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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화요비'의 20년 전 노래를 들어보셨나요?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방송인 박경림은 어느 날 놀라운 경험을 하나 합니다. 영어 실력을 쌓기 위해 하루 종일 미국 라디오만 들을 때였습니다. 천둥 소리와 함께 시작된 노래의 가사가 그 날 따라 귀에 잘 들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영어 실력이 늘어서는 아니었습니다. 그때 나온 노래는 박화요비(지금은 화요비)의 'Lie'란 곡이었거든요. 그 방송의 DJ는 어느 나라에서 만든 누구의 노래인지도 모르면서 이 노래를 소개했다네요. 그리고 제발 이 노래의 가수를 알려달라는 부탁도 했습니다. 언어와 국경의 노래를 뛰어 넘은 노래는 놀랍게도 화요비의 2000년 1집 데뷔곡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화요비 하면 '어떤가요'를 많이 떠올립니다. 그리고 약간은 엉뚱한 모습의 예능 프로그램 속 그녀 모습을 많이 기억하죠. 하지만 그녀가 성대결절 수술로 방송을 하지 못한 사실은 많이 알지 못합니다. 나아가 지금의 박정현을 능가하는 원탑 발라드 가수라는 사실은 더더욱 모르죠. 토종 한국인이면서 이 정도로 흑인과 같은 소울의 창법을 구사하는 가수는 지금도 없습니다. 특히나 'Lie'란 곡은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모창하는 일반인을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쉽게 따라할 수 없을 뿐더러 화요비와 같은 감정을 담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요즘 복고가 유행이에요. 오래된 것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뉴트로'는 몇 년째 트렌드의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핫한 브랜드와 수십 년 된 브랜드의 콜라보는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의류 브랜드 폴햄이 맛동산과 손을 잡는가 하면, 무신사는 참이슬과의 콜라보로 백팩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슈가맨을 찾아라'는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해진 명곡과 가수들을 21세기로 소환 중입니다. 그 중 몇 몇 가수는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합니다. '놀면 뭐 하니?'에서 가수 비를 찾아간 것은, 그의 노래 '깡'이 3년 만에 역주행하는 것이 우연만은 아닙니다.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에겐 단순한 추억의 소환이 아니라 새로운 개성과 취향의 발견이기 때문이죠.


물론 화요비의 노래는 개인적인 취향일 따름입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가수의 초창기 폭발적인 가창력과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게 만드는 창법, 당시 어린 나이임에도 감정을 실어 부르는 그녀의 소울을 보고 감탄을 이어갑니다. 전성기의 그녀는 박정현 조차도 가볍게 뛰어넘습니다. 성대결절 수술로 인해 그 때의 그녀를 재소환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더해져 더 큰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으냐고요? 진짜는 시대를 뛰어넘는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유행과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지켜나갈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화요비의 노래도 무려 20년의 세월을 견디고 이제 제 앞에 우뚝 섰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 중 원탑이 되었습니다. 지금 아이돌들의 노래와 비교도 할 수 없습니다. 화요비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미 제게 성공한 가수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 이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




* Lie, 화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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