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은 제발 친구랑 가자
입사 6개월도 되지 않아 입사 동기 한 명이 그만둔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장에 배치되지 않고 본사로 배치 받았던 친구였다. 신용카드 한 장을 만드는데 회사 사무실 번호를 적는 칸에서 머뭇거리는 김지수와 달리 그녀는 자기 책상과 전화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을 받아 마땅했던, 선택 받은 신입사원이었다. 게다가 유니폼을 갈아 입지 않아도 되고, 다른 회사원처럼 정상 출퇴근을 하지 않았던가.
더 좋은 회사로 가는 걸까, 궁금해하던 차에 그녀가 연락이 왔다. 묻기를 머뭇거리는 김지수에게 궁금한 것을 말해준다. 당장 옮길 회사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우선 더 다니기 싫어 사표 내고 잠시 어학연수 겸 호주로 떠난다고 했다. “지난 달에 부서 워크샵인지 주말에 1박 간다고 했었지? 그 날 때문이야” 묻고 싶은 말을 먼저 해주었다. 남성 직원들이 대다수이고 여성 직원은 선배와 그녀 둘 뿐이었는데 노래방을 간다고 했고, 상사가 노래방 도우미 직원을 불렀다고 했다.
다시 출근한 사무실에서 모두가 아무 일 없는 듯 행동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끔찍하게 느껴졌단다. 결국, 퇴근 무렵 함께 그 자리에 있었던 여자 선배에게 잠시 시간 내달라고 하고 물었다고. 그 선배는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는 식으로, 회식 때마다 종종 있는 일이라고, 그래도 우리 부서는 우리 직원에게 함께 춤을 추자고 한다거나 하지는 않으니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단다.
회사라는 곳에서 회식을 처음 겪는 신입사원들은 저마다 다른 경험을 거치고 김지수 역시 부서에서 회식을 한다고 할 때마다 고민이 되었던 터였다. 선배들은 회식도 사회생활의 일부라며 회식에 참석하는 것을 반강요했다. 가족의 경조사나 크게 아픈 것이 아니면 결석은 곧 죄악시되었다. 그런데 그 연장된 사회생활은 늘 유쾌하지만은 않았으니, 그 이유는 늘 2차로 이어지는 노래방 때문이었다.
1차는 되도록 참석하고 2차는 빠지자는 나름의 원칙을 갖고 있던 김지수도 종종 2차를 갈 수 밖에 없었다. 선배들은 2차 노래방에서 신입사원 대상 출석 체크를 했다. 동기들이 팔짱을 끼며 재촉하면 못 이기는 척 가기도 했다. 전원 출석이라는 아름다운 영예를 내가 깨뜨리면 안되었다. 대체로 별 일이 없었지만, 종종 취한 직원들은 실수를 했다. 덜 취한 사람들이 제지하고 말리기도 했다. 보기 불편해서 화장실을 자주 가거나, 화장실 가는 척 집으로 갔다.
회식은 이런 식으로 적당히 치고 빠지기를 하며 스스로 조절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표를 쓰는 동기는 빠져나갈 곳이 없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부서마다 다른 걸까. 우리 부서도 내가 떠난 이후에는 다른 모습이 펼쳐질까.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김지수는 회사에도 회식에도 사람들에도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만 둘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다른 데 가봐야 별 거 없다, 한 회사를 3년 정도는 다녀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던 터였다. 다른 부서에 가게 되면 다를 수도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을까, 다시 그 취업 시장에서 허우적대는 것이 두려워서였을까.
사표 내고 호주로 떠난다는 입사 동기의 뒷모습을 보며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