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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여름 Sep 18. 2024

[수능 D-58] 추석 불청객

# 결국은 손님을 맞은 우리 집  # 한가위니까 네가 이해하렴

고3의 특권으로 명절 할머니 할아버지 댁 방문과 산소 방문을 면제 받았는데, 

결국 저녁에 우리 집은 외삼촌 가족들로 시끌벅적한 명절 모습이 되었네.  


외삼촌 가족과 우리 가족은 11시에 산소에서 만났는데,  너무 더워서 인사만 드리고 거의 바로 헤어지게 되었어. 평소 같았으면 돗자리 펴고 음식도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도 나눴을 텐데, 잠시 있는 동안에 모두 땀을 뻘뻘 흘릴 정도의 더위였던 거야. 엄마는 그렇게 헤어지기는 아쉬워서 카페라도 들렀다 가자고 얘기했는데, 네 아빠가 차 막히는 게 싫다고 집으로 도착해서 집 근처에서 다시 만나자고 제안해서, 정말 곧바로 헤어지게 되었어. 


외삼촌은 네가 고3이니까 방해하기 싫다고 집 근처에 있는 호프집에서 만나자고 했지. 그래서 조금 이른 저녁에 그곳에서 1차를 했는데, 아빠가 기분 좋아져서 2차는 우리 집에서 하자고, 이미 얼음 얼려 준비했다고 그러더라고. 삼촌이 갑자기 가서 어색해할 줄 알았는데, 보자마자 반가워하며 삼촌과 반갑게 포옹을 해서 마음이 찡했어. 그런데, 그것은 정말 잠깐이고, 그 이후 아빠와 삼촌이 정말 너무 시끄럽게 하더라.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술이 너무 빨리 취하고, 말이 많아지고 목소리가 커지는 것 같아 ㅠㅠ 이 사태를 막았어야 했는데 ㅠㅠ 


몇 시간 후 삼촌을 데리러 외숙모가 오셨는데, 동생들도 함께 와서, 동생들이 형아 보고 싶다고 인사만 하고 가고 싶다고 해서 또 다들 올라오게 된 거야. 아직 초등학생인 사촌동생들이 너를 보더니 반가워서 모두 달려들었지. 터울이 많은데도 어려서부터 워낙 친하게 지냈고, 네가 너무나 좋아한 동생들인데 정말 오랜만에 얼굴 보는 거였으니까. 

두 달 후에 이런 자리를 만들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이른 시점이긴 했어. ㅎㅎ


애들이 형아 시험 잘 보라고 응원해 주고, 외삼촌은 용돈 두둑이 주고, 외숙모는 너 좋아하는 갈비찜을 한가득 해오셨지. 명절이자 너를 위한 수능 전 응원 파티가 되어버렸네. 너도 많이 보고 싶어 했던 가족들이지만 수능 후에나 볼까 했다가 보게 되어서, 반갑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했을 것 같아. 


아이들 가고도 여운이 남았는지 거실로 나와서 엄마랑 한참 이야기 나누었지. 동생들 많이 컸다고, 동생들 참 보고 싶었다고 이야기는 하는 너를 보니 마음이 짠했어. 고3 되어서 사람들도 많이 못 보고, 어디 여행도 못 보고 책상 앞에만 주로 있느라 고생이 많다.


예민한 시점에 불청객이 아닐까 했는데, 반갑게 맞아주는 모습 보니 엄마 마음은 한결 편하다. 

많이 방해가 안되었기를.  


엄마가 생각하기에 이번 추석 불청객은 아직도 물러가지 않은 더위야. 

추석 즈음엔 가을의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는데, 한여름처럼 땀을 뻘뻘 흘리고, 에어컨을 종일 틀어야 한다니. 가을 다운 가을을 앞으로 영영 잃어버리게 되는 건 아닌지. 아쉬운 마음 한가득이야. 


그래도 오늘이 좋았던 것은, 

가족들이 모여서 음식도 나누고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를 응원해 줄 수 있었던 것. 

용기 내어 연락 못하고 있는 친척 어른 몇 분에게 전화하고 안부 전할 수 있었던 것. 

마음이 보름달처럼 꽉 찬 추석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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