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티넘 '월간칫솔' 이야기 #01.
저는 한 때 전자 제품 판매사원이었습니다. 주 고객은 외국인 노동자들이었죠. 그때 막 출시된 아이패드 2를 비롯해 주로 태블릿 피씨와 카메라를 팔았습니다. 그 때 우연히 내 눈에 송풍구에 꽂아 쓰는 스마트폰 거치대가 들어왔습니다. 그때만 해도 스마트폰은 보통 조수석에 두거나 계기판 앞에 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당시 내 차량은 스마트폰을 거치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항상 조수석에 스마트폰을 던져두고 운전을 했습니다. 가끔 급제동이나 커브길에는 스마트폰이 차량 시트 아래로 떨어져 찾는데 애를 먹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 때 마침 펀샵에서 판매하는 송풍구에 꽂아 쓰는 스마트폰 거치대를 발견했습니다. 순간 이거다 싶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알리바바를 검색해보았습니다.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이 아주 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무역의 '무'자도 모르는 내가 구글 번역기와 얄팍한 영어 실력에 의존해 중국의 수출업자랑 소통했습니다. 제품 원가에 비해 마진이 좋았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불티나게 팔려 나갔습니다.
사람들은 내게 묻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초대박 제품을 발견할 수 있었는지를. 그러면 나는 답합니다. 댓글과 Q&A를 살펴보라고, 바로 거기에 사람들의 숨은 욕구와 욕망이 넘쳐나고 있다고 말입니다. 저는 바로 그곳에서 다양한 제품 카테고리와 산업별 트렌드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녹지 않는 얼음을 발견했을 때도 비슷했습니다. 이 제품은 이미 2013년에 한 번 시장에 풀렸던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판매자는 더 이상 그 제품을 팔지 않고 있었죠. 그런데 2015년에 다시 그 제품을 쿠팡에서 만났습니다. 다시 엄청나게 팔리고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알리바바를 찾았습니다. 예상했던대로 훨씬 저렴한 가격의 아이스 큐브를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패키징이었습니다. 그 제품은 구성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냥 에어캡에 둘둘 말린 채로 함부로 팔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이 제품을 더 고급스럽게 보일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기존 4개 세트 제품에 더해, 얼음집게가 들어 있는 8개 들이 세트를 새로 주문했습니다. '스카치 로얄 실버 에디션'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도 붙였습니다. 로고를 만들고 패키징 박스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레이저로 로고를 새겨 넣었습니다. 그렇게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이 준비한 제품은 티몬과 위메프에서 무섭게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많지 않았지만 네이버에도 함께 올려두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네이버에서만 수 백개씩 팔리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어 판매자에게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네이버 쇼핑 메인에 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4개월 동안 1억 8천 만원어치가 팔려 나갔습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판매에 자신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템을 늘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고양이를 위한 보온 방석을 팔았습니다. 여행용 목베게를 팔았습니다. 부피가 크지 않으면서 따로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되는 제품이 주 타겟이었습니다. 2017년에 판매하기 시작한 이 제품은 지금까지 무려 10만 개 가까이 팔려나갔습니다. 누군가는 한국 시장이 좁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겐 1,000만 대의 차가 돌아다니는 한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굳이 아마존까지 진출할 필요를 못 느낄 정도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 넘쳐납니다.
목베게는 한국에 없는 디자인을 발견하고 바로 샘플을 주문한 케이스입니다.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은 이 제품을 1,400개나 주문했습니다. 마침 잘 팔리고 있던 차량용 거치대 때문에 MD의 도움을 받아 첫 화면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틀 만에 1,000개가 팔려나갔습니다. 와이프는 물론 장인어른과 처남까지 불러 택배 포장을 해야 했습니다.
그 다음 제품은 강아지 인형이었습니다. 마침 그 해(2018년)는 황금 개띠의 해였습니다. 리트리버를 포함해 10가지 종류의 인형을 주문했습니. 다시 한 번 수천 개가 팔려나갔습니다. 공기를 불어넣는 발 쿠션도 팔았습니다. 이쯤 되면 누군가 궁금한 생각이 들 것입니다. 제품을 많이 파는 것과 '브랜딩'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말입니다. 저는 일단 잘 팔릴만한 제품을 만나면 상표 등록부터 합니다. 로고를 만들고 패키징을 새로 합니다. 이렇게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나면 그 브랜드명에 한 해 독점적인 판매를 할 수 습니다.
많은 스마트 스토어 판매자들이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 한글 하나 없이 비닐 포장에 둘둘 말린 제품을 그대로 팝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습니다. 최소한 한글 설명서는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차츰 네이밍과 로고, 패키징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엔 상세 페이지와 카피의 톤앤매너, 브랜드 컬러까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판매만을 생각해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면 그 브랜드 명에 관해서는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브랜드를 믿고 구매하는 팬덤들이 만들어집니다. 저는 이게 흔히들 말하는 '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로고나 네이밍만 새로 하면 제품이 팔린다는 말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저는 많이 팔리는 제품들의 댓글과 Q&A 등을 유심히 살핍니다. 그리고 그 제품을 직접 구매해 써보고 어떤 추가적인 필요가 있을지를 항상 고민힙니다. 그 제품의 넥스트 스텝을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검색 데이터에 목을 메곤 합니다. 물론 데이터는 팩트이고 더 없이 중요한 정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모두가 그 정보를 본다는 것입니다. 그 정보에 더해서 나만의 직관을 키워야 합니다. 정보는 차고 넘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다음 넥스트 스텝을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팔리는 제품을 발견하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데이터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봅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합니다. 어떻게 해서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1등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냐고 말입니다. 물론 그 이유를 한 가지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빠른 배송과 재고 관리, 친절한 CS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로고와 네이밍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기본적인 기능은 물론 카피 라이팅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상세 페이지에는 다른 제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차별화 요소가 반드시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대박 상품이 바로 '월간 칫솔'입니다. 좋은 칫솔은 제 때 교체하는 칫솔이다 라는 단순 명확한 메시지로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1등을 했습니다. 총 판매량은 50만 개를 헤아립니다. 구매 전환율은 무려 10%에 달합니다. 보통 대기업의 광고 제품은 1%만 해도 놀라고 3%면 대박 상품으로 칩니다. 하지만 월간 칫솔이 처음부터 그렇게 잘 팔리던 상품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기존의 히트 제품들 때문에 우직하게 밀고 나갈 수 있었다. 저는 이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에 확신이 있었습니다.
나는 돈 벌려고 제품들을 팔지 않았습니다. 내가 필요한 제품들을 찾았고, 거기에 브랜드를 더했습니다. 초도 주문 28,800개 라는 어마어마한 도박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좋은 칫솔'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매달 교체하는 월간 칫솔의 아이디어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믿음을 실현하기 위해 전문가와 함께 네이밍과 카피를 고민했습니다. 상세 페이지에 1인 기업으로서는 엄두도 못 낼 투자를 할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트렌드를 찾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숨은 욕망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제품을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데 그쳐선 안됩니다. 그 제품의 필요와 시장의 욕망을 반영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이 무한 경쟁의 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임을 잊어선 안됩니다. 브랜드는 결코 이름 있는 큰 회사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저 같은 작은 기업에도 반드시 필요한 대체 불가의 솔루션입니다.
* 위의 글은 '덴티넘 월간 칫솔'을 판매하는 오호 컴퍼니의 이선형 대표 인터뷰를 글로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