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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으로 나만의 바다를 '경험'하는 법, 봉구아트

요즘 가장 핫한 트렌드 중 하나가 밀키트 시장입니다. 밀키트란 모든 재료가 손질되어 있는 상태의 반조리 제품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부대찌개를 먹고 싶다면 거기에 들어가는 주재료와 야채, 양념 등이 모두 포장되어 들어있는 셈이죠. 처음 밀키트 제품을 대했을 때는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라면처럼 순서에 따라 넣기만 하는 이것도 감히 요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다른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입니다. 완전히 조리된 기성품을 사먹는 것보다 마지막 단계라도 직접 참여하는 제품을 더욱 선호하는 트렌드가 확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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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문득 (꼰대같지만) 옛날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갖고 노는 거의 모든 장난감을 자연의 재료로 직접 만들어서 놀았거든요. 나뭇 이파리로 만든 피리라든지, 대나무를 잘라서 만든 딱총과 썰매, 심지어 눈을 가지고 이글루처럼 얼음집을 만들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다름 아닌 '경험'에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밀키트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그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매달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취미' 시장이 커진 이유도 비슷한 까닭 때문입니다. 우리는 '만들어진' 무엇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더 큰 희열을 느끼는 '인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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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구아트는 레진으로 멋진 바다 풍경을 만드는 '플루이드 아트(Fluid Art)'를 제작하는 브랜드입니다. 천안에 있는 넓은 작업실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는 묵묵히 '작품'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작업실 한 쪽에는 그가 레진을 활용해 만든 다양한 제품이 잔뜩 걸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제품들에는 모두 새파랗게 살아 있는 바다와 파도의 풍경이 가득했습니다. 이후 그가 시연해준 만드는 방법을 알고 나서야 그 디테일한 바다 풍경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레진과 색소를 적절히 배합한 용액을 나무나 도마 위에 자연스럽게 뿌립니다. 그리고 나서 드라이기로 바람을 일으켜 바닷물결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바다는 마치 진짜 바다 사진을 보는 것 마냥 청량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마치는 데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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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와디즈에 펀딩을 기획한 다른 회사의 대표님은 '상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중간 어디쯤엔가 있는 사람들의 '욕망'을 보았습니다. 그건 무언가를 내 손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경험'을 향한 원초적인 본능과 같은 거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 혹은 상품은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유니크'한 작품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팔리는 상품이 되기도 하겠지요. 그렇게 내 손으로 만들어진 나만의 아름다운 바다가 10분 만에 뚝딱하고 만들어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신기하고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전문가가 만들어낼 그 손끝의 아름다움을 따라가기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문가의 작품과 내가 만든 작품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면 어떤 걸 고르게 될까요? 많은 이들이 자신이 만든 제품을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요?



봉구아트는 많은 이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플루이드 아트 제품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그의 제품을 알아보고 와디즈에 펀딩을 하기 전까지 그것은 그저 전문가의 '예술'로만 머물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동일한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같은 재료로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들었는데도 각각의 바다는 백인백색 다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각각의 제품들엔 사람들마다의 '경험'이 오롯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작은 차이 하나하나가 유니크함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 작품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나만의 바다를 나만의 책상 위에 올려 놓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 위에 등대나 물개 한 마리 정도 놓아보면 또 다른 느낌이 나겠지요? 어릴 적 보았던 그 새파란 바다 위의 포말들이 거품처럼 부서집니다. 그렇습니다. 내 손 위에서 하나의 제품이 '작품'이 되는 신기하고도 놀라운 순간입니다. 나는 그렇게 나만의 '경험' 하나를 추억 속에서 건져 올릴 수 있었습니다.






* 와디즈 펀딩 - 나를 위한 힐링 타임, 나만의 바다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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