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출근 일기

임신을 숨기는 여자 후배들, 신입사원 OJT, 일정 확정

by 낯선여름

1. 지난주에 한 후배를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배가 예쁘게 뽈록 나왔길래, 나도 모르게 “혹시?” 하며 찡긋 웃어줬다. 후배는 아니라고 점심을 너무 많이 먹었나 보다고 당황해했다. 바로 사과를 하고, 메신저로 한 번 더 사과했다.

결혼하고 나서 살이 찌면 주변에서 한 마디씩 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는데 왜 다 잊고 주책을 부렸는지, 사적인 인사의 경계도 구분 못하는 무례한 사람이 되지 말자고 노력하는데, 그것도 못했네 싶어서 스스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고는 잊고 있었는데 오늘, 그 후배가 메신저를 한다. 사실 임신이 맞는데 그날 솔직히 말을 못 했다고. 이제야 조금 안정기도 지나서 위에도 말하고 두 번째로 말한다고.

너무 축하한다고 하곤, 말하기까지의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공감의 말을 건넸다. 일하는 여자들은 참 어렵다. 주변에 민폐가 될까 봐, 혹은 내 승진에 영향을 미칠까 봐, 축복의 순간에도 말하지 못하고 수십 번 망설인다.

어렸을 때 나는 이게 참 여성으로서 억울했다. 남자들은 일에 어떤 영향도 안 받고, 오롯이 축하만 받는데, 왜 나만 주변에 미안해하고, 출산으로 들어가고 나올 때 부서 이동 걱정해야 했는지. 다 지난 일이고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여전하구나. 출산율 최저의 나라의 현실.


2. 신입사원 OJT

신입사원을 위한 OJT에 한 시간 강사로 나서는 날.

오전에 잡았다가 급한 회의들 때문에 오후로 옮기고 3시 반에야 만났다.

이전 자료에서 한 장만 추가해서 “웰컴투 OO팀 OO님 “ 글자 넣고 이미지 따서 촌스러운 한 장 넣어두었다. 재밌는 이미지나 효과 넣어서 서프라이즈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없었다.

그렇게 회의실에서 슬라이드 펼쳤는데, 신입이 “저 잠시만요, 이거 사진 찍어도 돼요?” 한다.

자신만을 위한 마음을 간직하고 싶단다.

촌티 폴폴 내 슬라이드지만, 내 마음을 알아주니 흐뭇하다. 나는 이런 것에 감동받는 사람이래도!


3. 일정을 확정하기까지

마감 시간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품질 확보 못하면서 이걸 해야 하나, 이렇게 우리 회사 사람들, 업체 사람들 압박하며 밀어붙일 것인가까지. 개발 리더 맡은 후배에게 하소연을 하는데, 미루면 개발 일정에 큰 차질이 생긴단다. 밀어붙여 달라고.

깨달음이 온다. 내 일은 일정을 준수하고 맞추는 것이지, 미루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1년 프로젝트가 이제 마무리 단계. 마무리해야 할 때다.

나도 이거 마치면 좀 슬렁슬렁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연휴 끝 출근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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