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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Jul 14. 2021

약은 약사에게 병은 전문의에게

화폐양습진 치료기

"약은 약사에게 병은 의사에게"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인터넷의 보편화로 관심만 가지면 평범한 사람들도 병에 대한 지식과 어떤 약을 먹어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나 또한 병원에 찾아가기 전에 언제나 내 증상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대처를 한 후에 병원을 찾아간다.


올해 초부터 다리에 생긴 동전 모양의 습진으로 고생 중이다. 어느 정도 괜찮아졌다 싶으면 또다시 나타나 더 큰 모양을 만들며 번지고 있다. 얼마 전 더 이상 안 보이는 것 같아 이제는 다 나았겠지 생각했는데 다시 원을 만들며 붉은 모양을 띄고 있다. 언제쯤 나을까? 영영 낫지 않은 것일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


처음 이 습진을 다리에서 발견했을때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이 동전모양 습진은 몸이 안 좋은 곳이 있으면 생기고,생긴 원인이 낫지 않으면 습진도 낫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 몸이 안 좋은 곳이 많은데 계속 동전 모양 습진과 동거해야 할 것인가 걱정이 됐다.


사실 처음에는 금방 낫겠지 쉽게 생각했다. 다니고 있던 가정의학과 선생님을 만났더니 무좀이라며 무좀약 처방을 해 주셨다. 낫지 않으면 다른 약으로 바꿔야 한다고 하셨다.  이 동전모양 습진을 한의원에서 고쳤다는 기사를 보았기 때문에 한의원을 찾아갔다. 한의원에서는 면역력이 떨어져서 생겼고 진료를 계속 받아야 된다고 했다. 그런데 한의원을 계속 다니지는 못했다.


그후로 몸이 이곳저곳 좋지 않아 신경과, 내과, 정형외과도 다녀왔다. 다리습진은 연고를 바르며 몸이 아픈 곳의 이곳저곳 병원을 다니며  치료 받고 있는 중이다. 동전모양 습진은  없어졌다 더 커졌다를 계속하며 다리에서 여전히 기생하고 있다.


어느 날 습진위에 곰팡이가 끼여있는 것을 보고 "이거 무서운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정확한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며칠 전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나 넘어져서 피부가 찢어졌어"

"그럼 당장 피부과에 가"

"그냥 긁힌 건데 피부과에 가?"

"피부 문제인데 피부과에 가야지 그래야 빨리 낫지"

넘어져 찢긴 상처를 밴드만 붙이고 있다고 해서 피부과에 꼭 가라고 알려주었다. 언젠가 손에 상처가 나 피부과에 갔더니 덧나지 않고 금방 치료되었던 경험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통화를 마치고 나서 생각해보니 정작 피부과에 가야 할 사람은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랫동안 낫지 않은 습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피부과에는 가지 않았던 것이다.


당장 피부과를 찾아 나섰다. 동네 피부과가 잘 보이지 않았다. 요즘 피부과는 거의 성형을 중심으로 진료를 하기 때문에 이 동네에는 피부과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다행히 피부과를 찾았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후 진료가 휴진이었다. 다시 피부과를 찾아 나섰다. 조금 더 가니 다행히 다른 피부과가 있었다.


피부과에 들어갔다. 생각했던 로 보톡스 주사와 기미제거에 관한 광고가 많이 붙어있었다. 발톱 무좀에 관한 정보도 있는 것을 보고 다리의 습진도 진료할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기계음과 함께 이름이 호명되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다리에 습진이 있어서 왔는데요"

"화폐양 습진이네요"

"네?"

"화폐모양 습진이라서 화폐양 습진이라고 합니다"

지금껏 만난 의사 선생님들은 이 습진의 이름을 아무도 몰랐는데 피부과 선생님은 보자마자 바로 알아보았다. 지금까지 무좀 연고를 발랐다고 하니 당연히 낫지 않는다고 한다. 약 처방을 해주며 일주일이면 나을 것 같다고 했다. 만약 낫지 않으면 균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기문데 바르세요"

피부과 선생님이 연고 이름을 말하는 줄 알았다. '모기문데', '모기문데' 연고 이름을 외우며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찾아갔다. 그런데 약 이름이 모기문데가 아니었다. 모기에 물렸을 때도 바르라는 이야기를 연고 이름으로 알아들은 것이다.

병원을 다니며 다른과 의사 선생님들에게 다리에 생긴 동전 모양 습진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정확한 병명을 알려준 의사도 없고 치료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듣지도 못했다. 피부과 선생님은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습진을 보자마자 병명을 알고 치료약도 바로 처방해 주었다


인터넷 검색만으로 이 피부염은 몸의 안 좋은 곳이 낫지 않으면 좋아지지 않는다는 기사를 보았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이과 저과 계속 병원을 다니면서 다른 과에서 피부 습진까지 치료를 받으려고 했다. 이번에는 피부 전문의를 제대로 찾아왔으니 오랫동안 몸에 기생하던 피부염에서 해방되길 바란다.

"약은 약사에게, 병은 그냥 의사에게가 아니라 전문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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