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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온라인 생존법, '청년두부'에 배우다

대구 와룡 시장의 한 귀퉁이에는 조그마한 두부 매장이 있다. 한가로운 시장에는 나이 드신 분들과 외국인 노동자들만이 드나들 뿐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만으로 이 가게를 판단한다면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팔리는 두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서너 배는 많은 물량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나 아이디어스, 쿠팡 등의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팔려 나가기 때문이다.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코로나가 만든 풍경은 비단 마스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생존을 위한 투쟁의 공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옮겨가고 있다. 와룡 시장의 작은 두부 가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이 젊은 부부가 걸어간 길을 찬찬히 따라가 보자. 어쩌면 그 길에 우리가 배우고 싶어하는 '달라진 생존법'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Q.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직장 생활 6년 차에 와이프가 아이를 가졌다. 눈 코 뜰 새 없이 일하다보니 출근한 시간은 내 인생에서 없어지는 것 같았다.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다보니 내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와이프도 찬성이었다. 함께 직장 생활을 했는데 그때부터 함께 어떤 아이템으로 시작할지, 우리라면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Q. 왜 하필 두부였나?


친하게 지내던 형님이 두부 장사를 했다. 게다가 처가 쪽이 콩나물 사업을 하신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장인 어른의 반대가 심했다. 가게와 식당이 없어지는 모습을 수시로 보아 오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두부는 달랐다. 천연 간수 해양심층수로 만들어 두부 맛이 전혀 다르다고 확신했다. 물론 자본이 넉넉치 않았기에 공부도 많이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시식해 보았다. 그 중 제일 잘하는 집을 정하고 이 집을 넘어서기로 목표를 정했다.


Q. 직접 해보니 어땠나?


둘 다 전공이 공대 출신이다보니 연구하고, 기록하고, 레시피를 만드는 과정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일을 배우고 시작하니 이해 안되는 일이 많았다. 가르치는 분마다 노하우가 다 달랐다. 어떤 사람은 연기가 하늘에 닿으면 불을 끄라고 했는데, 또 다른 분은 나침반이 흔들리면 불을 끄라고 말했다. 인터넷과 책을 뒤져가며 공부를 계속했다.



Q. 시작이 순조로웠을 것 같다


처음부터 출발이 좋은 편이었다.  오픈 첫날부터 북새통을 이루었고 줄곧 손님은 많았다. 하지만 사계절 내내 동일한 맛을 내는게 어려웠습니다. 이게 변수 였다. 배울 때는 알지 못했던  거였다. 사계절 내내 배웠던 게 아니라 매일 매일을 기록하고 정보를 쌓아 레시피 화를 했다. 2년 반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감을 잡았고 1년 내내 동일한 맛을 내고 있다.


Q.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뭔가?


두부는 콩의 성질, 갈림과 불림 정도에 따라 결과가 다 다르게 나온다. 이런 변수를 제어하는 것이 작업의 핵심이다. 그 중에서도 콩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있어서 때마다 기온과 기후가 다 다르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산지의 콩이라 해도 온도와 습도에 맞게 다르게 관리해야 한다. 이를 모두 레시피화하는 작업이 정말 힘들었다. 좋은 콩을 받아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매수하지 않고 샘플을 받아 맛을 본 후에 소량만 주문한다. 걔중에는 자신이 어떤 종류의 콩을 재배하는지 모르는 농가도 있기 때문이다.


Q. 어떤 콩이 좋은 콩인가?


우선 빛깔이 좋아야 한다. 그 후에 삶아 먹어보면 맛이 천차만별이다. 청년두부는 다른 첨가제를 넣지 않기 때문에 바로 티가 난다. 일반적으로 기온과 기후의 차이가 큰 곳의 콩이 맛이 있다. 어떤 씨를 심었는지에 따라서도 차이가 많다. 콩이 크다고 해서 좋은 것만도 아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어떤 분은 따로 전화를 걸어 무얼 넣은게 아니냐고 따지는 분도 계시다. 콩을 잘 삶으면 나는 단 맛 때문이다. 이 때의 단 맛은 인위적인 맛이 아니다. 그러면 똑같은 국산품인데 그럴 수 있냐고 되물어 온다. 좋은 콩이 가진 원래의 맛을 모르기 때문이다.


Q. 맛의 차이가 그렇게 크다니 놀랍다


국산콩은 특유의 비린 맛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두부를 먹지 않는 분도 더러 계신다. 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두부는 콩을 잘 관리하고 삶아내기 때문에 비린 맛을 잡을 수 있었다. 그 대신 국산콩의 풍미와 고소함은 살렸다. 생식해서 드셔보는 걸 추천한다. 두부나 순두부도 그냥 먹어 보면 맛의 차이가 크다. 자신은 비린 맛 때문에 두부를 아예 못 먹는데 후기를 보고 시켜볼까 했다는 소비자를 만난 적도 있다. 이런 맛에 대한 자부심이 때문에 계약을 딸 때도 훨씬 유리한 편이다.


