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걸 일상] 칭찬은 비탄에 빠진 아빠를 춤추게 한다

큰 아이가 관찰한 아빠의 행복

by 낯선여름

요즘 남편은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터에서의 좌절. 남편이라고 특별히 겪는 일은 아니니, 부디 심하게 앓지는 않기만을 바라며, 평소처럼 나는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남편은 심각한 수준의 워커홀릭이었다. 눈을 뜨면 4시든 5시든 회사에 갔고, 하루가 지날 무렵 귀가했다. 아내인 나와은 말할 것도 없고, 애들에게도 없는 존재나 다름없이 생활했다. 나는 종종 혼자 아이들 키우며 집안일을 혼자 하며 회사를 다니는 것이 억울했다.


그렇게 끔찍했던 일에서 배제된 그는 처음에는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다. 약간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2개월 후였다. 무기력해지고 잠을 깊이 자지 못한다고 했다. 친구들도 만나고, 매일 열심히 걷고 운동하지만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종종 응원과 격려를 했자만 도움은 안되었다. 이럴 땐 조용히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둘째 소풍날이 다가와 늘 내가 하던 소풍 도시락 싸기를 부탁했다. 거절할 줄 알았는데 흔쾌히 하겠다고 하며 장까지 봐왔다. 넉넉히 준비한 재료로 고등학생 큰 아이 도시락까지 챙겨주었다. 큰 아이는 시험기간이라 내가 출근하면서 학교에 내려주는데, 종종 차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큰 아이가 옆자리에서 아빠가 싸 준 도시락을 먹다가 먹다가 문득, “아빠는 요리할 때 행복해하는 것 같아”한다.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정말로 그렇다. 그는 요리할 때 즐거워하고, 그걸 가족들이 맛있게 먹고 칭찬하면 아이같이 좋아했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회사에 도착해서 문자를 보냈다. 나도 한 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큰 아이가 깨끗하게 다 먹고 참 좋아했다고. 정성이 들어간 집밥 먹으니 든든해했다고. 남편은 아이처럼 좋아하는 반응을 보이더니, ‘내일 또 뭐 만들어서 도시락 싸줘야겠다 ‘고 한다. 성공이다. 내일은 조금 더 특별한 칭찬과 격려를 보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칭찬은 비탄에 빠진 중년 아빠를 힘나게 한다. 큰 아이 덕분에 깨달은 인생의 진리.


앞으로 당분간 아이들 아침 준비는 걱정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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