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머니가 시간 초과하여 더 열심히 일한 이유
오늘은 코로나가 다시 기승이라 다시 주어진 재택근무의 날.
엊그제 갑자기 몇 달동은 화장실 청소 한번 제대로 안 하고 지냈음을 깨닫고, 청소 앱으로 3시간 청소를 신청했다.
청소앱들은 저마다 더 매력적인 가격으로 정기청소 (매주나 격주)를 권하지만, 누군가 낯선 분이 집에 오는 것이 불편하고, 나보다 나이 많은 분에게 뭘 부탁하기도 어려운 성향을 가진 사람은 (누군지도 모르는 분을) 일회성으로 신청한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일을 하는데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온다. 오기로 한 시간 10분 전이다.
“저 청소업체에서 가는 사람인데요. 지금 지하철에 갇혔어요. 언제 갈지 모르겠지만 늦을 것 같아요”
나는 잠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특별히 어디 갈 것도 아니라, 괜찮다고 했다. 조심히 오시라고 짧게 덧붙였다.
25분쯤 후에 같은 번호로 또 전화가 왔다. 이제 그 지하철에서는 내렸다고. 아예 1시간 늦게 시작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해서 알았다고, 괜찮다고 했다.
계신 곳이 2km 정도 떨어진 지하철역이고, 지하철역으로는 한 정거장이고 내려서 15분 정도 걷는 거리였다. 아주머니는 1시간 후 정각에도 도착 못하고 10분을 더 늦었다.
들어오시며 늦어서 미안하다고, 지하철은 고장이 아니라 장애인 시위였다고 했다. 이 동네 지리를 몰라 헤맸다고 했다. 나는 오시느라 너무 고생하셨다고 위로를 건넸다. 3시간 일하러 오는데 2시간 반 넘게 걸렸으니 너무 억울하겠다 싶었다. 장애인들이 이 날씨에 시위를 하는 것도 안쓰럽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나도 같은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아주머니에게 호감이 갔다.
아주머니께는 필요한 것 있으면 말씀하시라 하고, 저는 재택근무 중이라고 설명하고 다시 일을 했고, 중간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는 나도 (혼자) 세탁물을 정리하는 등의 집안일을 하기도 했다. 아주머니는 한참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일을 하셨다. 거의 1시간을 더하시더니, 쓰레기 버리는 위치를 물으시며 (드디어) 청소의 끝을 알리셨다.
나는 너무 초과해서 일하신 것 아니냐고 하니, 본인이 늦기도 했고 더 해주고 싶어서 더 했단다. 그래도, 하면서 지갑을 여니, 그럼 아주 조금만 달라고 하신다 ^^ 기분 좋게 드리고, 인사를 하는데,
아주머니께서 대뜸 말씀하신다.
“ 너무 따뜻하게 말해서, 내가 더 열심히 일했어요. 마음에 들진 모르겠지만…
너무 따뜻하게 말해서.. 세상에 이런 분이 있나 했어요…”
한 것도 없는데, 무슨 이런 칭찬을 받나 싶지만, 이런 말을 들으니 갑자기 엄청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이 기분이 으쓱했다. 비 오는데 조심히 가시라고 더욱 정성을 다해 인사드렸다.
보내드리고 잠시 생각했다.
내가 특별히 잘해드린 것도 없는데, 저분은 두 번이나 처음 보는 나에게 ‘따뜻하게 말해서’라고 하신 부분이 마음에 자꾸 맴돌았다. 한편으로는 다른 집 다니며 어떻게 대우받으셨길래,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여러 직종의 분들, 매 번 다른 고객을 만나야 하는 분들의 고충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군가의 도움과 수고가 있기에 가능한 우리 현대인들의 삶에 대해서도.
때마침 들어온 학교에서 돌아온 둘째 아이에게 오늘의 일화를 들려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르는 누군가에게 작은 선의를 베푸는 일.
나와 우리가 더 행복해지는 일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