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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약국 '키엘'은 어떻게 최고의 브랜드가 되었나?

1851년의 어느 날이었다. 그 해 콜롬비아 약대를 졸업한 존 키엘은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조그만 조제 약국을 하나 열었다. 그리고 내추럴 성분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효과를 지닌 제품들을 연달아 만들어냈다. 그는 상업적 광고나 프로모션을 배제한 채 오직 뛰어난 품질과 고객 중심의 서비스로 승부를 걸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키엘은 까다로운 뉴요커와 셀러브리티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울트라 페이셜 크림'은 사막 식물 추출물을 함유해 피부에 즉각적으로 수분을 공급한다. '칼렌듈라 꽃잎 토너'는 뛰어난 피부 진정 효과를 그대로 담아 내기 위해 꽃잎을 한 잔 한 장 채취에 병에 담는 전통을 고수한다. 키엘은 지금도 흔한 TV 광고나 홍보, 유명 모델을 기용하지 않는다. 오직 '제품'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전 성분 라벨을 가장 먼저 시작한 것도 키엘이었다. 내추럴 성분 및 자세한 제품 설명이 표기된 이들 특유의 정보 제공 패키징(Informative Packaging)은 1920년 부터 시작되었다. 모든 성분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자신의 피부 타입에 제품이 잘 맞는지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는 키엘이 추구하는 정직한 제품력의 상징이 되었다. 또한 최소한의 방부제만 사용하고 인공 색소나 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용기 역시 재활용이 가능한 것만을 사용한다. 공병 수거 캠페을 통해 수거된 용기는 친환경 섬유로 재활용된다. 키엘의 직원들이 입는 하얀 가운은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유니폼이다.


키엘은 1920년대부터 샘플 서비스를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이를 더욱 강화해 '사용해보시고 구매하세요(Try before you buy!)'라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고객들이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자신의 피부 타입에 잘 맞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키엘의 매장 내 직원들을 KCR(Kiehl's Customer Representavie)이라고 부른다. 키엘의 고객을 대표해 고객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은 브랜드와 스킨케어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의 피부 타입과 고민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준다. 일종의 1:1 맞춤 전문 컨설팅 서비스인 셈이다.



지금의 키엘을 만든 또 하나의 이유는 기업의 이윤은 반드시 사회에 환원한다는 기업 철학 때문이었다. 키엘은 2011년 브랜드 설립 160주년을 맞아 기부 사이트 '키엘 기브스(Kieh's Gives)를 오픈했다. 에이즈 연구를 비롯해 성소수자, 환경 문제, 아동 복지 등 4가지 측면의 사회공헌 활동을 더욱 활발히 이어가기 위해서다. YouthAids(전 세계 청소년들 대상 에이즈 퇴치 교육) 후원 활동, 아마존 밀림 보존 활동, 그린란드 환경 보존 활동, 매장 내에서의 공병 수거 행사를 통한 재활용 등의 사회 공헌 활동은 모두 이러한 그들만의 기업 철학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처음부터 큰 브랜드는 없다. 키엘 역시 뉴욕의 조그만 조제 약국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하지만 170년 가까이 이어온 이들의 성장에 세상에 없던 비결 따위는 없었다. 이들은 오직 '제품' 그 자체에 집중했다. 전 성분 라벨을 가장 먼저 시작한 것도, 최소한의 방부제만 사용하고 인공 색소나 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샘플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한 것도 다름아닌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제 막 시작한 작은 브랜드라 해서 기죽을 필요는 전혀 없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의 철학이다.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철학을 가진 브랜드는 나름의 방식으로 생존하고 성장하는 방법을 찾아다닌다. 갖가지 화려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으로 '연명'하는 가짜 브랜드들로부터 눈을 돌리자. 이 일을 시작한 이유에 합당한 나만의 답을 찾아다니자. 그 작은 노력들이 쌓여 결국엔 100년을 가는 브랜드를 만들어낼 것이다. 지금의 키엘이 그랬던 것처럼.




* 이 컨텐츠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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