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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릳츠는 왜, 골목 깊숙한 곳에 숨어 있을까?

프릳츠 양재점은 찾기 어렵다. 골목 깊숙한 곳, 오래된 가옥을 개조한 이곳을 찾으려면 따로 시간을 내고 마음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찾아가도 빵과 커피에서 드라마틱한 차이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1층 매장은 언제나 자리가 부족하고, 지하는 80년대 유행하던 홍콩의 어느 카페를 옮겨 놓은 듯 고풍스럽기 그지없다. 2층 매장은 그야말로 빵공장 옆에 테이블 몇 개가 놓여진 형국이다. 이 카페의 가장 특출난 점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레트로 풍의 폰트와 디자인이 선명한 굿즈들이 아닐지. 어쩌면 이 카페가 사랑받는 이유는 최근의 트렌드에 잘 올라탄 운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러다 오늘 이 카페의 대표가 한 인터뷰를 보고 하나의 의문이 풀렸다. 그는 프릳츠의 입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상권보다는 사계절 일정한 품질로 빵과 커피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중요했어요. 이사를 자주 다녀야 하면 매번 품질 관리 기준을 다시 잡아야 하니까요. 부동산(임대료) 문제 때문에 생존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곳을 찾아다니다 둥지를 튼 곳이 도화동이었습니다"



그제서야 프릳츠 매장들이 왜 그렇게 골목의 후미진 곳에 자리를 잡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목 좋은 곳에 입지를 잡으면 당연히 임대료 부담이 크다. 장사가 잘 되어도 임대료 때문에 옮겨갈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카페는 또 한 번 커피의 맛을 조율해야만 한다. 도화동이 그랬고 내가 가는 양재점도 그랬다. 보통의 카페라면 상상하기 힘든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소비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찾아가고 만다. 프릳츠는 그 정도의 자신감은 있었을 것이다. 기본을 지키는 맛이 신뢰를 얻으면 사람들은 아무리 멀고 험해도? 찾아온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의 프릳츠를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프릳츠는 초기부터 경쟁 카페보다 30% 정도 높은 임금으로 인해 업계의 원성을 샀다. 명절 대목에도 문을 열지 않는다. 직원들의 삶이 행복하지 않으면 결코 행복하게 손님을 맞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모든 직원에게는 결혼 수당, 상여금, 근속 수당이 주어진다. 아이를 낳을 때마다 지급되는 보너스도 있다. 혼자 사는 직원들에게는 '비타민 박스'를 보내준다. 체력단련비는 물론 '정기 정신 건강 검진'을 받게 한다. 서비스업의 고된 면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노동의 패러다임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가진 기술로 내 삶을 불안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



이로써 또 하나의 의문이 풀렸다. 프릳츠는 지속가능한 매장 뿐 아니라 노동과 삶까지 고민하고 있었다. 매장의 직원들이 유독 자연스럽고 여유있어 보였다면 이 기사를 나만의 과장일까? 이런 배려를 받는 직원들이라면 그 마음 속에 친절히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지 않을까? 멋지고 예쁜 카페는 많다. 값싸고 맛있는 카페도 많다. 하지만 직원의 행복까지 구체적으로 케어해주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카페는 커피만을 팔지 않는다. 빵도 아니다. 좋은 카페는 행복한 공간과 시간을 파는 곳이다. 직원들의 서비스가 차지하는 영역이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지금의 프릳츠를 만든 건 어쩌면 8할이 사람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 사실을 알기까진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말이다.





* 이 컨텐츠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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