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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테드 사란도스는 열 여섯 살짜리 전문대생이었다. 그의 부모는 10대 시절 그를 가졌다. 뒤를 이어 동생들이 줄지어 태어났다. 네 명의 아이들로 인해 집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는 근처에 사는 할머니 댁을 찾아 하루 종일 TV를 보곤 했다. 그의 할머니는 특히나 연예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그에게 영화나 TV 프로그램은 정신 사나운 그의 집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나갔던 그는 우연히 새로 생긴 비디오 대여점을 발견했다. 테드는 가게 주인과 금방 친해져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디오 대여점 주인 데일은 테드가 자기 가게를 맡아줄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몇 달 뒤 테드는 매장에 있는 영화를 거의 다 보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미 살아있는 검색 엔진이 되어 있었다. 우디 엘런을 좋아하는 고객에게 테드는 앨버트 브룩스의 영화를 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뉴욕에 우디 앨런이 있다면 LA에는 앨버트 브룩스가 있죠.' 그를 찾는 손님들이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비디오에 빠진 전문대생이라니. 어린 시절의 내가 이랬다면 주위 어른들이 어떻게 나를 말했을지 그야말로 '안보고도 비디오'인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의 테드를 본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테드는 현재 넷플릭스의 콘텐츠 총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그의 어린 시절 경험이 직접적인 이유가 된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욕망이 이끄는 대로 충실하게 살았다. 문제는 이러한 그의 덕후 기질이 시대가 요구하는 재능이었다는 점이다. 좋은 브랜드란 자신이 소비자들에게 줄 수 있는 가치(쓸모)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것이 일방적이어선 안된다는 점이다.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치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소비자들의 욕구다. 비디오 가게에 들어서서 뭘 봐야할지 고민에 빠진 사람을 상상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일 그런 사람에게 누군가가 최고의 액션 영화 세 편을 골라 준다면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자신의 재능과 타인의 욕구가 만나는 지점에 인생의 정답이 있다. 영화광 테드가 그저 영화를 좋아하는 것에 그쳤다면 평범한 덕후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재능을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연결' 지을 수 있었다. 나는 이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모르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식이자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정말로 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이런게 아닐까?



자신의 욕망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돈을 받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조금만 노력을 기울여도 일취월장할 수 있는 사소한 능력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내게는 그게 다름아닌 글쓰기와 강연이었다. 그 중에서도 '강연'은 나이 마흔을 넘겨 발견한 생소한 능력?이었다. 식은 땀을 흘리며 마지 못해 나선 강연의 경험이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나를 칭찬하는 것에서만큼은 인색하기 짝이 없던 와이프도 나의 '세바시' 영상을 보고는 재미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가 그 강연에 어마어마한 노력을 쏟아붇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원고를 세 번 고쳐썼지만 각각의 원고를 쓰는데는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별도의 리허설도 필요 없었다. 잠들기 전 내가 쓴 원고를 떠올리며 가상의 강연을 상상한 것이 전부였다. 내게는 그게 쉬운 일이었다. 그저 늘 생각했던 바로 그것을 경험에 비추어 말하는 것으로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2년 전에 쓴 책 '스몰 스텝'이 다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강연 영상은 현재 20만 조회를 코 앞에 두고 있다. 이후 출판, 강연, 프로그램, 워크샵 개발 요청이 줄을 이었다. 마치 테드에게 영화 추천을 요구하는 긴 줄이 늘어섰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을 이끄는 그 힘이 시대의 요구와 맞닿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세바시 영상에서 한 번도 책이나 강연에서 하지 않았던 어려운 이이야기를 꺼내어 놓았다. 그 이야기는 세바시에 의해 강연의 맨 앞쪽 내용에 배치되었다. 하루 아침에 팀원과 팀장의 역할이 바뀌었던 기가 막힌 경험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는 지금도 때때로 그 때의 경험을 꿈 속에서 악몽처럼 만나곤 한다. 문제는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회사건 사이코패스를 연상시키는 인물이 하나쯤 있게 마련이다. 만일 없다면 자신이 그런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아마도 그런 이들에게 나의 이야기가 어떤 희망의 메시지로 들린 듯 했다. 공감에서 시작된 위로의 힘이 영상에서 책으로, 모임의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 6명에서 시작한 스몰 스텝 모임은 이제 600여 명을 넘긴 결코 적지 않은 커뮤니티로 성장해가고 있다. 나의 조그만 재능과 시대의 요구가 만나 알 수 없는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니 누구에게도 말하기 민망한 작은 재미를 발견한 그 무엇이 있다면 그 불씨를 결코 꺼트리지 말자. 매일 그것을 반복해 보자. 그리고 그 경험을 글로 옮겨 피드백을 받아보자. 나의 조그만 재미 혹은 재능을 세상의 필요와 연결해보자. 우리는 누구나 다르게 태어났다. 그 작은 재미와 재능을 발견치 못한다면 그건 당신이 게을러거 그런 것이다. 그 다음은 내 작은 욕구와 욕망을 세상의 필요와 연결시켜 보는 것이다. 전문대생 오덕이었던 테드 사란도스가 그랬던 것처럼. 세상에 둘도 없는 루저였던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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