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속의 섬, 송도 가는 길 - 2

by 연목

송도라는 지명을 얻게 된 것은 나지막한 산에 소나무가 많아서 '솔섬'이라고 불린 데서 유래했다. 이를 한자화 하는 과정에서 소나무 '松'자를 써서 '松島'가 되었다. 그러나 여수에만 송도라는 이름을 가진 섬이 네 곳이나 있다. 원래 '솔'은 '작다', '적다', '살만한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우리나라 솔섬은 대부분 한자화 되면서 소나무 섬(松島)이 되었다. 모든 섬이 그렇듯 송도가 하나의 이름으로 불린 것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하나의 이름으로 살아온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솔섬', '밥섬', '식도'가 송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솔섬'은 군내리 앞의 작은 섬이라는 뜻이거나 소나무가 많은 섬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고, '밥섬'과 '식도'는 돌산읍지에 "땅이 기름져 한치의 노는 땅이 없고 군내리 주민이 모두 경작하는 고로 일컬어 '식도'라고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식량과 관련된 것으로 여겨진다.


돌산항에서 월호, 화태, 두라 등 주변 섬을 오가는 한려 3호는 하루 다섯 번 돌산항을 오간다. 군내항에서 한려 3호 뱃시간을 맞추지 못한 나는 위판장 쪽 가두리를 자주 왕래하는 배가 있는 선착장에 기웃거린다.

"아주머니 혹시 송도 가는 배가 있나요?"

"왜 그요?"

"송도에 좀 들어가려고요."

"그요? 쫌만 기다리시오." "우리 가두리 배가 델로 오끄요." "나랑 함꾸네 가믄 되겄구만"

"네, 감사합니다."


팔을 다쳐 병원에 다녀온다는 아주머니는 쿨하게 같이 가자고 했다. 덕분에 도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뱃값으로 사진이라도 한방 찍어 드리려고 카메라를 갖다 대니 손사래를 치신다.


최근에 완공된 돌산항 방파제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사이로 송도 나룻구지가 보인다. 예전에는 이곳을 이용해 송도를 드나들었으나 지금은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마을은 나룻구지 너머로 한참을 가야 하기 때문에 굳이 나룻구지까지 배를 타러 올 필요가 없어졌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어 날랐을 나룻배는 온 데 간 없고 오지 않는 지아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망부석 마냥 나룻구지를 쓸쓸히 지키고 서 있다.

섬의 동쪽(동구지)을 돌자 문어 낚싯배들이 진을 치고 있다. 오래전부터 송도 앞바다는 장어, 문어, 갑오징어, 주꾸미, 낙지가 많이 나오는 어장이었다. 요즘에는 어선들보다 낚싯배들이 더 많아진 것 빼곤 달라진 게 없다. 하루 종일 근방을 쏘다니며 문어와 갑오징어, 주꾸미를 잡기 위해 어디선가 나타난 배들은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장관 아닌 장관을 연출한다. 그래도 올해는 조금 덜하다고 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자 장구섬이 눈에 들어온다. 장구섬은 송도 마을 앞에 자리한 성으로 장구모양으로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장구섬 주변으로는 수상도시를 연상케 할 만큼 가두리 양식장들이 즐비하다. 지금으로부터 2~30여 년 전 가두리 양식장이 생기면서 장구섬은 왜가리들의 집단 서식지가 되었다.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왜가리에게 가두리 양식장은 뷔페나 마찬가지다. 연중 고기가 넘쳐나 굳이 다른 곳에서 어렵게 물고기잡이를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어민들은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밭에서나 볼 수 있었던 허수아비를 가두리 양식장 가장자리에 설치하거나 쥐덫을 놓아 왜가리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장구섬 소나무에 왜가리들이 터를 잡으면서 나무들이 배설물 때문에 고사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심할 때는 섬 전체가 하얗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오늘은 장구섬에 왜가리가 한 마리도 보이질 않는다. 다들 끼니 때우러 마실을 나갔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배는 마을 동편 선착장에 아주머니와 나를 내려주고 다시 돌산항으로 돌아갔다.

선착장에 직접 내려 송도에 들어오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나갈 때 봤던 것보다 섬이 훨씬 크다. 돌산항을 등에 지고 야트막한 언덕에 남쪽으로 향해 있는 마을은 차분했다. 선착장에 내리니 으레 그렇듯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그늘에 모여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송도에서 가장 높은 곳은 89m다. 숫자만 봤을 때는 낮게 느껴지지만 동편 선착장에 내려 올려다본 산(수리봉)은 꽤 높았다. 마을 사람들은 이 산을 숫구지 몰랑(큰 몰랑)이라고 했다. 왼쪽에 숫구지 몰랑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작은 몰랑이 동구지 몰랑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장구섬을 감싸 안은 듯 웅크리고 있는 형세다. 집들은 이상하리 만큼 이 숫구지 몰랑과 작은 몰랑 사이에만 밀집되어 있다. 아마 바람 때문일 것이다. 겨울 바닷바람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섬에 살면서 바람처럼 '징그런 것이 없다'는 말이 실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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