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소중함 한 번 생각해 보라고. 빨간 날이니까 ^^
한글날이라서 좋고, 쉬는 날이라서 더 좋은 수요일.
그 나라의 글자를 창제했다고 공휴일로 지정한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있을까? 문득 궁금하네.
그나저나, 네 덕분에 아무 약속 없는 휴일이라 그런지, 엄마는 한글날에 대해서도 조금 더 생각하게 되네.
네이버 초록 검색창에 한글 자음으로 ㄴ, ㅇ, ㅂ 이 나오는 것도 예쁘고,
의류 쇼핑몰인 'ZARA'도 오늘은 '자라'로 큰 폰트로 한글로 쓴 것도 기특하고.
무엇보다 우리 세종대왕님께 감사하다.
엄마는 사실 영어 콤플렉스가 있었어.
영어 연수도 못 다녀오고, 입사한 이후로는 해외 대학 출신이나 영어가 유창한 사람들 옆에 있으면 절로 주눅이 들 때도 있었고, 외국인들과 하는 회의가 있으면 완벽하게 다 이해가 안 되어서 답답하고, 질의응답을 자유롭게 하기가 어렵더라고. 솔직히 아직도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 보면 부러워.
영어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것은 3년 전인가, 지금의 화상영어 선생님과 대화하면서였어.
엄마가 그 선생님에게 당신은 영어 스트레스가 없어서 좋겠다고 이야기하니,
그 선생님이 자신은 자신만의 언어가 있는 우리나라가 더 부럽다고.
아시아에서 잘 사는 나라들은 자신만의 언어가 있는 나라들이라고.
영어는 제2 외국어로 익히면 되지 않느냐고.
이 선생님은 필리핀 선생님인데, 인격적으로나 실력으로 너무 훌륭해서 엄마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거든.
아이 둘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가 이어서 말하길,
그 선생님은 필리핀 고유어인 따갈로그어를 사용하지 않다 보니 잊혀져 가는 것이 슬프대.
자녀들은 이제 거의 모른다고. 초등학교부터 영어로 된 책만 읽고, 영어로 된 매체만 접하다 보니,
자신의 언어를 익힐 기회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이런 관점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신선한 충격이었어.
우리의 고유 언어가 있다는 것에 자부심도 느껴지고.
또 영어권 나라 사람들이 평생 영어만 익히고 살아도 되는데,
우리는 제2 외국어니 뭐니, 여러 언어 익혀야 하는 것이 약소국의 슬픔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관점을 달리해서 보니, 약한 덕분에 다른 언어를 두루 익힐 기회가 더 주어진다는 것도 꽤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소수자의 감성이 여기에서도 발현!
엄마는 그래서 아직도 5년째 화상영어를 하고,
고등학교 때 배운 일본어 중국어를 간단히 읽기도 하면서,
무엇보다 우리말로 쓰인 언어의 품위와 격이 높은 책들에 다시 흠뻑 빠지고 있어.
우리 언어가 주는 그 아름다움과 정서는, 우리만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을 만날 때가 있어.
작년엔 김훈 작가의 하얼빈 보고 그런 충만한 마음이 들었어.
언젠가 너도, 엄마가 하는 말에 공감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되길.
지친 날 위로가 되어주는 책,
우리 언어로 쓴 책만이 주는 그 맛을 듬뿍 느낄 수 있기를,
한글날에,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