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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두 권의 책에서 '진짜 브랜딩'을 배우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 그게 나의 업이다."


브랜드 컨설턴트 노희영의 책, 표지 뒷면에서 발견한 문구입니다. 파랗게 날이 선 칼의 모습을 본 듯 선명하고 섬뜻한 문구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빈 말이 아니었습니다. '마켓오'에서 '비비고', '계절밥상'에서 '삼거리 푸줏간'으로 이어지는 그녀의 프로젝트들은 그야말로 전쟁 같은 도전과 싸움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세상에 없던 브랜드부터 한물 간 브랜드를 다시 살리는 일까지, 그녀는 미친 듯이 일했고 그 결과는 찬란했습니다. 일본인들이 사재기하는 고급 과자 브랜드 마켓오를 를 만들어냈고, 세계가 열광하는 한식 만두 비비고 런칭에 성공했습니다. 물론 성공만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경쟁자들의 마구잡이식 확장에 계절밥상은 사그러들었고, 뜻하지 않은 모회사의 이슈로 삼거리 푸줏간은 직접 인수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프로젝트의 컨셉은 명확했고 과정은 디테일했습니다. 읽는 사람 숨 넘어갈 만큼 생생한 프로젝트들이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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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같은 날 읽었던 또 한 권의 책은 전혀 다른 브랜딩 방법으로 제 마음을 끌었습니다. 바로 용인에 있는 '고기리 막국수'의 김윤정 대표가 쓴 책입니다. 볕 잘 드는 한적한 동네 언덕에서 시작한 이 막국수집은 어느 새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맛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비법이 사소하고 대단치 않은 데 있음을 첫 장부터 말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대하는 마음씀에 최선을 다하며, 욕심 부리지 않고 진심을 다하는 브랜딩의 기본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마치 밍밍하고 씀씀한 평양 냉면을 대하는 기분입니다. 치열함 보다는 꾸준함을, 경쟁보다는 자기 수양을, 독함 보다는 선함으로 빚어내는 막국수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특별한 비법 따위는 없다는 저자의 말은 반만 진실입니다. 모두가 아는 그 평범한 진리를 오롯이 지켜내고 실천했기 때문입니다. 한 낮의 뙤약볕과 봄날의 나릇함, 한 겨울의 한파와 가을날의 여유로움, 두 책을 다 읽고 난 저는 냉탕과 온탕을 오간 듯 개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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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다 훌륭한 분들입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일가를 이뤄가는 모습에 존경을 표합니다. 하지만 어설픈 벤치마킹에는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는 노희영 대표처럼 독하지도, 김윤정 대표처럼 섬세하지도 못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두 책에서 배운 메시지는 선명합니다. 어느 누구를 닮으려 들기보다 나만의 일하는 방법, 살아가는 노하우를 깨쳐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두 저자는 그런 방법으로 자신만의 성공을 일궈냈습니다. 열매는 달았지만 과정은 쓰디 썼습니다. 그래도 독하게 만들어낸 브랜드들은 세상을 놀라게 했고, 진심을 담은 따뜻함은 사람들의 마음을 녹였습니다. 그 나름대로 빛을 내는 브랜드들은 바라보며 많은 이들이 배우고 싶어하겠지요? 하지만 참고는 하되 따라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노희영도 김윤정도 아닌 우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우리에게도 우리의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론이 존재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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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의 핵심은 '자기다워지는 것'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의 장점을 생각해봅니다. 탁월함까진 아니어도 남다른 나만의 일하는 방법을 고민해봅니다. 진실한 관계를 중시합니다. 기본에 충실합니다. 어려운 것을 쉽게 바꾸는 재주가 있습니다. 글과 말에 조금 재주가 있습니다. 조직은 버거워하지만 함께 어울려 일하는 것에는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지난 3년 간 40여 개의 브랜드와 함께 일해왔습니다. 많은 분들과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재밌고 신이 납니다. 노희영을 보고 주눅 들지 않습니다. 김윤정을 보고 게을러지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들다웠기에 성공과 행복을 얻어냈다는 사실입니다. 성장하는 브랜드들에 말해주고 싶습니다. 노희영 만큼 치밀하고 도전적인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아주 작은 가게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김윤정 만큼 진정성 있는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 한 마디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저 참고만 하라고 말입니다. 진짜 답은 다름 아닌 당신 안에 있다고 말입니다.








* 이 컨텐츠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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