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금돼지 식당'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삼겹살을 좋아하는 분들은 한 번쯤 가보셨을 법도 합니다. 무려 미슐렝 가이드 빕 구르망(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에 오른 식당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만나본 전문가의 의견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뼈에 붙은 삼겹살은 상대적으로 부패가 빨리 진행된다고 하더군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식당에 끊임없이 줄을 서는 이유가 궁금했다고 합니다. 더구나 이름만 따른 똑같은 컨셉과 인테리어, 테이블 세팅을 전수받은 식당은 홍대에서 얼마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고 하네요. 분명 맛 외에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겠지요?
일단 금돼지 식당은 인테리어에만 서너 달 공을 들였습니다. 약수역 인근의 좋은 입지도 한몫했습니다. 그리고 이 식당은 평범한 삼겹살을 예쁜 도마에 내놓으며 구매 당시의 가격표 태그를 그대로 보여주며 서빙하고 있습니다. 볼거리와 진정성을 한꺼번에 보여준 셈이지요. 게다가 돼지코가 그려진 귀여운 앞치마는 언제나 찍을 거리를 찾는 인스타그램 유저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아이템임에 틀림없습니다. 뼈삼겹의 맛에 대한 호불호는 둘째 치고 일단 요즘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에 성공했다는데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찾는 궁극의 식당은 '맛'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거에요. 마케팅이 중요치 않다는게 아닙니다. 이 둘이 만났을 때 10년이고 20년이고 지속 가능한 브랜딩이 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런 면에서 수제 버거의 원조격인 '브루클린버거'는 최근 만나본 햄버거들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맛이 있었습니다. 주변 인테리어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풍미 있고 균형 잡힌 맛에 도취할 수 있었거든요. 신기합니다. 그동안 적지 않은 최고의 버거들을 만나봤지만 이렇게 속이 꽉 찬 진정성? 있는 맛은 처음입니다. 제 입맛에는 짠맛이 강했지만 그마저도 '미국 스타일'이니 하며 눈을 감아줄만 했습니다.
함께 동행한 크라이치즈버거 이사님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제버거의 역사는 길버트 버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거기에서부터 제레미 버거나 브루클린 같은 브랜드들이 뻗어나왔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여전히 나름의 팬덤을 가진 버거 브랜드로는 '브루클린'을 첫 손에 꼽는다고 합니다. 브랜드 컨셉에 맞는 문 손잡이를 찾느라 오픈을 미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까지 전해집니다. 그제서야 뉴욕의 어느 햄버거집을 떠올리게 하는 '미국스러운' 인테리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포스터 하나, 창가에 놓인 인형 하나하나를 예사롭지 않게 쳐다보게 됩니다. 분명 이곳은 예쁘기만한, 요란한, 어디선가 본듯한 익숙한 인테리어와는 달랐습니다. 그 정점은 가게 안을 채운 외국 손님들에 의해서 완성되는 듯 보이더군요.
마케팅도 중요합니다. 맛은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브랜딩은 이 둘의 조화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진정성 있는 마케팅은 결국 본질에 천착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크라이치즈버거가 고민하는 점도 이 부분입니다. 햄버거는 결국 미국의 음식입니다. 미국 본토의 스타일을 따라하는 것은 본질을 고민한 데서 온 당연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사랑받는 최고의 버거가 되려면 우리의 입맛과 스타일을 따르는 것 역시 마땅한 일입니다. 결국 그 교집합을 찾는 것이 브랜딩의 핵심입니다. 본토의 스타일로 한국 사람의 입맛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장인 정신과도 같은 크라이치즈버거 대표님께 자꾸만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리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제 크라이치즈버거는 한국에 있는 미국 본토 사람들에게 그 맛을 평가받을 이벤트를 하려고 합니다. 아울러 그동안 소리소문없이 햄버거를 지원해왔던 경찰서와 소방서, 보육원 아이들의 이야기도 전해보려 합니다. 미국의 맛에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사실 음식이 가진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됩니다. 뿌리는 외국이지만 한국화된 음식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몽골에서 건너온 소주가 그렇고 고추가루를 만나 새롭게 탄생한 김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루클린버거는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맛의 5할은 이 브랜드의 오너가 가진 맛과 스타일에 대한 고집스런 집착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크라이치즈버거는 그 맛을 절반의 가격에 구현하고자 합니다. 그 노력을 응원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