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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 터치'와 양파 유괴 사건

지난 10월 25일, 페이스북 페이지 '인천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안타까운 소식이 하나 올라왔다. 맘스터치 부평 본점의 직원이 유괴되었다는 끔찍한? 소식이었다. 그런데 그 직원의 신상이 특이했다. '양춘삼'이라는 이름을 가진 '반려 양파'였기 때문이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았다. 양파의 광합성을 돕기 위해 잠시 밖에 내놓았는데, 그 사이에 누군가가 이 양파를 데려갔다는 것이다. 맘스터치 측은 춘삼이를 찾아주는 이에게 '싸이버거'를 사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리고 이 글은 게시 후 무려 3만 개의 '좋아요'와 1.5만 개의 댓글이 달리며 크게 화제가 되었다. 춘삼이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댓글부터 양파를 보관하고 있다는 제보글, 주변 경쟁사를 조사하라는 장난 섞인 댓글까지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디스패치'는 이를 기사회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양춘삼 유괴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얼마 후 같은 페이지에 또 다른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같은 양파 부모 입장에서 마음이 좋지 않다며, 맘스터치 간석점에서 또 다른 글을 게시한 것이다. 이 지점은 공교롭게도 반려 양파 '김양순'을 키우고 있었다. 춘삼이를 찾으면 양순이랑 소개팅 시키자는 응원의 글이었다. 이 게시물 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좋아요와 공감 댓글을 불러왔다. 그와 동시에 용의자를 제보하는 글도 함께 올라왔다. 용의자가 건물 안에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얼마 후엔 맘스터치 본사까지 이 이상한 이벤트?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공식 인스타그램에 미제로 끝난 양춘삼 실종사건을 해결하겠다는 공지글을 올린 것이다. 과연 이 유괴사건이 어떻게 끝날지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던 10월 31일, 드디어 이 사건은 훈훈한 결말을 맞을 수 있었다. 폐지 줍던 할아버지가 데려갔다는 수사? 결과가 공유된 것이다. 그와 동시에 맘스터치는 손님이 데려다 준 춘동이를 새롭게 키우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스토리텔링을 이야기한다. 멋진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 달라는 제의를 종종 받곤 한다. 무언가 대단한 아이디어와 큰 자본이 필요한 거창한 작업을 다들 기대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분명 좋은 스토리는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호감어린 구매로 이어지곤 한다. '브래들리'는 시각 장애를 가진 친구를 돕기 위한 시계로 만들어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물론 이 시계는 시각 장애임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기존 시계와 달리 만지는 것만으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하지만 친구를 배려하는 대표의 따뜻한 마음이 소개되지 않았다면 그와 같은 큰 인기를 얻기는 힘들었을지 모른다. 일본의 소형 가전 브랜드 발뮤다는 각각의 제품을 개발하게 된 멋진 스토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 오래 쇠어도 머리가 아프지 않은 선풍기, 겉은 바싹하지만 속은 촉촉한 토스터기의 개발 스토리는 읽는 사람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한다. 분명 이들은 제품이 아니라 스토리를 팔고 있었다. 물론 제품의 기능 역시 탁월한 아이디어와 완벽한 기술력으로 그 이야기들을 뒷받침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쩌면 그 양파는 맘스터치 조리실에서 처치 곤란하다는 이유로 우연이 컵에 올려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 양파 하나가 수천 만원짜리 광고보다 더 많은 홍보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브랜딩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된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된다.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한하게 많지 않을까? 크라이치즈버거의 직원들은 비탈진 입구를 올라오는 유모차가 없으면 뛰어나가 배웅한다는 자기들만의 약속과 전통을 지키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스킨미소'는 구매일을 적을 수 있는 스티커 하나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들었다. 브랜딩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 진정성이 담긴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다. 그런데 그 방법이 꼭 대단한 발상이나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작은 브랜드들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마는데 머무르지 말자.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발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고객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어쩌면 맘스터치는 바로 그 소소한 두 가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 이 컨텐츠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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