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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여름 Sep 15. 2024

[수능 D-61] 애쓴 것은 사라지지 않아

오늘은 엄마의 자랑을 조금 해볼까 한다 ㅎㅎ 


엄마가 작년부터 올 6월까지 회사에서 정말 바빴잖니. 너희들에게도 6월까지만 좀 봐줘, 하면서 매일 야근하고, 마지막 한 달은 주말에도 밤까지 회사에서 일하느라 너희들 어떻게 지내는지 잘 살피지도 못했어. 


엄마가 PM (프로젝트 매니저를 줄여서 피엠이라고 불러)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었는데, 사실 엄마도 이건 처음 해보는 데다가, 업무량 조절을 못해서 실무까지 하느라 정말 번아웃 직전까지 갔었단다. 엄마 주변에서도 엄마마라서, 엄마의 체력 덕분에 버틴 것 같다고 해주었지. (플러스, 너희들 키우면서 키운 정신적 내공 덕분이다. 고맙다 ㅎㅎ) 


그렇게 프로젝트 오픈하고, 두 달이 넘었는데, 

그 프로젝트에 대한 좋은 피드백이 돌아오는 거야.  


이번주엔 고객서비스 부서로부터 두 가지 피드백을 받았다. 

1. CCM (소비자중심경영) 인증 외부 심사위원으로 우리 홈페이지에 대한 칭찬을 특히 많이 했다. 

2. 그 프로젝트 이후 불만 감소가 고객 피드백 수치로 뚜렷이 나타났다. 


보고서가 흥미로운 지점은 60대 이상의 고객들의 불만이 급격히 감소한 사실인데, 

울 팀 동료들도 함께 기뻐하며, 본인들 부모님들도 컴퓨터는 켜지도 못하는데 휴대폰만큼은 자유자재로 움직인다고 이번에 모바일 최적화한 것이 주효했다는 반응이었어. 폰트가 조금 커진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했고.  

특정 연령층을 염두에 두고 개선한 것은 아니었는데, 이런 반응이 눈에 보이게 나타난다고 하니 뿌듯하고, 무엇보다 디지털 약자라고 불리는 고령충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단다. 

폰트 크기는 컴퓨터에서 너무 크게 보여서 엄마가 끝까지 마음에 안 들어했던 부분인데, 혼자 속으로 머쓱했다. 


프로젝트를 잘 마치고, 함께 일했던 40명 정도가 성취감을 경험을 했었기에, 엄마 스스로도 배운 것이 많아서 외부로부터 상을 받는 화려한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그 자체로도 좋은 경험이라고 자족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또 수치로 드러나서 다른 부서로부터 결과를 전해 들으니 기쁘기도 하고, 일하는 보람을 느꼈지. 

함께 일했던 분들에게 결과를 전해주며 겸사겸사 추석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프로젝트 하기 전부터 여러 가지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곳부터 공을 많이 들였는데, 

그걸 보고 엄마의 보스가 "애쓴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을 보고 엄마를 떠올렸다고 이야기해 줬는데, 

그게 참 위로가 되었어. 

이 말은 엄마나 엄마의 보스가 한 말은 아니고, 최인아라는 분의 책 제목이야. 이 분은 삼성 부사장까지 하셨던 분이라서 그런지 일에 대한 태도 관련 글을 많이 쓰셨는데, 특히 저 말이 일하면서 가장 위로가 되었었어. 


당장 내가 하는 일이나 공부가 눈에 뚜렷한 결과를 내보이지 않아도 

내가 노력한 과정과 흔적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때에, 다른 일을 하다가 도움이 되는 경험을 많이 하게 돼. 


엄마도 어렸을 때는 시험공부 같은 것도 그 시험 끝나면 끝, 모두 소용없다고 여기곤 했는데, 

한참 지나서야 그때의 그 공부와 과정들이 헛된 것이 아님을, 일시적인 것이 아님을 알게 되거든. 


세상이 눈에 보이는 것, 빠른 것, 화려한 것에만 주목하지만, 

중요한 것은 거기에 있지 않으니까. 

묵묵히 너의 길을 걸어가기를. 


너의 애씀은 결과에 상관없이 사라지지 않고 

너의 몸과 마음 어디에선가 흔적을 남기고, 너에게 남아있을 거야.


네가 지금 하는 공부도 그러할 테니. 

당장이 힘들면 시선을 멀리 두고 힘 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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