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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신선 정육점 '정육각'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나?

돼지고기를 사랑한 공학도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김재연, 미 국무성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유학을 앞둔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긴 했다. 미국에선 삼겹살이 비싸 마음껏 먹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결국 인근 도축장에서 신선한 고기를 양껏 사서 구워 먹었는데 너무 많았다. 하는 수 없이 남은 고기를 썰어 지인들에게 팔았다. 뜻 밖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 더 구할 수 없느냐는 사람도 있었다. 그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같은 고기인데 먹을 때마다 맛이 달라질까? 사실 돼지고기의 유통기한은 도축 후 45일 정도다. 다만 팔리는 기간이 제각각이니 맛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는 이렇게 신선한 돼지고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숨은 니즈를 알게 되었다.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런 차이였다.



그는 유학의 길을 접었다. 본격적으로 고기를 팔아보기로 했다. 과외를 하면서 모은 전 재산 1,000만원을 투자했다. 안양 인근의 재개발 지역 공간을 저렴하게 3개월 간 빌렸다. 월세를 통으로 낸 후 남은 돈은 모두 돼지고기를 샀다. 어차피 3개월만 할거다 싶어 온라인 카페를 활용하기로 했다. 농산물 직거래로 유명한 '농라'라는 카페에서 고기를 팔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16년의 봄을 휩쓸었다. 소비자들이 환호한 이유는 '고기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거였다. 본격적인 사업의 길이 열리자 그는 안양에 있는 도축장을 찾아가 돼지고기를 납품해달라고 졸랐다. 텃세 심하기로 유명한 축산업계였지만 다행히 '젊은이가 축산업에 뛰어들다니 용기도 좋다'며 흔쾌히 거래를 터주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축산 시장의 생태계와 뒷 이야기 등 현실적인 부분들을 빠르게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개업 한 달 후 손익 분기점을 넘었다. 주부들 사이에 이미 입소문이 난 탓이었다.



이런 정육각의 성공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고기의 '신선도'에 있었다. 변질이 우려되어 육류 소비를 꺼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정육각은 주문량 예측 시스템으로 하루 발주량을 정확히 예측한다. 그래서 미리 작업해둔 고기를 판매할 일이 아예 없다. 도축한 뒤 1~4일 된 돼지고기를 패키징한 후 구매 당일, 혹은 다음날 까지 배송이 완료된다. 오전에 주문하면 빠를 경우 당일 저녁에 도착하고, 늦어도 48시간 내에 도착한다. 앱으로 주문하면 7시간 안에 집 앞까지 총알 배송이 이뤄진다. 어떻게 이런 배송이 가능할까? 가장 큰 이유는 마트 등에 비해 유통 단계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공장의 공급망 관리에 빈틈을 없앤 이유도 컸다. 발골 과정도 다른 업체와는 많은 부분에서 차별화했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작업반장 역할을 컴퓨터에 맡겼다. 작업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작업 지시 모니터를 보고 작업을 시작한다. 불필요한 작업이 사라지자 작업도 한결 빨라졌다.



정육각의 모든 제품에는 시리얼 넘버가 부착되어 있다. 무게는 물론 어떤 농장에서 출하되었는지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무료 배송 대신 할인 정책을 도입했다. 월 3,500원 만 내면 월 4회까지 무료로 배송해주는 '신선 플랜 서비스'도 도입했다. 향후에는 월 10만 원 지불시 고객의 기호에 맞는 고기나 계란, 우유 등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초신선 구독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결제에는 자체 개발한 '신선페이'를 선택할 수 있다. 무게에 따라 정확한 금액을 부과할 수록 결제 방식도 바꿨다. 이런 다양한 노력이 결과 소비자의 연령대는 3,40대에서 5,60대로 확장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눈으로 살피고 손으로 찔러 본 다음에야 육류를 구매하던 사람들이 요즘처럼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에서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육각의 회원 수는 17만 명에 달한다. 대기업 축산업체, 유통사 등에서 인수합병하고 싶다는 제안이 줄을 잇고 있는 중이다. 2019년 20억 규모의 후속 투자를 받은 이후 현재까지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상태다. 2020년도 예상 매출액은 260억 원 정도, 장기적으로는 식재료 비서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는 중이다.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장바구니에 알아서 담아지게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밀키트 제품 등을 활용해 만족스런 식문화를 제안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냉장고에 들어가는 모든 식재료를 초신선 상태로 판매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신선식품의 격을 높이는 것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육각은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정육점을 현실에서 구현하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일반적인 신선이 아닌 '초신선'을 지향한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들은 도축 이후의 전 과정에 IT 기술을 접목해 모두의 우려를 걷어내고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정육각은 아주 작은 개인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업을 시작했다. 엄청난 시장 조사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같은 돼지고기의 맛이 왜 이렇게 다른가?'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본능적인 질문에서 시작한 사업이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도축한 지 4일 이내의 신선한 고기 맛에 눈 뜰 수 있었다. 관행처럼 여겨지던 도축과 유통, 판매의 전 과정에서 혁신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 브랜드란 사람들의 숨은 문제와 욕구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그 영역은 우리들 삶의 곳곳에 아직도 무한하게 숨어 있을 것이다. 정육각은 그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 작은? 브랜드가 누리는 성공이 놀랍고 대단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 정육각 브랜드의 기본 정보 및 컨셉휠, 가치 제안 캔버스, 브랜드 폴리오로 정리한 파일입니다. 마음껏 자유롭게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 이 컨텐츠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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