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짐승 파스타'라는 파스타 가게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 어느 날 '감바스알아히요'라는 새우와 마늘로 만든 메뉴를 주문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맛에 놀라 '월터'라는 이름으로 매일 후기를 올립니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이야기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가게 주인이 이 단골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메뉴명에 주문자의 아이디를 넣어버린 것입니다. '월터감바스알아히요'라는 메뉴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많은 네티즌들의 이목을 끌며 화제를 모으기 시작합니다.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갑니다. 그러자 이 파스타가게와 관련된 또 다른 미담과 후기들이 쏟아져나왔습니다. 네티즌들은 이 가게 사장님을 돈쭐(돈으로 혼쭐) 내주자며 이 일화들을 퍼나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까지 이름을 올리는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됩니다.
브랜드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혹자는 그런 스토리를 만들어줄 수 있냐며 물어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짐승 파스타'와 같이 입소문을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들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곤 합니다. 가짜 이야기는 설혹 퍼지더라도 생명력이 짧습니다. 공정에 민감한 네티즌들이 금새 그 이야기의 이면에 있는 진실을 파헤치곤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정성을 가진 브랜드 스토리는 오히려 이들에 의해 발굴되고 전파되곤 합니다. '짐승 파스타'의 모든 이야기들은 이들에 의해 진실임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동안 사장님과 단골들 사이에 주고받은 댓글들이 수없이 많이 발견되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월터감바스알아히요'는 그 작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많은 메뉴명에도 단골들의 이름이 붙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마치 마른 장작이 얹혀서 큰 불을 이루듯 세상에 퍼져나갔습니다. 단 한 번의 광고나 이벤트, 프로모션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스토리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은 전적으로 이야기의 진정성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스토리는 '브래들리'라는 시계 브랜드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시각 장애인 친구를 둔 유학생이 시각 장애인 친구로부터 시간을 물어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시각 장애인용 시계를 가진 친구가 굳이 시간을 물어보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 친구가 이렇게 답합니다. 소리가 나는 시계라 사람들 있는 곳에선 사용이 꺼려진다고 말입니다. 그때 이 유학생은 불현듯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소리를 내지 않고 만지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알 수 있는 시계를 만들 순 없을까? 그렇게 태어난 시계가 바로 '브래들리'입니다. 이 브랜드의 이름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던 어느 전쟁 영웅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만들어지지 않은, 발견되어진 이야기의 힘은 이 브랜드가 가진 가장 큰 자산 중의 하나였습니다.
다시 '짐승 파스타'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생각지도 못했던 유명세를 탄 이 파스타 가게는 어느 날 영업 종료를 알리는 공지를 올립니다. 넘치는 관심에 부담을 느낀 주인이 이 관심이 그칠 때까지 장사를 접기로 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차 안에서 와이프로부터 전해들은 저는 오히려 이 가게에 대한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있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검색을 통해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는 수고?를 기꺼이 하게 되었습니다. 가게에 가본 적도, 얼굴을 본 적도 없는 저지만 이 가게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짐승 파스타는 언젠가 다시 문을 열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발굴된 이야기는 또 한 번 널리 널리 퍼져나가겠지요.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 어떤 다른 가게의 자산보다도 더 큰 유산이 되어 이 가게의 평판과 가치를 높여갈 것입니다. 스토리로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 여러분도 이제 이해가 되시나요? 그렇다면 저는 다시 한 번 여러분께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최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하는 여러분, 여러분이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는 과연 어떤 스토리를 갖고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