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고3을 대신해 중2 동생에게 물어봤습니다.
엄마 회사 사무실 친한 후배 한 명과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요즘 별일 없냐고 물으니, 올해 해외파견 지원할 계획이 있다고 이야기를 했어.
초등학생 엄마이기도 한데, 더 늦기 전에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하길래, 엄청 응원해 주었어.
엄마네 회사는 해외 지점이 많아서 매 년 해외 파견할 직원들을 스무 명 정도씩은 1년짜리 단기 파견으로 보내고, 그렇게 다녀온 사람들이 후보군이 되어 이후에 5년짜리 지점장 포스트로 보내거든.
전체 직원 중에 여성 비율은 40%는 될 텐데, 해외 지점장 중에 여성 분은 두 명인가, 세 명인가 그래.
올 해만 그런 게 아니라 계속 그랬어. 국내의 다른 대기업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지만, 늘 안타까운 부분이야.
엄마는 때를 놓쳐서 이미 늦기도 했지만, 괜히 네 동생에게 물어봤다.
오늘 후배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이가 있는데도 용기를 낸 후배가 멋지더라.
엄마가 만약 올해 지원해서 내년에 1년 혼자 가면 어떨 것 같아? 하고.
동생이 펄쩍 뛰면서, 내년이 중 3이고 본인에게 너무 중요한 시기인데 절대 안 된다고 하는 거야.
"그럼 기숙사 학교에 혹시 합격하면, 그땐 가도 돼? "
"그것도 좀 그래. 주말에 나왔는데 엄마가 없으면 너무 쓸쓸하잖아."
"왜? 형아도 있고, 아빠도 있는데?"
엄마는 해외에서 너무 근무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여자 직원들이 출산과 육아로 기회를 놓치는 게 참 안타까워서 한 번 화두를 던져보고 싶었어.
남자들은 그런 고민을 상대적으로 덜 한다는 것도 그렇고.
만약에 내년에 아빠가 나간다고 생각해 봐. 너희가 반대하겠니?
엄마 말을 한참 듣던 동생은 조금 더 생각을 하는 것 같았어.
그렇게 우리가 이야기를 하는데, 네가 간식 먹으러 나와서는 (근데 왜 다 듣고 있었던 거니? ㅋ)
"인마. 형아가 대학교 가면 너랑 있어줄게" 하고 들어갔지.
네 덕분에 네 동생도 엄마도 한참을 깔깔 웃었다.
한참 있다가 동생이 엄마한테
"엄마, 내년은 안되는데, 내가 고등학교 기숙사 가면, 그때는 엄마가 원하면 가도 돼" 하는 거야.
나름대로 큰 선심 썼다고 생각하면서 멋쩍게 웃으면서.
엄마는 사실 지금은 파견 가기는 너무 많은 나이라서 거의 불가능한데
한번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를 한 번 꺼내보았어.
후회되냐고? 후회는 안 하기로 했어.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엄마가 되어 너희를 키운 것은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일이었으니까.
다만 후배들에게는 조금 더 기회가 주어지길, 그런 토대가 더 마련되길 바랄 뿐이야.
너는 한 마디 밖에 안 했지만,
대학 가면 동생이랑 있어주겠다는 말 뒤에 숨어있는 의미.
엄마는 (그동안 고생 했으니) 이제 자유롭게 여행도 다니고, 너희들에 매이지 말라는 너의 깊은 뜻.
고맙게 받을게.
내년에 꼭 어딘가 입학한다는 뜻 같아서, 또 기분 좋더라고.
어쩔 수 없는 K-엄마의 자의적 해석으로,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