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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베르테 Oct 07. 2024

우리들의 잔칫 날

좋은 인연


<내 기억의 창고도 정리 안 한 사진 더미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건 뒤죽박죽이고 어둠 속에 방치되어 있고 나라는 촉수가 닿지 않으면 영원히 무의미한 것들이다. 그중에는 나 자신도 판독 불가능한 것이 있지만 나라는 촉수가 닿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빛을 발하는 것들이 있다. 아무리 어두운 기억도 세월이 연마한 고통에는 광채가 따르는 법이다.>


                                                                                                  세상의 예쁜 것 中 / 박완서






함께 크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공동체를 꾸린 것이 벌써 27년 전 일이다. 그때부터 함께 한 소중한 세월이 한 상에 펼쳐져 있었다.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아빠의 초대를 받았다. 마치 축제장을 가는 듯 발걸음이 가벼웠다,


매생이의 짭조름함, 미역 줄기의 쫄깃함, 톳의 바다 향, 그리고 병어조림의 달콤한 감칠맛이 집안 공기를 가득 채웠다. 그것은 마치 바다 향기를 머금은 고향 집 같았다. 거기에 무화과가 듬뿍 올려진 성심당의 무화과 시루 케이크는 마치 보물 상자처럼 그 자리를 빛냈고, 여섯 가정이 정성스레 준비한 과일과 먹거리들이 식탁을 꽉 채워 잔칫집 분위기였다.


웃음소리와 즐겁게 이야기가 오가는 중에 문이 열렸다. 깜짝 방문 이벤트였다. "저 결혼해요." 한때 3살 꼬마였던 소녀가 이제는 우아한 숙녀로 변신해 예비 신랑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고, 이내 기쁨의 박수 소리와 축하의 환호가 집을 가득 채웠다.


축하한다고 꼭 안아주는데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작고 여린 몸집, 천진난만한 웃음, 그리고 지금의 성숙한 모습까지. 가슴이 울컥하며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다. 식탁을 둘러싼 우리들의 모습은 마치 시간을 초월한 듯 느껴졌고, 27년이란 세월 동안 함께 나누며 쌓아온 우정이 이 공간을 따뜻하게 감쌌다. 빛나는 우리들의 순간이었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구나. 우리가 그 오랜 시간 함께했구나.'하는 마음은 서로를 향한 애정이었고,  

소중한 사람들이 변함없이 내 곁을 지켜주고 있었구나. 생각하니 모든 것이 감사했다. 

우리는 이웃이 아니라 가족이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인연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느낀 그날 저녁, 모두의 얼굴에 따스하고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작은 모임이 큰 축제가 되었다.


인연... 참 소중하다.



대전 성심당 무화과 시루 케잌은 무화과가 듬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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