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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실의 유혹

by 약산진달래

"내가 이거 가지고 가서 뭐 한 줄 알아? 밤새 잠 안 자고 망치로 두들겼다."

낮잠을 자다가 올케언니의 전화를 받고 아파트 입구로 내려갔다. 주차장에서 나를 기다리는 올케언니의 손에는 봉지 하나가 들려 있었다.

언니는 매실 씨를 빼기 위해 망치로 두드려 깨는 방법을 사용해 매실장아찌를 만들어왔다. 매실장아찌 맛이 새콤하게 내 입맛에 착 달라붙었다. 한 번에 많이 먹지 말라고 했는데 자꾸 손이 가는 맛이다.

지난주 시골에 내려와 윗집 할머니 밭에서 작은 열매를 보았다. 매실 맞냐고 물어보니 매실이 맞다고 하셨다. 자식들도 먹지 않고 담가놓은 매실청이 많아서 올해는 따지 않으니 따가라고 하셨다.

매실나무 아래쪽 가지를 잡아당겨 열매만 땄는데도 양이 많았다. 더 따고 싶었지만 위쪽 가지에 손이 가지 않았다. 올케언니가 그 매실을 가져가더니 매실장아찌를 만들어 온 것이다.


다시 시골집에 내려와 고추밭의 풀들이 어떻게 됐는지 살펴보러 가는데 지난주만 해도 황매실이었던 것이 이제 홍매실이 되어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높은 가지에 달려 붉게 읽어가는 매실의 모습을 보니 지난번 매실장아찌보다 더 맛있게 담가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에게 따가도 되냐고 물어보니 도라지 밭만 밟지 말고 따가라고 하셨다. 높은 곳의 가지를 손으로 잡아당겨 몇 개를 땄다. 더 높은 곳에는 손이 가지 않아 집에서 감 따는 작대기를 들고 와 나뭇가지를 흔들어댔다. 후드득 떨어지면 좋으련만 쉽게 가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다행히 땅에 떨어지는 것들이 있어서 주워 담았다. 너무 높이 달려있어 더 이상 따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 와중에 할머니는 심어놓은 콩과 도라지를 내가 밟을까 봐 감시 중이시다.

"내일 또 따러 와도 돼요. "

"인자 오지 마라. 내가 딸란다."

말은 그렇게 해도 할머니가 따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욕심을 내봤자 가지고 올라가기 무거우니 말이다.


오이밭에서 오이 5개를 따서 할머니에게 안겨드렸더니 벌써 오이가 자랐냐며 믿기지 않아 하신다. 초에 묻혀 먹어도 맛있고 나물 해서 먹어도 맛있다며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잘 드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한다. 시골 생활은 특히 더 그렇다.


아직도 나무 높은 곳에는 홍매실이 나를 유혹하지만 잠시 입안의 고인 침을 꿀떡 삼키며 유혹을 물리쳤다. 감 따는 작대기와 노란 양동이에 든 홍매실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홍매실은 또 얼마나 맛있는 장아찌로 변신할까? 매실장아찌 만드는것에 관심을 보였더니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계속 매실장아찌로 인도한다. 황설탕과 매실만 있으면 간단하게 매실청이나 매실장아찌를 만들 수 있으니 내가 한번 만들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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