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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빠 Nov 02. 2015

가상현실 속 빈센트 반 고흐

밤의 카페를 걷다

https://youtu.be/jBOL5yakREA

오큘러스(Oculus)가 촉발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기술이 점차 삶 속에서 구체화되어 가고 있으며, 세계는 지금, 사용자에게 새로운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응용분야를 개척하느라 분주하다. 게임, 영화와 같은 전형적인 엔터테인먼트에서, 교육, 의료, 언론, 문화, 예술 등 거의 모든 산업과 접목될 수 있는 무궁한 가능성이 있기에, 많은 회사들이 앞다투어 관련 기술을 선점하려 노력하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을 직/간접적으로 접하면서 미술과 접목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프랑스 아를의 카페에 앉아 반 고흐와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다면, 네덜란드 델프트의 뒷골목을 걷다 진주 귀걸이의 그녀와 우연히 만날 수 있다면, 이런 객쩍은 공상이 날개를 펼쳐 상상 속의 나를 평소 만나고 싶었던 그림 속 사람들, 가보고 싶은 그림 속 장소로 안내했다.


미술과 만난 가상현실에서는 2차원으로만 존재하는 그림이 3차원으로 확장되어 이전에 없던 체험을 줄 수 있고, 이것은 또 다른 형태의 사용자 경험 (User Experience)이 될 것이다. 전 세계 갤러리에 걸려 있는 모든 그림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있는데, 이야기가 그림과 엮여 새로운 시나리오가 되고, 사람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의 생각은 퍽이나 자주 중첩되는데, 실제로 가상현실에서 반 고흐를 불러낸 사례가 있어 무척이나 흥미를 끈다. 미국의 어느 한 게임 개발자가 반 고흐의 대표작인 ‘밤의 카페’를 3차원 그래픽으로 실현한 후 가상현실 컨텐츠화한 것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픽 처리는 유화의 질감과 색감을 그대로 살려줄 수 있는 비실사 렌더링(Non-photorealistic Rendering)을 적용하여 더욱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가상현실 내 카페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 보석같이 소품들이 숨어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카페 뒷문을 따라 복도로 들어서면 ‘고흐의 의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피아노 위에는 화병에 꽂힌 ‘해바라기’가 가지런히 놓여 있으며, 창 밖은 별빛이 휘몰아 친다는 식이다. 모두 고흐의 다른 작품에서 보던 친숙한 정물이다. 개발자의 상상력에 박수가 나온다.


아직 가상현실 안의 사람과는 인터랙션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카페 구석의 반 고흐 씨께서는 점잖게 파이프 담배만 피고 계실 뿐이며 아무리 말을 걸어도 체험자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인터랙션을 적용하는데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반 고흐 씨가 즐겨마시던 독주, 압생트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레드와 그린으로 점철된 카페에 앉아 밤새도록 대화를 나누게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을 것 같다. :-)

* 개발자 데모 영상

https://youtu.be/jBOL5yakREA


* 개발자가 Oculus에 올린 블로그 포스팅: 

http://vrjam.challengepost.com/submissions/36821-the-night-cafe-an-immersive-tribute-to-vincent-van-go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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