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으로 산다는 것
요즘 아이폰에서 과거의 추억으로 구성해 주는 사진을 종종 봐.
바쁜 아빠는 못 가는데도, 엄마가 너희들 둘 데리고 얼마나 많이 다녔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뭘 그렇게 기를 쓰고 다녔나 싶다. ^^
그 속에는 어린 너와 동생의 모습이 나오는데,
나는 그 때나 지금이나 너를 큰 애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크면서 너는 엄마에게 첫째 아이이자, 친구이자, 때로는 아빠를 대신하는 사람이었어.
어린 너를 너무 어른처럼 대한 것은 아니었는지, 가끔 생각하면 조금 미안하네.
동생이 태어나고 크면서 한참 동안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무심한 엄마는 그 마음을 세심하게 살펴주지는 않았던 것 같아.
아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그것 또한 첫째가 견뎌야 할 무게라고 생각했지.
너네 초등학생 때였는데 언젠가 외삼촌이 엄마에게,
본인이 지켜보니, 엄마나 아빠가 형제가 싸울 때 큰 아이인 너만 혼내고 있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고 말했던 적이 있어.
삼촌이 보기에는 큰 녀석은 계속 참고 있었고, 둘째가 깐족대니 마지막에 참지 못한 순간 화를 표출하는 것인데, 마지막 모습만 본 엄마는 동생이 크게 울고 있으니 그것에 대해 너만 혼내더라는 거야.
제 3자 입장에서는 동생이 잘못한 것인데도.
그때 삼촌 이야기 듣고 엄마가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
얼마나 인상적이었으면 그게 아직도 종종 떠올라.
삼촌은 늘 네가 첫 조카이기도 하고, 아기 때부터 함께 지내서인지 더 애틋한 것 같아.
종종 명절 연휴나 할머니 기일에 우리 집에 와서 어른들끼리 술 마실 때도,
우리 집 가장 큰 형이라고 네가 최고라고 혀꼬부랑이 소리로 외치곤 하지.
거기서 더 나아가서 네가 큰 형으로서 첫 스타트, 좋은 대학의 포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엄마는 그때마다 엄청 웃곤 하지. 삼촌도 첫째로서 그런 부담감이 있었나 싶어서 짠하기도 하고.
엄마는 둘째로 컸고, 남매로 남성/여성 성별이 다르니, 형으로서의 마음은 잘 모르겠어.
엄마가 너를 키우면서 특별히 형이라고 뭘 더 잘해야 한다거나 부담을 안 줬다고 생각하지만,
일하는 엄마로서 너와 동생 둘만 남겨진 집에서 네가 알아서 어른 역할을 대신 해왔던 것 같다.
누가 세세히 가르쳐 주지 않아도 너는 맏이의 역할을 하고 있고, 동생은 막내스러운 것을 보면 그런 건 본능인가 싶기도 해.
그렇지만, 엄마는 네가 맏이라고, 형이라고 너-무 부담 느끼며 살지 않기를 바래.
가족이 너에게 짐을 지우는 곳이 아니라, 언제나 돌아와서 편히 쉴 수 있는 곳, 안전한 발판이 되기를 바래.
이런 생각 자체가 너무 구식의 생각인가? ㅎㅎ
첫 아이라서, 엄마도 처음이라서, 나도 모르게 조바심도 내고 많은 시행착오를 했던 것, 미안해 하지는 않을게^^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순간을 살아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