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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맛의 복원이 만든 브랜드, 덕화명란

명태는 아낌없이 주는 생선입니다. 통째로 국, 찌개를 끓여 먹습니다. 살을 뜨면 부침용이 됩니다. 게다가 말린 북어나 황태는 전혀 다른 맛의 식재료로 변신합니다. 명태의 간, 정소(아리)는 좋은 먹거리입니다. 아가미와 창난은 젓갈을 담가 먹습니다. 그 중에서도 알집에 소금을 더해 삭힌 것이 바로 '명란'입니다.


명란의 원조는 한반도입니다. 일본이 아닙니다. 1907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명태 어업을 하던 '하구치 이즈하'가 명란의 상품성을 일찌감치 알아보았습니다. 그는 1908년 부산 부평동으로 상점을 옮겨 일본, 대만, 만주 등으로 수출을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가 바로 명란이 국제화된 상품으로 탈바꿈한 시작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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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고 장석준 회장이 '덕화푸드'를 창업했습니다. 2011년에는 수산제조분야 최로 '대한민국명장'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무려 38년 간 명란 만들기에 집념한 공을 인정받은 것입니다. 그는 명란 하나만으로 '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뒤를 이어 아들 장종수 대표가 더 깊에 명란을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지금 명란 시장의 90%를 일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2008년 한국의 공식 명태 어획량은 0%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베링 해역에서 잡은 명태의 알집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2017년부터 명란과 아보카도가 식재료로 소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장대표의 10여 년간의 연구가 이런 변화와 맞물리며 국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가업을 이어 받아 진행한 도전은 첨가물 저감화 프로젝트였습니다. 합성보존료, 타르 색소, 발색제 등을 넣지 않고 자체 개발한 천연 추출물을 사용했습니다. 염도는 기존 재래식 명란의 3분의 1 수준인 4%로 줄였습니다. 그때 그대로 명란, 백명란, 조선명란, 명란 튜브 등을 새로이 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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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덕화푸드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다름아닌 사람입니다. 제조라인에는 10년 이상 함께 일한 50대 여사님들이 있습니다. 회사 내에는 연구직 사원만 다섯 명이나 됩니다. 숙련을 통해 발효 기술의 완성을 이루는게 장 대표의 목표입니다. 안정적인 제조 시스템과 숙련된 근로자들, 연구소를 통한 R&D의 조화가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그는 명란을 둘러싼 우리의 감각, 맛의 기억이 지워져 있다고 말합니다. 싱싱한 비린내가 나면서도 씹으면 알알이 탁탁 터지는 쩡한 맛을 복원하고 싶어합니다. 명란의 맛에 대한 기억이 없는 지금의 세대는 소금기 덜하고 덜 곰삭고 더 조미된 명란에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명란은 염지와 조미에만 너무 빠져 있었다고 그는 믿습니다.


명란은 평범한 식재료입니다. 지금과 같은 사랑을 받기 전까지 100% 일본으로 수출되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조의 자부심을 회복한 덕화 명란은 '브랜딩'에 집중했습니다. 패키지를 바꾸고 인문학적 감수성을 가지고 명란을 연구했습니다. 명란 '본연'의 맛을 찾는데 집중했습니다. 먹기 좋은 튜브형을 만드는 등 편리함에 대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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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이지신, 오래된 것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면 전혀 다른 제품이 됩니다. 호미가 그렇고 호랑이 이불이 그렇습니다. 굳이 뉴트로 트렌드를 들먹이지 않아도 '본래의 우리 것'에 대한 아이템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비비고 만두는 우리 특유의 입맛을 살려 세계적인 기호 식품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렇듯 오래되고 평범한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브랜딩'입니다.


바깥의 화려한 브랜드에서 잠깐 눈길을 돌려 보세요. 지금 가지고 있는 우리 것의 가치를 되짚어 보아야 합니다. 1990년 대의 명란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본래'의 맛을 고집한 결과 지금의 덕화명란은 제 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습니다. 과연 이런 제품이 비단 명란 뿐일까요?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우리의 제품, 서비스를 돌아보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이 컨텐츠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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