Q. 두부를 만들 때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면?


가장 중요한 건 기본을 지키는 일이다. 두부를 만드는 일은 단순하지만 변수가 워낙 많다. 콩을 불리는 시간, 관리하는 방법, 물의 농도, 삶을 때의 온도 등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따라서 이를 다 지키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우리 가게에 따로 의자가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 있을 여유가 없다.


Q.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새벽 5시에 나와서 두부와 콩물까지 만들면 오후 3시가 된다. 그때부터 택배를 위한 포장 작업을 시작해 6시면 퇴근한다. 매장에서는 최대한 일에 집중하기 위해 점심도 거를 때가 많다.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후에는 재고를 소진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처음에는 하루에 생산하는 두부를 팔기 위해 별의 별 고민을 다했다. 맘까페도 가입하고 심지어 신앙도 없는데 교회를 다닐 생각까지 했다. 박람회, 플리마켓, 장에 나가 파는 건 기본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만난 고객들이 두부 맛을 보고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싶다고 했다.



Q. 온라인은 판로를 늘리기 위한 방편이었나?


대구는 겨울이면 시장에 사람이 없다. 원래 따뜻한 곳이다보니 조금만 추워지면 예민해진다. 마냥 봄만 기다릴 수 없어서 온라인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엔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택배 기사님들이 물건을 던져서 두부가 부서지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온라인 판매를 그만 둘까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매장이 70%였다. 코로나 전에는 반반 정도까지 했었다. 그러다 지금은 온라인 매출이 3배 정도 많다.


Q. 청년 두부의 가장 큰 차별점은 뭔가?


간수부터 다르다. 천연간수 해양심층수는 응고력이 낮아 화학 간수를 사용하는 두부들에 비해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특유의 부드러움과 식감을 가지게 된다. 일단 맛을 보면 다르다. 우리가 만드는 두부는 100% 국산콩에 간수와 정제수가 더해져 만들어진다. 이 때 콩과 물의 비율이 중요하다. 그런데 콩의 비율이 떨어져도 국산콩 100%라고 홍보하는 곳이 많다. 우리 두부는 먹는 순간 콩이 많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원가 비율은 높지만 반응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이 차이를 기가 막히게 잘 안다.


Q. 온라인은 주로 어떤 채널에 입점해 있나?


처음에는 수수료 때문에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 먼저 입점했다. 다른 채널은 높은 원가율 때문에 쉽지 않았다. 그러다 아이디어스에서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았다. 지금은 쿠팡에도 입점해 있다.



Q. 세 채널의 장단점이 있다면?


네이버는 고객의 종류가 다양하다. 특별히 까다로운 사람도 많지 않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인스타를 열심히 했다. 아이디어스는 고객들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 블랙 컨슈머가 현저하게 적다. 쿠팡의 경우 첫 입점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하지만 신선 식품의 경우 100% 환불해 주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고객들이 없지 않다. 반면 시장 손님은 어머니들이 대부분이다. 상대적으로 어린 우리를 너무도 이뻐해주신다.


Q. 앞으로의 온오프라인 비중은 어떻게 달라질까?


코로나가 사라지더라도 이전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시대가 변했다. 온라인에 더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매장은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고객들의 반응을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 손님들은 솔직하다. 기가 막힌 피드백을 수시로 주신다. 이런 단골들을 통해서 우리가 성장할 수 있다. 매일 매일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라인에서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온라인으로 전환을 고민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조언을 준다면?


제품마다 다르겠지만 당장은 수제로 소량 판매를 권하고 싶다. 대부분의 포장 업자는 대량 생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라인은 장점만큼 단점도 많다. 다양한 블랙 컨슈머를 이길 멘탈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위생이다. 위생에서 실패하면 끝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꼼꼼한 포장도 필수적이다.



Q. 온오프라인의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후 마음이 편해졌다. 휴가를 가도 주문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만 판매할 때는 하루 생산한 두부를 다 못 팔까봐 항상 전전긍긍했다. 나도 모르게 장이라도 서면 왜 까먹었을까 자책할 때도 있었다. 비가 오거나 축구 경기라도 열리면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월드컵 때는 치킨만 주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일단 스트레스가 많다. 배송에서 문제가 많이 생긴다. 이를 견딜만한 강한 멘탈이 필수다.


Q.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일단 시작하시라 권하고 싶다. 시행 착오를 겪다보면 분명 방법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부와 같은 식품의 경우 지켜야 할 법이 많다. 관련 법규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매장에서는 발견치 못한 문제가 많이 드러나기도 한다. 면대면에서는 말 못하는 문제들을 온라인 소비자들은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긴장하면서 문제에 집중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 이 컨텐츠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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