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고 광주 시내로 가던 중 기사님이 물어왔다.
" 어제 건물 무너지는 영상 보셨어요? 처참하대요."
"기사 제목만 봤어요 자세히는 못 봤어요 "
자세히 못 봤다는 나의 말에 기사님은 핸드폰 카톡으로 전달받은 건물 붕괴 영상을 두 편이나 보여주었다. 끔찍한 사고는 자세히 보지 않는 편이라 기사만 대충 읽었다. 그런데 기사님은 광주에서 택시를 업으로 하고 있기에 더 남의 일 같지 않았을 것이다.
건물 붕괴 사고의 영상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처참했다. 무너진 건물 옆은 도로였고 공교롭게도 버스 정류장이 위치해 있었다. 건물이 무너지는 그 순간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버스정류장에는 승객을 태운 버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숨이 막혀오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상이었다. 어떻게 이런 비극이 또 생기다니.
건설사는 건물이 그렇게 쉽게 도로 방향으로 무너져 버릴 줄 알았을까? 알았다면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철거를 진행했을 것이다.
버스기사는 그 시간 건물이 무너진다는 걸 알았을까? 알았다면 버스정류장으로 차를 몰고 들어서지 않았을 것이다.
타고 있던 버스가 건물 붕괴로 인해 죽음에 이를 줄 알았을까? 그렇다면 승객들은 버스를 타지 않았을 것이다.
인생의 비극적인 순간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때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더 고통스럽다.
아들의 생일 축하 준비 위해 시장을 갔다 온 엄마가 있었고, 봉사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할머니도 있었다.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늦둥이 외아들 때문에 애가 탄 부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오열하고 말았다.
건물을 철거 순서대로 철거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신문에서 보았다. 방심이 나은 처참한 인명 피해의 결과였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억울한 죽음과 고통과 분노에 겨워할 가족들을 만들었다. 우리 인생에 다시는 이런 고통을 만나지 않았기를......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