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주인공 처럼

by 약산진달래

"람보가 중국 말을 너무 잘 해?"

북경에서 중국 영화관에 다녀온 친구가 나에게 한 말이다. 중국에서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람보'가 상영하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는 영화 '람보'가 중국어로 더빙되어 상영할 것이라고 생각을 못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어를 본인보다 유창하게 구사하는 람보역의 실베스터 스탤론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던 모양이다.


나도 중국에서 방영 중인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같은 경험을 했다. 한국 배우들이 중국말을 너무 잘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중국 성우가 더빙을 한 것인데 한국 배우가 말하는 입모양이 중국어 입모양과 흡사할 뿐만 아니라 내 귀에 각인된 한국 배우의 목소리와도 비슷하게 들렸다. 한국 배우가 중국어를 배워서 드라마 대사를 한 것처럼 느껴졌다.


캄보디아 여행을 갔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티브이를 틀었는데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 주연의 영화 '귀여운 여인' 이 방송되고 있었다.

"어머 줄리아 로버츠하고 리처드 기어가 캄보디아 말을 하네"

영화를 보다가 무심코 튀어나온 말이다. 한 달 기간의 자유여행 중이었는데 캄보디아어도 영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들이 많이 발생했었다. 영화가 더빙된 것을 알면서도 캄보디아어로 술술 말하는 배우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티브이에서 주말 영화가 방영될 때 한국어로 더빙된 영화를 많이 봤다. 성우들은 외국 배우가 한국어로 말을 하는 것처럼 입모양뿐만 아니라 어투도 비슷하게 대사를 쳤다. 주말드라마에서 방영하는 모든 영화의 주인공은 같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성우가 더빙한 한국어 목소리가 외국 영화 속의 배우 목소리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나 외국 배우의 진짜 목소리가 더 멋지다는 것을 안 후부터 더빙된 영화는 잘 안 보게 된다.


영화를 보다가 나 같은 경험을 한 이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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