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5일, 포스코에너지의 상무이사 왕희성은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대한항공 A380기의 비즈니스석에 탑승합니다. 그리고 탑승하자마자 '옆 자리가 비어 있지 않다'며 불평과 욕설을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주문한 라면은 설익었다며 퇴짜를 놓았습니다. 하지만 행패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식사 시간에는 미리 주문한 양식을 물린 후 다시 라면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짜고짜 갖고 있던 책의 모서리로 승무원의 눈두덩이를 다치게 합니다. 하지만 사무장이 진상을 묻자 '책을 들고 있는데 승무원이 와서 부딪혔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합니다. 이것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라면상무 사건의 전말입니다. 결국 그는 이 사건으로 직위해제 되었으며 포스코와 대한항공을 상대로한 소송에서도 모두 패소했습니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업하거나 실제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사람들을 '감정노동자'라 부릅니다. 2013년 4월에 일어난 이 사건은 이른바 감정노동자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많은 사람들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약 600만, 많게는 1100여만 명에 달하는 국내 감정노동자들의 일하는 환경은 아직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비단 라면 상무나 땅콩 회항 사건과 같은 소위 가진 자들의 갑질만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화 통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문제 해결을 돕는 상담원들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하루 종일 다양한 전화를 받으며, 소비자들의 다양한 언어 폭력을 홀로 감당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엄청난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마땅치 않은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퍼시몬트리'는 이런 감정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회사의 정주원 대표는 2004년 금융기관의 콜센터 상담사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15년간 활동하면서 노동자와 기업이 겪는 다양한 감정노동에 대해 눈을 뜨게 됐습니다.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체로 사후 조치나 치료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사실입니다.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퍼시몬트리는 '감동팁'이라는 앱을 개발했습니다. 고객이 칭찬하고 싶은 직원이 있을 때마다 모바일을 통해 쉽고 간편하게 마음을 담은 메시지와 사진을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감정 노동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감사의 표현과 감동의 선순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일반 유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는게 문제였습니다. 일단 우리는 퍼시몬트리의 핵심가치를 찾는데 집중했습니다. 다양한 질문과 '브랜드 컨셉휠'이라는 도구를 통해 이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세 가지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감사, 존중, 배려라는 선명한 가치들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가치들이 구체적인 활동으로 연결하기에 너무나 추상적인 단어들이었습니다. 또 한 번의 논의를 통해 퍼시몬트리에 필요한 것은 바로 '공감'과 '매력'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호응을 얻은 결과가 '보람'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방향성이 정해졌습니다. 그 다음 이어진 고민은 퍼시몬트리의 다양한 활동과 콘텐츠들을 '매력'있게 다듬어가는 작업이었습니다.
퍼시몬트리 역시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과연 우리의 고객이 누군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퍼시몬트리의 고객은 감정노동자와 기업, 일반 유저들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대상이 명확치 않다보니서비스의 성격도 모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오랜 토론을 통해 '칭찬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로 서비스의 대상을 넓혀보기로 했습니다. 더 많은 유저들의 참여 없이는 '감동팁'이라는 칭찬 서비스의 활발한 호응을 기대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서비스가 '매력' 있어지기 위해서는 감정 노동을 특정 집단의 것으로 국한하지 않고 '우리 모두의 문제'로 확대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스스로 행복하고 만족한 사람들이 비로소 타인의 문제에 '공감'할 수 있다는 당연한 깨달음이 이러한 결정을 가능케 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감정노동자가 어느 이름 모를 회사, 전화기 너머의 타인이라면 공감하고 배려하는 일이 쉽지 않은 법입니다. 하지만 우리 자신이 누군가를 칭찬하고 칭찬받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감사와 존중, 배려를 학습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이런 가설 하에 네 가지의 핵심 서비스를 선택하고 구체적인 서비스 실행 계획을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 두 번째 이야기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