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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본토의 맛, 크라이치즈버거의 비밀은?

우리는 종종 생각합니다. 햄버거처럼 간단한 음식이 또 있을까? 빵 사이에 고기와 야채와 치즈를 끼워 넣으면 끝, 요리처럼 보이지 않는 이 음식에 대해 경외감을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프랑스 요리의 화려함도, 이태리 음식의 맛깔스러움도, 일본 요리에서 느껴지는 디테일함도 없습니다. 거대한 체구의 미국인이 한 입 베어 무는 딱 그 장면만 인상에 남아 있죠. 그래서 우리는 햄버거를 패스트 푸드라고 부릅니다. 한 끼를 쉽고 간단히 떼우기에 더 없이 좋은 메뉴, 제가 알고 있는 햄버거에 대한 인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크라이치즈버거'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죠.


이 버거에는 토마토와 양상추, 양파와 치즈 그리고 돼지고기를 섞지 않은 쇠고기 패티가 들어갑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 부터입니다. 양상추는 2kg 포장을 썼다가 1kg으로 바꾸었습니다. 포장의 크기에 따라 양상추의 맛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치즈의 크기를 mm 단위로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이 버거의 대표는 매장이 아닌 공장에 상주합니다. 햄버거는 간단한 음식입니다. 그 만큼이나 기본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맛의 기본을 지키는 버거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본을 지키려면 손이 많이 가고 걷잡을 수 없이 비용이 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기본과 원칙을 미국의 버거들에서 배웠습니다.



'크라이치즈버거'의 대표는 군을 제대하고 햄버거 가게에서 알바를 했습니다. 그의 버거 사랑은 이 때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관광비자를 내고 3개월 동안 미국으로 건너가 햄버거만 먹었습니다. 내노라 하는 미국의 버거를 먹아본 그는 자신감에 불탔습니다. '별거 없네'라는 생각으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햄버거 가게를 열기 위해 5,000만 원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부천의 어느 골목에 12평 짜리 가게를 열었습니다. 그때부터가 고난의 시작이었습니다. 머릿 속에 그리던 쉽고 간단한 음식 버거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론과 현실은 달랐습니다. 싸고 맛있고 건강한 햄버거를 만드는 일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맛보았던 인앤아웃 버거의 맛을 떠올리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그 노력은 10년 여가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어떤 청년이 크라이치즈 버거를 만났습니다. 그는 햄버거 맛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보다 이들의 일하는 방식이 놀랍기 그지 없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완전히 정착한 이 곳에 묘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이 회사라면 오래 일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런 그에게도 고객을 향한 무한대의 서비스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습니다. 버거 하나에서 이물질이 나오면 그 테이블 전체의 햄버거 값을 받지 않았습니다. 고기 굽는 석쇠를 청소하는 스크래퍼 조각이 햄버거에서 나온 날이 가장 공포스러운 날이었습니다. 크라이치즈 버거의 대표는 그 손님이 일하는 회사의 전직원 300명에게 햄버거를 배달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는 지금도 고객이 가장 두렵다고 말합니다. 앞서 말한 그 청년은 이 회사의 이사가 되었습니다. 그가 대표를 대신해서 모든 매장의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공한 브랜드를 만날 때마다 뭔가 비법이 있을 거라 막연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그 브랜드를 찾아보면 그 특별함의 실체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 비법은 대부분 '기본'에 숨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진짜 기본은 말처럼 그렇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인앤아웃 버거는 그 맛을 지키기 위해 70년 간 세 개 이상의 메뉴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크라이치즈 버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대신 그 세 개의 버거맛을 지키기 위해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연구를 거듭합니다. 그러자 손님들이 가장 먼저 이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 먹어본 버거 맛이다, 버거킹 와퍼가 처음 들어왔을 때의 맛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버거다운 맛이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앞으로 평생을 만들어갈 버거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이들은 버거에 들어갈 소금의 두께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1mm가 만들어내는 버거 맛의 차이를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크라이치즈 버거가 꿈 꾸는 버거는 미국 본토의 버거 맛을 구현하는 것, 그 이상입니다. 아니 그보다 '원래의 버거맛'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고기와 야채와 치즈가 가진 황금의 비율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들은 70년 전통의 인앤아웃 버거가 자신의 도시에서 어떤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눈 앞에서 목도했습니다. 도시 사람들 모두가 그들의 버거를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런데 왜 한국에는 그런 버거 하나가 없는 것일까요? 그런 버거가 한국에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오늘도 계속되는 그들의 집요함의 원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랜딩을 어떻게 하면 되냐구요? 업의 본질에 집착하는 것입니다. 원래 버거란 어떤 맛이었을까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그 후에는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티는 것입니다. 크라이치즈버거는 그것을 해낸 버거입니다. 앞으로 그 맛은 더 좋아질 것입니다. 언젠가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러브마크가 될 것입니다. 그들이 지금의 이 초심을 잃지 않고 지킬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그리고 그 때의 버거는 지금의 버거와는 많이 다를 것입니다.






* 이 컨텐츠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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