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글쓰기를 위한 '최적의 시간'

서툰 목수가 연장을 탓하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글쓰기의 도구에 관심이 많을 뿐더러, 시간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건 철저히 경험에서 온 이야기입니다. 벌써 265일째, 저는 거의 매일 한 편의 글을 브런치에 쓰고 있습니다. 물론 며칠 빠진 적도 있었습니다. 쓰기를 위한 쓰기를 계속하던 때도 있었거든요. 양심에 가책을 느껴 며칠을 쉬었습니다. 하지만 천 일에 도전하는 목표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글쓰기에 관한 잔머리만 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매일 글을 쓰기 위한 '시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새벽에 글쓰기가 불가능한 한 두달 정도의 기간이 있었습니다. 와이프의 알바 때문에 아이들 저녁을 챙겨야 했거든요. 아무튼 그러다보니 자정을 한 두 시간 앞두고 글을 써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때가 천 일 글쓰기의 가장 큰 위기였습니다. 글감은 없고 시간은 쫓기고... 어느 날은 두 세줄 쓰기를 위한 쓰기를 마치고 안도하듯 잠자리에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저는 지금처럼 일어나자마자 모니터 앞에 앉았을 때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요. 새벽 시간엔 이상하게도 글이 잘 써지더라구요. 그래서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한 가지 가설을 세워보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새벽의 제 생각의 노트가 '백지' 상태라는 것입니다. 하루의 끝인 저녁이나 밤에는 이미 그 날 하루의 일로 머릿 속이 가득 차 있습니다. 세상엔 글쓰기 말고도 중요하고도 급한 일이 많게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글을 쓸 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인지하기 힘든 무의식의 세계도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반면 새벽은 제 머릿속 컴퓨터나 리셋되는 시간입니다. 잠들기 전 대략 어떤 글을 쓸지 구상을 하고 자면 더 쉬워집니다. 그도 아니면 오늘처럼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 자유로운 글쓰기도 가능합니다. 신기합니다. 저녁에는 그렇게 안 써지던 글이 새벽이 되면 이렇게 써진다는게. 물론 이 시간대가 정반대인 사람도 물론 있겠지요?


사실 몇 백일간 글을 써보기 전엔 이 차이를 알지 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 '경험'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새벽에 벌떡 벌떡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저녁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시작하는 하루는 제 삶에 남다른 에너지와 리듬감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가장 큰 건 매일 아침 뿌듯한 성취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작은 성공'이 저의 자존감을 매일 아침 새로 리셋시켜 줍니다. 한 편의 글을 쓰는 마음으로 하루의 일과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갑니다. 글쓰기가 가져다 준 뜻 밖의 유익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눈만 뜨면' 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을 찾아보세요. 그렇게 하루의 시작이 달라지면 하루의 전체도 달라질 것입니다. 어떠세요? 제법 그럴싸한 가설 아닌가요? :)

매거진의 이전글 가수 '화요비'의 20년 전 노래를 들어보셨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