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말> 엄마를 위로할 때

나를 빙긋 웃게하는 말.

by 낯선여름

점심에 대학 동기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한 명을 빼고는 모두 일을 하는 친구들이라 점심에 잠시 짬을 냈다.


A는 L모 기업의 최연소 임원이 되었다. A상무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B는 자기 이름의 법무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어, 오래전부터 B사장님이라 부른다.

C는 외국계 기업 부장이다.

D는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뒀는데, 남편이 치과의사라 친구들이 D 사모님이라 부른다.

이런 타이틀을 떠나 너무 좋은 사람들, 친구들이다.


나는? 모 회사의 차장이다. 그것도 만년 차장이 될 것 같다. 내년에도 부장 진급 대상이 아니다. 엄마를 떠나보내며 오래 쉬어서 그렇기도 하고, 아마 그렇지 않았어도 힘들었을거다.


작년 봄에 만났을 때도 똑같았는데, 이번 모임에서 돌아올 때는 왠지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회사나 직급에 연연하지 않고, 내 스스로 내실을 쌓으며 만족하며 살기로, 회사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기로 했기에 오래 쉬지 않았나. 어려운 시절에 복직해서 일하는 것만도 감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으면서도

친구들과 비교되는 마음에 초라해지는 것이다. 30대에 나는 무엇을 했나.

굳이 친구들과 비교하자니 내가 더 가진 것은 아이들 둘이라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ㅎㅎ


하교한 고등학생 아들에게 오늘 만난 친구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절로 한숨을 쉰다. "엄마는 그동안 뭐했나 싶어"

특히 임원이 된 친구는 엄마랑 같은 회사 지원했다가 떨어져서 저 회사로 갔는데, 지금 훨씬 잘됐다하며

굳이 구질구질하게 필요없는 정보까지 얘기한다.


내 말을 듣던 아이는 "엄마, 엄마는 이렇게 잘 키운 자식이 있는데 무슨 그런 생각을 해!" 한다. 내 칭찬인지 제 칭찬인지 모르는 말인 저 말을 뻔뻔스럽게 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아이에게 무슨 위로나 답을 듣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반나절동안 비교하는 마음을 가져 헝크러졌던 마음이 희한하게도 저 한마디로 풀어지는 것 같다.


조직생활을 하면서 종종 마음이 복잡해진다.

잘 못하는 조직생활을 떠나고 싶기도 했고, 기왕 할거면 승진도 빨리 하고 잘 나가고 싶기도 했다.

생계를 위해 더 힘들게 일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이것이 무슨 사치스런 불평인가 싶다가도

40대가 넘어간 워킹맘으로 자리도 잡지 못하는 스스로를 돌아보면 참 허울좋은 자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버티는 것도 능력이라지만, 이렇게 버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허무해지는 것이다.


자식을 잘 키우는 것으로 무언가 보상받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다. 그렇게 열성적인 엄마도 안 되고, 그나마도 집안일은 젬병이라 아이들 밥도 제대로 잘 못 챙겨주는 엄마이다. 그러니 아이가 잘 자라준 것은 고맙지만, 그것이 내 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종종 기운이 빠져있을 때, 이룬 것이 없어서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 때, 누군가와 비교해서 마음이 힘들 때, 아이에게 넋두리도 하고, 의젓하고 다정하게 위로해주는 아이가 있어서 힘이 난다.


내가 아이에게 말했듯, 아이도 나에게 말한다. 꼭 그렇게 다른사람처럼 잘하지 않아도 된다고. 남들과 비교하지 말라고. 엄마는 엄마대로 열심히 잘 살고 있고, 엄마 곁에는 이렇게 엄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과거에 못했던 것으로 괴로워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히 살면 된다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나는 또 이렇게 영락없는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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