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P] 끝내지 못한 인터뷰 (1)

친구 남편 Singh 을 추도하며

by 낯선여름

일주일 전, 친구의 남편이 만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이름은 싱(Singh), 인도 출생, 시크교도.

한국에 일하러 왔다가 내 친구 J를 만나 7년 전 결혼했고, 현재 만 3세가 갓 넘은 예쁜 딸 하나가 있다.


J와 나는 대학 동기로 같은 학회를 1년 했던 사이인데, 졸업하고 회사가 근처라 점심시간에 종종 만나 서로의 애환을 털어놓으며 학교 때보다 더 친한 사이가 되었다.


어느 날 점심을 먹는데, J가 연애를 하고 있다고 했다. 몇 년 전 외사랑으로 힘들어했던 터라 친구의 연애소식이 반가워 축하부터 했다. 그 때 나는 둘째를 낳고 육아전쟁중이었다. 연애가 뭐였더라? 싶은 상태였다.

친구는 이어서 연애 상대는 5살 연하이고, 외국인이라고 했다.

"우와! 진정한 능력자였군, 내 친구" 하며 분위기를 더 띄웠다. 연하와도 다른 국적의 사람과도 인연이 닿지 않았던 나로서는 다양한 연애 상대를 만나는 친구들의 이야기 듣는게 즐거웠다.


친구는 이어서, 그런데 친한 친구가 극심하게 반대해서 그 친구와 사이가 어색해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인도 사람이고 현재 불법체류 신분이라는 것이 그 이유라는 말을 덧붙였다. 연애를 하며 신분에 대해서 고민을 했던 적이 없던 터라 솔직히 처음에는 나도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 지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빠르게 머릿속을 정리해 보았다. 그게 내가 걱정을 한다고 해결이 될 부분도 아니고, 내가 반대하고 찬성할 성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가 J를 생각해 걱정하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내 생각도 담담히 말해주었다. 연애는 네 맘이고, 네가 많이 고민했겟지, 좋은 사람일거라 믿는다고 덧붙이면서. 그랬더니 그녀, 한 술 더 뜬다.

"응, 이미 혼인신고도 했어"

조용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사랑 앞에 이렇게 과감해질 수 있는 사람이었나, 순간 놀랐다. 나는 깔깔 웃으며 "야. 우리 이제 한 번 갔다 와도 될 나이야. 뭔 걱정이야. 축하해!" 덕담 아닌 덕담을 전해줬다.


J는 싱을 만나고 나날이 행복해졌다. 표정이 밝아지고 더 예뻐졌다. J가 활동적인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었는데, 그녀는 매 주말 전국 각지의 장소에서 환한 얼굴로 커플 사진을 찍고 자신의 SNS에 올렸다. 어느 때에는 보령 머드 축제에도 가 있었고, 어느 때에는 이태원 클럽에도 가 있었다. 몇몇 친구들의 걱정과는 달리, 아니, 그 반대로, J는 내 주변의 결혼한 어떤 커플보다 결혼 후에도 열렬히 사랑하고 데이트했다.


싱은 사람들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좋아해서 동네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했다. 나와도 짧게 두어번 마주쳤는데,

어느 주말엔가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갔더니, 큰 아이와는 땀흘리며 배드민턴을 같이 쳐주고 둘째 아이는 안아달랄 때마다 안아주더니 금새 친해졌다. 작은 아이는 그 후에 학교 과제를 할 때 '인도 전통놀이'를 조사Singh 삼촌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다고 전화 통화를 연결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친절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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