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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필요 없다구요?

마케팅이 아닌 브랜딩의 영역에 들어오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가치와 철학, 비전 같은 말이 그것입니다. 저는 이상하게 이런 말들에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돈, 매출, 성과란 말도 거칠기 한이 없지만, 뜬 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리는 이 말들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0년 이상 브랜드를 고민하고 연구하다보니 이제야 조금은 감이 잡히는 것도 같아요. 이 '철학'이 밥먹여 주는 곳을 여러 번 만났거든요.


오늘 소개할 '하쿠쇼쿠야'라는 음식점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 가게는 백종원 선생님이 원하는 방향과 정확히 반대로 갑니다. 일단 이 음식점의 원가율은 48%에 달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은 싫어합니다. 하루 100그릇만 팔고 '저녁이 있는 삶'을 지향합니다. 이들은 아이디어도, 경험도,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필요 없다고 말합니다. 그대신 성실히 제대로 실행하고 매일 같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고객에게 정중한 사람을 선택했습니다. 과연 이러고도 이 식당은 잘 운영되고 있을까요?



이 식당의 숨은 기본 전제는 철저하게 낭비를 없애고 효율적으로 움직여 재고를 남기지 않는 데 있습니다. 경영자, 종업원, 고객 중 누구도 억지로 참거나 손해를 보지 않는 사업 모델을 목표로 하는 것이죠. 유니클로나 자라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이들이 이런 경영을 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바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100그릇을 완판하면 일하는 사람들이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는 소득을 얻고, 일과 가정생활이 양립할 수 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어떤 책은 게을리 일하면서도 월 500을 버는 콘텐츠 비즈니스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목이 직설적이긴 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적당한 수입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아느냐구요?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이거든요. 10년 이상 미친 듯이 '성공'을 지향해보니 그건 제게 맞지 않는 삶이었습니다.  그 생각을 남에게 강요할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어떻게 일할지에 대한 나름의 신념이 생겼습니다. 이런게 그토록 많이 들었던 '철학'이 있는 삶의 모습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이는 미친 듯이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그런 DNA를 타고 났기 때문입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에 뛰어들어야만 스트레스가 풀리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금요일 밤의 맥주 한 잔과 미드 한 편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을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삶과 사업이 가능해지거든요. 이 뉴스레터를 읽는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당신에겐 어떤 삶의 철학이 있습니까?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당신의 밥벌이와 직결되는 세상이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이 한 가지 질문을 가슴에 품고 스스로 답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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