 된 거죠. 이런 일도 있었어요. 종종 학교나 아동 지역 센터에서 초경 교실을 하곤 해요. 그런데 한 아이가 생리통이 심해서 수업을 못하겠다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만든 생리대를 주었더니 아픈 배가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다고, 친구들에게 홍보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런 사례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차마 그만 둘 수가 없더군요.



Q. 어떻게 시장을 개척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작년 5월에 비로소 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어요. 물론 영업을 뛴 지는 1년이 넘었구요. 기보나 신보, 중기청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중소상공인희망재단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대기업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제품력을 인증받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작년 11월에는 미국 코트라의 도움으로 롯데 프라자의 17개 매장에 모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올 해 4월부터는 EBS와의 라이선싱 계약을 통해 콜라보레이션한 새로운 제품의 런칭을 앞두고 있습니다. 청소년과 학부모를 위한 EBS 초경 패키지 선물 세트는 벌써부터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고 있구요.


Q. 시중에 무려 1500여 개의 생리대 브랜드가 있다고 하셨어요. 굳이 나우 생리대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 번은 여대생들이 저를 찾아온 적이 있었어요. 생리대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찾아보니 대표가 모두 남자라서 놀랐다는 거에요. 왜 여자가 사용하는 제품을 남자가 만드냐는 의문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나우 생리대는 엄마와 청년들이 함께 만든 제품이라서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중년의 여성들이 연구 개발을 하고 청년들이 직접 검수하는 방법으로 건강한 생리대를 만들고 있어요. 편백 원료를 공급해주시는 여자 대표님의 경우 10분의 1 가격으로 원료를 공급해주시죠. 어떤 대기업도 이런 품질의 제품을 이 가격에 만들어낼 수 없을 거에요.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을 세심하게 배려하여 제품을 만들었거든요. 직원들의 진심과 정성이 가득 담긴 제품이기에 단순한 일회용품 생리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제품이라고 자부합니다.



Q. 그냥 생리대 제품을 만드는 것 이상의 가치 있는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제품을 구매하는 주 소비층은 엄마지만 여리고 어린 새싹 친구들이 쓰는 제품이잖아요. 신발 깔창을 생리대 대신 쓴다는 얘기가 한 때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었어요. 조부모나 편부, 편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겐 생리대 하나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 여자들만 알고 있는 고통을 함께 얘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건강한 소통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북한의 여성들은 지금도 나뭇잎이나 쓰다 버린 휴지로 생리대를 대신한다고 해요. 동남아에서는 여전히 수십 년 전에나 쓰일 법한 저품질의 생리대를 몇 번씩 다시 사용하고 있구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닌 여성들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이 문제로 고통받는 소외된 여성들과 소통하는 그런 브랜드로 키워가고 싶어요.


Q.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안고 있는 문제인데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역아동재단과 함께 학생들을 상대로 초경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생리대에 포도쥬스를 부어보는 등의 실습을 통해 여성의 몸과 초경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생생히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큰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EBS와 함께 출시하는 초경 패키지 제품에는 생리대는 물론 천연성분으로 만든 스프레이형 청결제와 탄생석이 달린 목걸이까지 포함되어 있어요. 초경은 한 사람의 온전한 여성이 된다는 의미의 축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단순한 제품을 넘어 하나의 건강한 문화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Q. 어쩌면 작은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느 날 저희 어머니가 마트에서 정말 맛있는 중소기업 의 딸기쨈을 발견하셨다고 해요. 너무 맛있어서 다시 사고 싶었지만 항상 그 매대에 있지 않아 안타까웠다고 하시더라구요. 인터넷에서도 구매를 할 수 없고 마트 독점이라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도 없었구요. 그런데 어느 날 물량이 많아져서 다시 먹어보니 예전의 그 맛이 아니라는 거에요. 아마도 물량을 맞추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타협을 한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면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소비자는 정말 귀신같이 안다고, 혹 잘 되더라도 돈 때문에 품질에 장난 치면 안된다구요. 저 역시 생산 단가 때문에 고민하던 터라 흘려들을 수 없더군요. 어머니의 그 말을 결코 잊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나우 생리대는 우리가 마트 매장에서 흔히 만나는 그런 여성 용품이 아닙니다. 소리없이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의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소통하고 해결해가는 건강한 문화이자 여성 운동의 시작임을 알게 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생리대 제품이 있습니다. 그런 시장에서 작은 회사의 제품이 대기업과 승부하는 일은 어쩌면 무모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작기 때문에 가능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나우 생리대는 우리 주변의 여성 용품에 대한 문제의식, 좀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고집, 초경을 맞는 아이들을 향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이 만들어낸 결정체입니다. 이것은 보통의 대기업 제품들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영역입니다. 하지만 나우 생리대는 끊임없이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애를 썼고 그 노력이 이 제품을 '남다르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브랜딩'이라고 부릅니다. 오늘의 인터뷰는 바로 나우 생리대가 어떻게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과정을 담은 기록이기도 합니다. 모쪼록 비슷한 환경에서 오늘도 고심 중인 많은 소상공인 여러분께 용기와 영감을 드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 이 컨텐츠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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