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P] 끝내지 못한 인터뷰 (2)

- 친구 남편 Singh을 추도하며

by 낯선여름

그리고 3년 전, 그렇게도 바라던 그들의 아기가 태어났다. 아빠를 닮아 눈망울이 큰 너무 예쁜 여자아이였다. 아이를 그렇게나 좋아하던 Singh은 딸이 태어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딸이 너무 보고 싶어서 퇴근하면 달려오기 바빴고, 아이를 계속 안고, 무등 태우고, 늘 아이와 함께 한다고 했다. 몇 달 지나서는 일을 당분간 그만두고 아이의 육아를 전담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배가 더부룩하다고 하던 그가 위암 진단을 받았다. '미만성 위암'이라고 젊은 사람들이 종종 걸리는데 진행속도가 빠르고 완치가 어렵다고 했다. 예후가 좋지 않아 1년 정도를 최대로 본다고 미리 말해줬다고 한다. J는 그 때부터 많이 울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아서, Singh이 불쌍하고 안타까워서, Singh 없이 지낼 자신과 딸이 막막해서, 우는 것 외에는 할 것이 없다고 했다.


2021년 여름, 마지막 항암제 처방을 받았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사진 전공한 후배에게 연락해 더 늦기 전에 그들의 가족사진을 부탁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딸의 모습과, 그 부부의 모습을 함께 찍었으면 했고 그들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항암 스케줄을 피해 컨디션 좋은 날로 날짜를 잡았다. 1년에 걸친 항암제로 몸이 많이 상했지만, 그 날 만큼은 예쁜 분홍셔츠를 차려입었다.


사진을 찍고, 이후에 간단히 점심을 먹으러 근처 식당에 갔다. 힘든 몸 때문인지 마음이 뾰족해져서 그 가시가 J를 향해있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고 봤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더니 나는 Singh이 아파서 그런 것임을 이해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친구 J에게 신경질 내는 모습이 못마땅했다. 사진 찍는 후배를 보내고 J 집으로 자리 옮겨서 이야기 꽃을 나누다가, 아까 결국엔 한마디를 하고 말았다. 완곡하게 돌려서 J에게 잘 해주라고. 부탁한다는 말을 했다.


갑자기 Singh이 울음을 터뜨렸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Singh은 완벽하지 않은 한국어로 "나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픈데도 아이 앞에서 아픈 내색 하지 않고 싶어서, 때로는 정말 아픈데도 그렇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가 떠나면 남을 J와 딸을 위해, 이웃들에게도 더욱 많이 베푼다고 말했다. 이미 동네에서 Singh은 인기 만점의 삼촌이라 놀이터 가면 모두 그에게 모인다는 것을 들었는데, 그 마음이 J와 딸을 향한 사랑의 또다른 모습인 줄은 그제서야 알았다.


어깨를 토닥여주는데, 눈물 많은 J가 와서 Singh을 꼭 안아주었다.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마음이 찡했다. 착한 이들에게 조금 더 시간이 있었으면 싶었다. 가을을 넘기기 어렵다는 의사의 말에 보란듯 그는 가을과 겨울, 두 계절을 더 보내고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겼다. 겨울에 한번 더 보러 갔을 때는 이미 여러개의 링거를 꽂고 있었다. 어느 때처럼 반가워하며 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Singh이 아프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인터뷰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인도에서 한국으로 오게 된 이야기, J를 만나 사랑하게 된 이야기,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한국으로 오기 전 이야기. 그의 종교.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 삶의 가치관 등. J와의 연애스토리 등 즐거운 이야기는 쉽게 인터뷰 했고, 그동안 알지 못하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J에게, 딸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말 등 몇가지는 어쩐지 다음으로 미루고 싶었다.


그는 2022년 3월 세째주 주말부터 호흡이 불안정해지고 섬망증세가 온다고 하더니, 주말을 보내고난 화요일 새벽에 조용하고 편안하게 호흡을 멈췄다고 한다. 호스피스에 들어간 이후 섬망증세가 오기 전까지는 의식이 있어서 깨어있는 동안은 J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J는 담담하게 소식을 전했다. Singh은 본인은 화장해서 어디에 보관하지도 말고 훌훌 허공에 뿌려달라고, 자신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만 남아있겠다고 했다고 한다.


Singh과의 추억은 여기에서 멈추었다. 끝내 그에게 더 다가가서 인터뷰하지는 못했다. 혹시 마음 힘들어할까봐 마지막으로 여길까봐 망설이다가 미완성으로 남겨두었다. 인도에서 그를 보내는 그들의 장례식을 하고 동영상을 보내주었다고 J가 영상을 공유해줬지만 아직 보지 못했다. 그는 그의 소망대로 훌훌 날아갔을까.


나는 그저 그의 바램대로 앞으로도 친구 J와 그의 딸 근처에서 곁을 내어주는 것으로 그들과 함께 할 뿐이다.


나마스떼 (Namaste).

뜨겁게 전하는 마지막 작별 인사.

Singh이 친구를 통해 보내준 자신의 모습 캐리커처

작가의 이전글[RIP] 끝내지 못한 인터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