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넘어, 다리가 되는 벽
지금 내가 마주한 벽 앞에서 가장 큰 두려움은 ‘거절당하는 것’과 ‘용기 없음’이다.
소심한 나는 어릴 때부터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발표를 할 때도, 친구들에게 다가갈 때도, 실수할까 봐 주저했다. 그때마다 스스로를 책망하며 점점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벽을 만나면 막막함과 절망을 느꼈다. 하지만 벽 앞에 당당하게 직면하여 그 벽에 갇혀 매몰되지 않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만 생각하고, 지금의 내 모습이 살아온 결과라고만 받아들일 때, 그 무게는 나를 짓누르며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말 모든 것이 내 탓일까? 그렇게 온통 나만의 잘못이었을까? 인생의 모든 일은 혼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돌이켜보면, 내가 실패했던 순간들, 나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일들, 상황이 얽히고, 환경이 바뀌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닥쳤다. 그것은 나 혼자만 감당했어야 하는 일은 아니었다.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으니 글도 뒤죽박죽이다. 지금의 내 상태가 그렇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결국 ‘나에 대한 실망’과 ‘신뢰를 잃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려움이 정말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일까? 예전에도 비슷한 순간이 있었다. 도전하고 싶었지만 주저했고, 실패할까 봐 무서웠다. 하지만 그때도 결국은 해냈다. 두려움은 내게 익숙한 감정이지만, 극복할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죽기 때문에 남의 시선 따위를 신경 쓸 시간이 없다’라는 문장처럼 그 모든 감정과 시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벽을 다리로 만들 용기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것이 이토록 어려워 버둥거리고 있다. 그래도 벽을 넘고 싶기에, 벽을 다리로 만들고 싶기에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기로 했다.
“무엇이 그토록 두려워?”“나 자신에 대한 실망,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실망이 두려워.”“실망? 실망하면 어때? 살아온 모든 것이 실망은 아니잖아. 그런데 왜 그렇게 두려운 거야?”“실망하면 나를 떠날지도 모르잖아.”“하지만 실망한다고 모두 떠나는 건 아니잖아?”“맞아, 맞지. 그런데도 자꾸 마음속에서 그런 생각이 들어.”“왜 그런 생각이 들게 되었을까? 그리고 혼자 남겨지는 게 그렇게 두려워?”“응, 지금까지는 그랬어.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그런데도 여전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어.”“용기 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응.”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용기 내지 못하는 이유도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마주한 이 벽이 나를 완전히 무너뜨릴 만큼 거대한 벽인지, 아니면 사실은 저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일지도 모르는데 그저 망설이고 있는 것인지 그 어느 것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걸음이라도 내디뎌보자. 벽은 넘어보지 않으면 결코 다리로 바뀌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이제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는 것이다. 시도할 용기가 없더라도, 지금 한 걸음 내디뎌 본다면, 그것이 내게 새로운 길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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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내 안의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그대로 꺼내어 적은 것이다.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지만, 그 용기조차 부족한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일단 글자로 남기기로 했다. 내일이면 이 글을 지우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은 이 감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