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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그 청년은 어떻게 2년 만에 서울집을 샀을까?

용산에서 전자 제품을 팔던 분이 계셨다. 우리가 흔히 용팔이로 부르던 그런 분들 중 한 분이 맞다. 좋은 학교를 다닌 것도, 집안 배경이 좋은 것도 아니었기에 그 일 말고는 할 일이 마땅치 않았다. 그런 그가 스마트 스토어를 시작했고, 결국 2년 만에 서울에 집을 샀다. 도대체 어떤 노하우가 있길래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용산에서 그가 주로 만났던 고객은 동남아에서 온 이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그들이 가장 먼저 배운 단어는 뭐였을까? 대략 이런 단어들이었다.


사장님,

배고파요,

돈 주세요...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말들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매장에 와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뭐였을까? 바로 깍아달라는 말이었다. 머나먼 고향에 있는 가족들과 통화하기 위해, 영상을 보기 위해 구입하고픈 전자기기들의 가격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용산 전자상가에서 일하던 그는 어떤 방법으로 이들에게 물건을 팔았을까?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이거 깍아주면

나도 배고파요,

사장님에게

야단 맞아요...


배를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하면 물건을 사러온 이주민들은 깔깔대며 두 말 없이 물건을 사갔다고 한다. 다름아닌 그들의 언어로 소통했기 때문이었다. 이주 노동자들의 형편이나 자신의 처지가 다르지 않았다고 여겼기에 그런 대답이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킨 듯 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진짜 용팔이들도 많았으리라)


마케팅과 브랜드 관련 서적을 잔뜩 쌓아놓고 공부하는 그분에게서 나는 오히려 더 큰 깨달음을 얻었다. 고객의 마음으로 소통하고,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하면 된다. 대단한 스펙이나 기술이 필요치 않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결국은 성공한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평범한 진리를 배우고 확인한 날이었다. 그리고 혼자 자문해보았다. 나의 진짜 고객은 누구인가, 과연 나는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있는가. 지금의 내게 꼭 필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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